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부적으로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상대해야 한다. 이 대표와 벌인 신경전 때문에 정치에 입문한 이래 세 번째로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는 조승수 대표를 지난 17일 만났다.
진보신당의 당대회 결과에 대해 그는 "비관도, 낙관도 현재로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무엇이 진보정치의 독자적 생존과 발전인지 고민해달라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자신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협의문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 이정희 대표조차 "이해한다"던 조 대표였지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다소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가도 단호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당이 들어가는 문제는 "진보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피력했다.
"한미 FTA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성하라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유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승수 대표는 "그런 화법은 보수 정치에서나 즐겨 쓰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대표는 진보정치와 함께 하자면서 진보정치의 기본적인 밑바닥 정서가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기존의 진보 양당 외에도 다양한 세력과 개인이 함께 해야 한다고 몇 차례나 강조한 그는 대선 전략과 관련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민주당으로부터 확실히 약속받을 수 있다면 양보도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당대회 결과,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 조승수 대표 ⓒ프레시안(여정민) |
조승수 : 합의문이 나오고 지역을 돌며 당 대회 안건 설명회의 형식으로 합의 과정, 합의문 내용 등을 설명 중이다. 합의 이후 초기에는 내용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바뀌고 있다. 합의문은 객관적 결과물인 만큼 내가 당의 운명과 진로를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당대회 결과를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 합의문이 100% 모두가 만족하는 안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우리 당원들이 전략적 판단을 내린다면 진보신당이 중심을 잡고 함께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당원 총투표 주장이 나오고
조승수 : 당원 총투표 얘기가 나오는 배경은 크게 볼 때 세 가지다. 첫째, 유불리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두번째 배경은 원론적인 얘기다. 당 대표를 당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데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진로 문제도 당연히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진보정당 답다는 것이다. 당원들에게 판단권을 줘야한다는 상식적인 주장이다. 세번째는 흔히 '노‧심‧조(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라고 하는 이들의 행동을 당원들이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원 총투표에 대해 아직 최종 판단은 내리지 못했지만 충분히 검토하고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결정도 당대회에서 내려질 것이다.
"합의문 부결되면? 진보신당 깃발 있는 한 마지막까지 내가 있을 것"
프레시안 : 대표적인 독자파인 김종철 전 대변인은 물리적 통합의 시간을 갖도록 부속합의문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그 조건을 근거로 합의문을 당대회에서 통과시키자는 얘기였다.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을까?
조승수 : 김종철 전 대변인의 제안은 그 내용보다 행간 속에 굉장히 많은 고민이 묻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의 여부를 떠나 충분히 같이 검토할만한 내용이고 같이 의논해야 한다.
사실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발생하기도 했다. 원래 새 진보정당 건설의 과정으로 서로 공감대를 이룬 것은 5월말 최종합의, 6월말 각 단위의 의결 절차를 완료하는 것이었다. 원포인트 당대회에서 결정하기로 공유했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동당이 당대회에 올린 안건은 좀 다르다. 당대회, 수입기구 협상, 최종 의결로 고쳐져 8월경 다시 임시 당대회를 여는 것으로 정했다.
본래 수임기구라고 하면 정당법상 그 기관이 합당 등 신설정당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 두 개의 당이 합칠 때는 합동 총회를 열거나 수임기관의 합동 회의를 통해 법률적으로 완성되는 것인데 민노당의 수임기관은 그런 권한을 가진 곳은 아니다. 당헌, 당규, 당명을 협상해서 오는 일종의 협상팀이다. 민노당이 이런 구상을 하는 데는 현재 민노당 내부 문제를 반영한 측면도 있을 것이고 진보신당의 결정을 먼저 보고 판단하겠다는 생각도 들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우리도 형평을 맞춰야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종철 전 대변인의 제안과 방식에서 보면 같은 흐름이 된다. 우리 당원들의 고민을 보더라도 시간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26일 당대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촉박하다.
프레시안 : 어쨌든 새로운 진보정당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은 9월이 되는 것인가?
조승수 : 민노당의 프로세스로 보면 빨라도 8월은 되어야 내부 의결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진보신당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에도 당헌과 당규도 정리되어야 하고 그 외에도 부채와 자산 문제 등 실무적 문제가 많이 있다. 합당총회 등을 형식적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완성되는 것은 9월까지 빡빡하게 가야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진보신당 내부 분위기를 보면 최근의 대체적인 흐름은 어쨌든 하나로 가야한다는 것인 듯하다.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이 부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조승수 :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원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만일 합의문이 부결되면 대표는 어떻게 할 거냐는 우려다. 나는 이 당에 무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진보신당의 깃발이 남아 있으면 그 깃발 아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남고 안 남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비록 지금은 내부 이견이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 우리 당원들만큼 동질성이 높은 집단이 없다. 다 같이 가야 한다.
