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9일 KBS 수신료 인상 문제와 관련된 당 대표실 도청 의혹에 대해 의혹의 핵심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게 24시간의 시간을 줬다. 24시간 안에 한 의원이 입수한 도청 의혹 문건이 누가 작성한 것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한 의원에게 들어왔는지 밝히라는 요구다. 이 시간을 넘길 경우, 한 의원에게 법적ㆍ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 24일 문방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에서 천정배 최고의원 발언을 공개해 도청 의혹 파문을 촉발시켰다. <동아일보>는 29일 민주당 관계자와 여권 관계자 모두 문제의 도청 문건을 작성한 주체가 KBS 측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 문건의 작성자가 KBS 관계자인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도청 사실과 문건 작성 주체가 민주당이 아닌 '제3자'라는 점은 인정했다.
천정배 불법도청진상특위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를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법률상 도청도 중대범죄이지만 그 도청한 결과를 공개하거나 누설한 것도 똑같이 중대한 범죄"라면서 "도청을 누가 했는지는 우리가 확정짓지 못하고 있지만 도청결과를 누설한 한선교 의원도 도청한 사람에 못지 않게 중대한 범행을 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그래서 우리가 한선교 의원에게 지금부터 24시간의 시간을 주고자 한다. 내일 정오까지 한 의원 자신이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바란다"며 "그 시한 내에 밝히지 않는 경우, 우리는 한선교 의원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진전된 모든 수사를 다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문제된 문건의 작성자를 여권 관계자가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여군이 한나라당이 아니라 청와대일 수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문건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 며칠 전에는 동아일보가 문제의 문건을 입수해서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것으로 봐서 한나라당은 도청을 누가했는지 진상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나라당에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한나라당에서 먼저 한선교 의원으로 하여금 진상을 밝히도록 해야 하고, 한나라당 스스로도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진상을 밝히고 해명할 일이 있으면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천 위원장은 "이 사건의 경찰 수사에 있어 도청 현장에 대한 수사가 중요한데 지금까지 (박희태) 국회의장께서 경찰의 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기관이 정상적으로 수사의 필요에 의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국회에 들어와 수사를 하겠다는데 그것을 막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도청은 중대한 범죄다. 국회 내에서 살인사건이 생겼다거나, 내란수괴의 해당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도 그냥 국회의 권위라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막을 수 있겠는가. 국회의장은 경찰의 현장수사를 허용해 줄 것을 이 자리를 빌어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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