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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흙탕물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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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흙탕물이기 때문이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30>MB, 스스로를 역사 앞에 세워보라

임기 60개월 가운데 40개월이 지나갔다. 계산상으로야 20개월이나 남았지만, 대선이 내년 12월이라 실제로 대통령 노릇할 날은 글쎄, 얼마나 될까. 나라는 바야흐로 '비리투성이'다. 윗물인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 취임 초부터 윗물이 맑았더라면, 그렇게 40개월 동안 맑은 물이 흘러내렸더라면, 아랫물이 맑아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게 지저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윗물이 맑지 않은데 아랫물이 맑을리 없다. 아무리 보아도 윗물은 흙탕물이다.

취임초에는 '잃어버린 10년'때문이라 했다. 그러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의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그 남의 탓 기간을 다소 조정했다. 좀 늘렸다. "부정 비리가 우리 정권에서 유난한 게 아니라 10년, 20년 전부터이지만…"이라 했다. 10년 늘어났다. 집권한지 3년 4개월이나 된 '현재의' 대통령이 그랬다. 여느 대통령이라면 공직사회 비리만을 놓고라도 "내 책임"이라며 먼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엊그제 한 방송에 출연해 지적한 쓴 소리에 MB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권 말기라도 이렇게 부패한 건 처음"이라 했다. "엄청난 부패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며 "대통령은 장·차관만 질타할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당 내부에서까지 그런 바른 말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MB는 지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과거에 뿌리를 둔 것들일 뿐이라는 투로 울타리를 친다.

그는 항상 '책임'과는 연결되지 않는 초월자(超越者)의 위치에 선다. 4·27 재보선이 여당참패로 끝난 이튿날,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과 만나서도 MB는 그랬다.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고,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거나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 잘못이고 너희들만 잘하면 될 일 이었다"는 뉴앙스를 짙게 풍긴다.

평소에 그가 자주 쓰는 말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있다. 경험 안 해본 것 거의 없고 모르는 게 거의 없는, 그래서 그는 '구름위에 있는 절대자'같은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두려움이 없어서일까. 상습 위장전입자나 투기 의혹이 있는 사람들까지 인사청문회 동의 없어도 거침없이 장관 임명장 주고, '전관예우 철폐' 외치면서도, 로펌에서 '전관예우'로 고액 월급 받은 사람 각료로 임명한다.

비리의 텃밭에서 문제의 인물들을 멋대로 골라 옮겨 심었다. 예산안 날치기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야당 국회의원에게 주먹질을 한 여당의원에게 수고했다고 격려전화도 한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기능을 '사설정치'하는데 너무 많이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리지 않아서 생기는 이야기들이다. 저축은행 수사를 해병대 상륙작전에 비유하며, 중수부 폐지 반대에 팔을 걷고 나섰던 검찰 쪽에서 지금 "당나라 해병대냐"는 별난 소리가 들려온다.

MB측근이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에 대한 수사에서 '팔이 안으로 굽은' 냄새가 난다는, 그래서 '당나라 해병대'에 의한 당나라 식(式) 상륙작전이 벌어진게 아니냐는 야당의원들의 볼멘 소리다. 검찰이 은씨를 기소하면서 '징역7년 이상'에 해당하는 특가법상 '알선수뢰죄'를 적용하지 않고, '징역 5년이하'인 '알선수재죄'를 적용했다는 이야기다. 여당의원까지 봐주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 검찰에 출두하고 있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 ⓒ연합

그러나 검찰의 '팔 안으로 굽기'는 일찍이 '대포폰 게이트'로 더 유명한 불법사찰사건수사에서 이미 절정을 이뤘다. '형님'에게 쓴 소리를 했다고, 여당의 현역중진의원들까지 뒷조사했던 '범죄'가, 총리실의 일개 이사관급 공무원의 책임아래 저질러진 일로 끝을 내고, 막을 내린 게 검찰 수사였다. 그렇다고 믿는 사람 거의 없다. 그 때 '청와대'와 '형님'쪽에서 흘러내린 윗물은 흙탕물이었다고 사람들은 확신한다. 배후가 없을 수 없는 사건인데도 위에서 콸콸 쏟아진 흙탕물이 온통 진실을 감춰버렸다. 공정사회도 흙탕물에 휩쓸려갔다.

경제에서 MB의 윗물은 흘러내리지 않는 물이라 바야흐로 비극을 맞고 있다. MB와 강만수씨가 금과옥조로 알고 밀어부치던 'Trikle down 이론' 이야기다. 부유층을 더 부자 되게 밀어주면 그 부(富)가 아래로 흘러내려 저소득층도 혜택을 보게 되고, 경기를 자극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MB는 강씨와 힘을 합해 부자 감세 등의 방법으로 열심히 부유층에 부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윗물'은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부자만 더 부자되었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만 더 극심해졌다. '실험대상'이 된 나라 경제만 더 어려워졌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윗물은 언론이다. 이 나라에서는 그 윗물이 메말라 있다. 흐르지 않는다. 맑은 물이 나오는 구멍이 막혀있다. MB정권이 틀어막았다. 막강한 방송통신위원장 덕분에 손쉽게 방송장악했고, 종편미끼로 조중동을 손바닥위에 올려놓았다. 오늘날 이 나라가 전방위적인 '비리투성이' 국가가 된 것은 바로 언론의 '맑은 물 기능 상실'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쯤 해서라도 MB는 언론의 재갈을 풀어주는게 옳다. 기자들에게 바른 말하고 쓴 소리도 쓸 수 있는 자유를 줘야한다. 언론에 대해서는 공부한 바도 고민해 본 바도 없으면서, 아버지 잘 만났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지금 언론사 사주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조중동 사주들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회수해 기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틀어막은 맑은 윗물 구멍을 터줘야 한다.

그것은 이 시점에서 MB가 '사후'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그도 스스로를 역사 앞에 세워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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