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인 호국의 다리 붕괴 사태와 관련해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호국의 다리가 붕괴됐는데 과도한 대규모 준설로 교각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없었던 때문임은 분명하다"며 "지금이라도 홍수기에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 할 일은 피해 대책과 안전 대책부터 강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핵심 치적으로 꼽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김진표 원내대표도 "4대강 토목공사로 인한 대재앙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100년간 끄떡없던 등록문화재가 4대강 토목공사로 붕괴했는데, 대규모 준설로 유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속도전식 밀어붙이기 4대강 공사 때문에 이런 재앙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인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우리 '호국의 다리'가 성급한 4대강 준설공사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준설해 유속이 빨라졌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라며 "태풍 메아리와 함께 쏟아지는 장맛비가 호국영령의 꾸짖음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각지, 특히 4대강 사업현장에서 폭우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공주시 금강 4대강 사업현장에선 폭우로 토사가 유실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 30여 미터가 무너져 내렸다"며 "정부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피해방지 대책이 모든 재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호국의 다리' 붕괴 현장 사진 ⓒ김진애 |
'예고된 재앙'?…'호국의 다리' 붕괴 파문 일파만파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의 상징인 '호국의 다리'는 공교롭게도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인 25일 붕괴됐다. '호국의 다리' 일대는 낙동강사업 24공구로 최근까지 1685만8000㎥가 준설됐다. 급속한 유속 증가에 대비해 공사 과정에서 9개 교각으로 이뤄진 '호국의 다리' 중 2개 교각을 제외한채 보강공사를 했지만, 전날 무너진 교각은 보강공사에서 제외된 교각이었다.
이와 관련해 TBC(대구방송)는 전날 SBS 8시 뉴스 전파를 탄 보도를 통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 관계자는 "보강공사를 하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다 국민들 세금인데, 꼭 해야 하는 부분만 저희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세금을 아끼려고 보강공사를 일부만 했는데, 결국 이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칠곡보 24공구는 제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부실 턴키 발주를 지적했던 바로 그 공구"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김 의원은 당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국토해양부는 공사발주 이전인 2009년 8월에 대규모 준설량 축소와 1000억 원 규모의 설계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입찰 재공고안까지 마련했다"며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입찰 재공고를 실시하지 않았다. 설계변경으로 2~3개월의 추가 기간이 소요돼 4대강 사업의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없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준설량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진작 제기돼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사태 발생 직후 24공구로 내려가 현장 답사를 했고, 부산국토청의 보고를 받는 등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하고 있는 중이다.
'호국의 다리' 붕괴 사태의 불똥은 KBS 수신료 인상 문제로도 튀었다. 다른 방송사 뉴스가 4대강 사업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음에도 KBS는 전날 9시 뉴스를 통해 "100년 이상 낡은 왜관철교가 장맛비에 붕괴됐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이와 관련해 "SBS보다 못한 KBS에 수신료 내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하는 등 비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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