"유시민 대표의 구애, 진보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이정희 대표와 서로 날선 비판이 오갔다. 물론 공격은 이 대표가 먼저 시작했지만 이런 양당 대표의 공방이 쉽지 않은 진보대통합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승수 : 당 내부에서도 주의를 받았다. '결혼식 날 잡아 놓고 바람 피운다'는 얘기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 그 말은 언론에 나온 것을 인용한 것이다.
그 말을 제외하고는 사실 이정희 대표에게 내가 각을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주로 비판했다. 이정희 대표를 한편으로 이해한다. 우리만큼이나 민주노동당 내부도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대표에게는 다만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고 해석의 권한은 각자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을 뿐이다. 젊었을 때 여성에게 받는 편지는 가슴 두근거리는데 나이가 들면 이런 편지를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유시민 대표의 문제는 다르다. 단지 누구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치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큰 기조를 허물어트리는 진보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있다.
"유시민, 진보정당 만들겠다면서 진보정치를 너무 모른다"
프레시안 :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는 게 조 대표의 입장이다. 현재 진보대통합도 이를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진보의 외연을 좀 더 넓히기를 바라는 민심도 분명 존재하지 않나?
조승수 : 물론 연석회의에 참여당이 참가 신청을 했으니 논의는 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그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 기존 참여 주체들의 내부 의결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 (참여당의 참여 문제가) 가지는 휘발성 때문에 전체 논의 흐름을 헝크러 트릴 수 있다는 데 (연석회의 내에서) 공감이 이뤄졌다.
다만 내가 내용적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참여당이 진보정당인가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20대 주요 정책 과제'와 현재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참여당의 입장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유시민 대표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자꾸 과거를 성찰하라고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는데 진보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 정확하게 핵심을 얘기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하는 얘기다. 그런 화법은 보수 정치에서나 즐겨 쓰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유시민 대표에 대한 신뢰가 없다. 민주당조차 재협상안 뿐 아니라 원안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참여당이 이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서 계속 '왜 우리를 배척하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 대표는 진보정당을 너무 모른다. 우리의 고민을 '소수파 전략'이라고 하지 않나. 진보정당이 왜 독자성장을 강조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통합하는데 한미 FTA나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하는 것도, 지난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고통이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 대표는 양심의 자유 운운하고 있다. 진보정치와 함께 하자면서 진보정치의 기본적인 밑바닥 정서가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와 함께 하려면) '기역, 니은'부터 다시 배워와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닫아놓는다고도 하는데, 국민의 입장에서 한 번 보자. 우리 국민들이 참여당을 놓고 진보정당과 가깝다고 생각할까, 민주당과 가깝다고 생각할까? 다들 민주당이라 할 것이다. 이른바 친노진영 내부의 갈등 때문에 감정적으로 틈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뿌리나 정서, 인물, 정책에서 (참여당은) 민주당과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프레시안(여정민) |
"새로운 세력이 대거 참여하는 새 진보정당 되어야"
프레시안 : 합의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북한 문제였다. 진보진영의 역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도 분명히 있다. 북한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협상 전략 차원에서도 그렇고, 일반 국민들 시각에서 봐도 현명한 일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조승수 :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크나큰 괴리 중 하나다. 그러나 진보신당으로서 작은 문제는 아니다. 물론 정치적으로 보면 국민들 눈에 그들만의 정치를 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해야 한다. 사회당이 최종 합의문을 거부하면서 그동안 부정해 왔던 '도로 민주노동당'의 모양새를 가지게 되고, 두 정당만의 문제로 비춰지는 것이 아쉽다. 사실 합의문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당직 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6번항을 넣은 것은 새 진보정당은 그 이름에 걸맞게 정말 새로운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의 논의를 지켜보는 개인과 그룹이 꽤 있다.
프레시안 : 새 진보정당의 구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조승수 : 얼마나 많은 세력이 새 진보정당에 참여하는지가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민주노총이 10만 당원, 100억 세액공제를 얘기하지만 다만 1만 명이라도 들어오면 의미가 있다. 민노당의 분당 과정에서 탈당하고 어느 당에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9000명 정도 된다. 그들도 새 진보정당에 들어와야 한다.
현재 민노당의 진성당원이 3만5000명이고 진보신당이 1만7000명 정도다. 합쳐봐야 5만 명 수준이다. 여기에 최소 2만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면 당내 구도나 질서도 바뀔 것이다. 교수 3단체에서도 입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았나. 두어 달 전에 녹색 진영 분들과도 만나 얘기를 했었다. 녹색당을 바로 창당하는 것은 현실적인 조건과 역량으로 볼 때 쉽지 않으니 새로운 진보정당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녹색사회당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러 사람을 설득해서 끌어들여야 한다.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함께 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양적으로 늘어난다면 새로운 정당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 정당을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지 충분조건도 채워가야 겠지만, 그 정도 조건을 만들어야 명실상부 새로운 진보정당이라 얘기할 수 있다.
"비정규 문제 해결, 선거제 개편 약속 받으면 대선서도 전략적 판단해야"
프레시안 : 새 진보정당이 추진되는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정당을 추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선거연합 수준을 고민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입장인 것 같다. 총선, 대선과 관련된 구상은 어떤가?
