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중앙위 부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이자, 북한의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고위직이 파견되는 만큼 남북 대화 분위기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물밑 접촉이 불발된 가운데, 폐막식을 계기로 한 북미 간 직접 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통일부는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단장과 단원 1명,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대표단 단장은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중앙위 부위원장이며, 단원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라고 북측은 밝혔다.
방한 기간은 25일부터 2박 3일간이며, 북측은 방한 경로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려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통일부는 "체류 일정 등 실무적 문제들은 앞으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며 "고위급 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2015년 12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전임자 김양건의 후임으로 통전부장에 오른 김영철 부장은 천안함 사태 당시 정찰총국장을 지냈으며,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로 알려져 있다. 정찰총국은 북한군의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부서로 알려져 왔고, 노동당 통전부는 당-국가 체제인 북한의 대남 전략을 총지휘한다.
김 부장은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당대회 때부터 당 중앙위 부위원장직 외에도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고, 동년 6월부터는 국무위원회 위원 및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 명단에도 포함됐다. 7차 당대회 당시 밝혀진 그의 당 서열은 17위였다.
청와대는 김 부장의 공식 카운터파트는 서훈 국정원장이라는 입장이지만, 북측 대표단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할 가능성에 대해 "자연스러운 기회에 대표단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 대표단이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비공식 접촉을 통해 확인했고, 오늘 오전에 최종적으로 명단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이번 대표단 파견으로 평창올림픽 폐막식에는 한반도 평화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 중국, 북한이 모두 참석하게 된다. 미국은 개막식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고, 폐막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한다. 중국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가 폐막식에 참석한다.
단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만날 기회가 없다"며 "이번에는 그런 (중재)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부장이 미국과 한국의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란 점에 대해 청와대는 "김영철이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이고 한국 제재 대상이기도 하지만 폐막식 참가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 오는 것인만큼 우리는 대표단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며 "다만 미국 측과의 문제는 저희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통보했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부장은 지난 2010년 8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의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도 지난 2016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개인 40명을 독자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김 부장을 이 명단에 포함시켰다.
한편 김 부장이 정찰총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고, 한국 국방부가 주도한 조사단은 이를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규정했으나 북한은 현재까지 일관되게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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