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화려한 수사가 나열되지만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 김진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모든 부분들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열심히 하겠다', '논의해 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 정 대표를 (대선에서) 뭘 보고 뽑아야 하는가?" -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지난 6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참석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지금, "정 대표는 메시지 관리가 안된다"는 지적과 "이같은 개인적 역량 부족이 한나라당 전체 순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매모호-동문서답 화법에 골머리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개헌', '행정구역개편', '선거구제 개편', '공천 개혁'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한 정 대표의 답변을 듣고 "총론이 아닌 각론을 제시할 때가 됐다", "교과서적인 답변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뭘 말하는지 애매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정 대표의 답변을 '해석'하는 기자들의 불만도 들렸다. "정 대표의 발언을 말 그대로 기사에 옮기면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현안과 이슈에 맞닥뜨릴 때마다 정 대표는 늘 애매한 말로 넘어가거나, 심지어 모순되는 얘기를 동시에 해 기자들을 헛갈리게 할 때가 많다.
이같은 지적이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정 대표가 '국민통합21'을 만들어 대선후보로 주가를 높였을 때 한나라당은 '정몽준 8불안'으로 그를 공격한 적도 있다. '8불안' 중 하나가 "동문서답식 화법으로 TV시청자 불안"이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그가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정몽준식 허무개그'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애매모호, 동문서답 화법'에 한나라당이 골머리를 앓을만 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 대표의 발언 등을 두고 "메시지 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신중'도 좋지만 명색이 당 대표인데 너무 자기 생각을 숨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몽준 개인 문제, 당에도 영향 미칠 수 있어"
정치컨설턴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정 대표는 대권주자로써 굵직한 이유와 관련해 검증을 당해본 적이 없다. 자기 정체성을 한나라당에 동화시키는 과정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이는 2002년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와 단일화에 실패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치인 정몽준에게 계속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정 대표의 '메시지' 문제는 즉석 대담이 중요한 토론회 등을 통해 점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정무적인 판단을 도와줄 참모가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메시지 관리 문제를 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정 대표 개인의 이미지는 물론 그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상, 한나라당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안상수 원내대표는 8일 "정몽준 체제는 순항하고 있다"면서도 "승계직 대표 체제가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경계성 발언을 했다. 안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젊고 여러 꿈을 갖고 있다 보니 역동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경헌 대표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당 대표인 정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묻어난다. 이는 정 대표의 대권주자 이미지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정 대표 개인의 실수가 당 전체에, 나아가 친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대한 불안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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