조승수 : 당원들에게 설명회를 다니면서 말미에 보통 세 가지 얘기를 한다. 우리 당원들이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해달라는 당부다. 첫째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새 진보정당이 진보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인가 아닌가. 둘째는 진보의 혁신과 재구성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는가. 셋째는 비록 2012년이 전부는 아니지만 달라진 정세와 국민의 의식을 감안할 때 진보정치에게 요구되는 당면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인가 아닌가이다.
지금의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는 2008년의 그것과는 다르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 상당히 진화했다. 그때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해 달라'는 요구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내년 총선 전까지 해결하지 못한다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떤 판단을 할 것이다. 어떤 세력에게 권력을 줘야 내 삶의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바로 이런 상황에 진보정치가 능동적으로 답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선의 역사를 보면 전 정권이 싫어서 다음 정권을 선택한다. 국민은 노무현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싫어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럴 때 제1야당인 민주당이 그 마음을 다 가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 정서에는 민주당도 미덥지 않다는 게 깔려 있다. 지방선거 이래로 계속 야권연대가 얘기되는 기본적인 배경도 그것이다.
그렇다면 총선에서의 연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전면적인 야권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호남은 사실 반한나라당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정책연대를 전제로 상당한 야권연대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대선은 총선의 결과를 바탕으로 고민될 것이다. 합의문에서는 진보정당이 자신의 후보를 내고 독자 완주를 기존으로 한다고 합의했지만 독자 완주 자체가 선거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독자 완주를 통해 독자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면 한국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만 야권연대의 내용으로 수용된다면 (대선에서의 양보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양극화의 핵심이 비정규직 문제이고, 진보정치의 독자적인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선거제도 개편은 필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확보된다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물론 우리 후보는 당연히 내야 한다. 후보를 내지 않으면 야권연대 협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 후보를 협상용으로 내서는 안 된다. 우리도 한 번 판을 벌려봐야 한다. 노회찬, 심상정, 조국, 박원순 등이 다 나섰으면 좋겠다. 민중 경선을 넘어서서 국민 경선의 판까지 벌여 만일 우리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능가하면 끝까지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은 당대표의 책임이 더 무겁겠지만 개인 정치인 조승수에게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조승수 : 대표에 취임하면서 진보정치는 밥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밥이 비료 뿌리고 농약 뿌려서 만든 쌀로 지은 밥은 안 된다. 건강한 밥이어야 한다. 요즘 내가 유독 '안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정치적으로 보면 보수적인 단어인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삶, 안전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보정치가 1차적으로 평등을 실현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한 평등이 되려면 생태에 기반해야 한다.
진보정치도 사실 물량주의, 물질주의, 성장의 프레임에 상당 부분 갇혀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녹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아닌가 싶다. 지난 5월에 독일에 가 보니 독일의 보수주의자들이 최근 '자연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이 원전 폐지에 동의하고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그것을 이루는 데 있어서 보수의 가치인 경쟁과 효율을 접목시킬 뿐이다. 재생 에너지와 탈핵을 얘기하는 것이 그동안은 진보의 과제였는데 독일은 이미 그렇지 않았다.
만일 한국의 보수가 독일의 보수와 같이 그런 것들을 수용하면 진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진보진영도 녹색 의제를 악세사리로 취급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데 그런 상태로는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녹색 정치를 제대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당장 맡겨진 일이 버겁지만.
"손학규, 중도 자유주의 이상은 아니다…박근혜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
프레시안 : 다소 다른 얘기지만 지금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평가해 본다면?
조승수 : 손학규 대표에게는 남다른 인상을 하나 가지고 있다. 내가 구청장하던 시절에 행정개편 논의가 한창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방자치를 시작하기 이전에 행정제도 개편이 먼저 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손 대표가 대학 교수 시절 같은 주장을 했더라. 1991년에 이미 그런 얘길 했던 것이다. 학자로서의 손 대표는 인식이 신선하고 문제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데 그 뒤에 한나라당에 가서 도지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할 때는 손 대표가 무엇을 목표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사실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에 왔지만 최근까지도 주요 의제에 대한 인식을 보면 손 대표는 보수적 자유주의자라는 느낌이 든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중도 자유주의 이상을 넘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손 대표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그렇다는 얘기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 자유주의자는 솔직히 정동영 의원 아닌가. 노동 문제나 증세 등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일정 정도의 진정성도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진보진영에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혼란스러운 사람이다.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 아버지는 아버지고 딸은 딸이다. 다만 한 가지, 검증이 안 된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당내 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전면에 나서서 정치적으로 검증받았는가에는 의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생애주기형,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복지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박 전 대표의 정체성은 확인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26일 중요한 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조승수 : 우리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단순히 진보신당의 운명만이 아니라 한국의 진보정치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나타나는 진보정치의 우경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진보정치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대의와 원칙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켜 나가야 한다.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더 많은 논의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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