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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이방카 '빈손'에 무얼 들려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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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이방카 '빈손'에 무얼 들려보낼까?

'문고리' 이방카 등 美 고위급 설득 외교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2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하는 미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로열 패밀리'의 방한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 통상 문제로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방카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의 행보도 비교될 것이다.

그러나 이방카 고문의 방한 일정에서 정치적 행보를 읽을만한 단서는 아직 없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방카 고문은 방한 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경기 관람, 미국 선수나 관중들과의 소통에 할애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 고위관계자들은 "방한 기간 동안 이방카 고문은 북한 대표단과 만날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탈북자들과의 만남 계획에 대해서도 "없다"고 잘랐다.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을 25일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키로 한 가운데, 청와대도 "(이방카 고문이 이들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천안함 기념관 방문, 탈북자 면담 등 일정 자체가 대북 메시지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때와는 딴판이다. 결과적으로 불발됐으나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비공개 접촉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달리 방한 길에 오른 이방카 고문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방카 고문은 23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 한다. 상춘재는 외국 정상 등을 초청할 때 주로 사용되는 장소다. 청와대가 정상급 의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국빈 방한했을 때도 상춘재를 찾았다.

문 대통령과의 만찬이 하이라이트인 셈이지만, 외교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방카 고문이 북핵 문제에 심도 있는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이방카 고문의 언급이 예상된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통상 문제를 둘러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처럼 사실상 '빈손' 방한이 예상되지만, 이방카 고문이 백악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독특하다. '실질적 퍼스트레이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릴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방카 라인을 통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이방카 고문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올 것인가보다, 우리 정부가 이방카 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들려보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의 북핵 정책이 완성되지 않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중재해야 할 우리 정부로선 '실세' 이방카 고문의 방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방카 고문과의 대화 시간과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에) 못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는 듯한 모양을 가져가면 북미간 상당한 수준의 간접 대화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방카 고문은 폭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북한을 관리하면서 얻었던 교훈을 잘 정리해서 전달한다면 이방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확실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방카 고문 외에도 미국의 고위급 인사를 직접 만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우리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내주 중 방미할 것이란 관측과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보다 높은 급이 가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대화는) 미국의 대통령이 결정해야 될 문제다. 실무자들이 계단 밟아서 분석하고 계단 밟아서 보고하는 동안 시간은 다 가버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직접 가서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직접 담판을 하거나 '미국이 태도를 좀 바꿔 달라. 그러면 우리가 북한을 다시 회담장으로,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 이런 위임을 받아와야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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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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