강화도 해병 부대에서는 최악의 총기 사고로 4명이 사망했고, 김준규 검찰총장은 청와대의 만류를 뿌리치고 A4 3장 분량의 장황한 문건을 발표하며 사퇴를 강행했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친이 진영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의원이 4위로 밀렸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지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 순방 중 총체적 난맥상 노출
▲ 이 대통령이 '1박2일'토론회에서 행정부를 질타한지 삼 주도 지나지 않았다. ⓒ청와대 |
하나 하나가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 이완을 웅변하는 사건들이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G20세대 혹은 P세대라는 이름으로 청와대와 보수 언론의 상찬을 받았던 해병대에선 지난 5월부터 중대장의 부대원 성추행, 초소 근무병의 민간항공기 오인 사격에 이어 내무반(생활관) 조준 사격이라는 참사가 벌어졌다.
국방개혁이 지지부진한 사이 해병대 소장 두 명은 직속상관이 해병사령관을 음해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호언장담과 달리 "서로 싸우는" 군대가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탓하며 강한 군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막상 천안함·연평도 사태 같은 일이 터지면 꼼짝도 못하고, 군부대 담벼락에 '김일성 능지처참'같은 플랙카드나 걸고 뒷북치면서 내부적으론 사고만 치고 있다는 말이다.
김준규 검찰총장 사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이 UN검찰총장 총회 자리에서 직접 김 총장에게 "나쁜 전통을 만들지 마라"면서 임기를 채울 것을 지시했고 김 총장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대통령이 출국하자마자 보란 듯이 사표를 내고 휴가를 떠났다. 일반 공무원으로 치면 지시 불이행에 근무지 이탈인 셈이다. 야당 인사들이나 시민사회단체를 압박할 때는 '환상의 복식조'나 다름없었던 청와대와 검찰이었지만 이럴 때는 또 참 '독립적'이기가 노무현 정부 못잖다.
물가는 오르고 MB노믹스의 상징 중 하나인 보금자리 주택 규모는 축소됐다. 주택 월세는 날로 오르고 있다. 주식시장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측의 '배째라'식 대응으로 한진중공업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고 최저임금 논의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럴 때는 '노사자율 원칙 준수'를 외친다.
이른 장마로 인해 4대강 공사장에선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국토해양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1박 2일 토론회에 장·차관, 처·청장, 청와대 수석 등 행정부 최고위급 70여 명을 모아놓고 직설적 어조로 강력하게 질타한 게 바로 지난 달 중순이다. 3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약발은 커녕 말값만 떨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선 '박근혜의 보완재'를 자임한 홍준표 의원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대표로 당선됐고 '박근혜의 복심'인 유승민 의원이 차점으로 최고위원이 됐다. "가족까지 사찰당했다"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워온 남경필 의원도 최고위원단에 합류했다. 친이계의 조직적 지원, 청와대 일각의 '성원'을 받은 원희룡 의원은 4위에 그쳤다.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이 '화해'하면서까지 원 의원을 지원했지만 '친이'라는 레테르는 '죽음의 키스'에 다름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그리고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정례주간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동반하락했다.
무능 프레임, 지지율 하락과 국정장악력 약화의 악순환 고리 형성
현재 노출되는 문제들은 국정기조나 이념에서 비롯된 것들도 아니다. '진보냐 보수냐'식의 문제가 아니라 '유능하냐 무능하냐'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들이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 까지 구제역 사태, 전세대란, 물가폭등 등의 사태가 겹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집권 초반 촛불집회 이후 '민주 대 반민주' 국면 속에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은 한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고 지난 해 말까진 대통령 지지율도 40%대 중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발밑이 무너졌다. 그때부터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후반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후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려했지만 하반기 들면서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관가에 영은 안 먹힐뿐더러 비리는 줄줄이다. 검찰은 돌아설 기미다. 여당은 야당보다 더 무섭다. MB노믹스는 하나씩 꺾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부지런히 움직이긴 하지만 '무능' 프레임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면 지지율이 떨어져서 국정장악력이 약화되고, 국정장악력이 약화되니 지지율은 또 떨어지는 식으로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차기 주자들은 하기 싫어도 차별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탈출구를 쉽게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