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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정치' MB, 자살골도 막을까?

[기자의 눈] "공정사회" 외치면서 '절친'은 낙하산으로

청와대가 기묘한 정치적 안정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버티고 있을 뿐, 정국 반전의 실마리를 찾진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 안정' 상황이 계속되면서 반(反)MB 여론은 고착화, 내면화 되는 분위기다. 국민들은 '악플 보다 나쁜 무플'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원하는 건 못해도 하기 싫은 것 안 할 힘은 있다?

▲ 'G20세대를 위한 자유대한민국'행사에서 발언하는 이 대통령ⓒ청와대

올 상반기부터 청와대가 맞닥뜨린 악재는 하나 둘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 4.27 재보선 참패, 북한의 남북비밀접촉 폭로, 봇물 터진 공직비리 등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전 정부에선 성공한 로비였지만 우리에게는 실패한 로비였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기관 간부들은 물론 감사위원,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제는 새 이름이 나와도 '그러려니'하는 분위기다.

4.27 재보선 이후 인적쇄신도 마찬가지다. 장관들은 청문회에서 난타를 당했고 한나라당도 일부 인사들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지만 그냥 임명장이 수여됐다. 지지부진한 논의 끝에 단행된 청와대 개편 역시 여당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청와대 내 수평이동 내지 승진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북한의 폭로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 '구체적인 건 말 못 한다'는 두 문장이면 충분하다. 공직비리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다. 온 국민이 분노한다"는 식의 평론가식 논평이 대응책이다.

이런 와중에도 '수비형 정치'는 돋보인다. 여야가 사법개혁특위에서 합의한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권 폐지 문제는 한 두 개의 논평으로 무산시켰다. 등록금 문제는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이 됐다. 대학생들의 기말고사,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촛불시위도 현재로선 꼭지점을 찍은 듯한 분위기다. 감세 철회 정책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내 수비수들은 물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어막을 치고 있다.

소장파를 비롯해 여당 의원 상당수가 부글부글 끓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덕에 당청 관계가 좋을 것도 없지만 새삼 더 나쁠 것도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30% 안팎의 선에서 안정적이다.

청와대가 원하는 바를 이룰 힘은 없어도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정도의 힘은 있다는 말이다.

누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촉발시킨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다음 개각에서 낙점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김&장 고문 출신이었다.

이 대통령은 15일에도 자유총연맹 행사 자리에서 "전관예우를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다음날 정부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임명했다. 장 사장은 이 대통령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추진본부장과 행정2부시장을 지낸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운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대표적 측근인사다.

역시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더 이상 청와대의 낙하산·회전문 인사는 없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지식경제부가 김쌍수 한전사장 후임에 김주성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 2명을 압축해 인사검증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기획실장은 이상득 의원과 코오롱에서 함께 잔뼈가 굵은 인사다.

전관예우 타파를 외치면서 '절친'들은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원칙있고 투명한 대북정책'을 강조하면서 비밀 접촉을 시도하고, "이제는 공정사회다"는 외침이 높아질수록 비리에 연루된 힘 있는 사람들 명단은 늘어난다. 지독한 패러독스다.

줄줄이 터지는 공직비리에 고강도 사정이 예고됐지만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더 두렵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사정 국면을 무작정 길게 끌고 갈수는 없다. 부처 실무자들이 그냥 손을 놓아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살골은 도대체 누가 막을까?

무슨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도, 반정부 시위가 거세서도 아니다. 그냥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고 자기 말이 자기 족쇄가 되는 형국이다. 이러다보니 국민들은 코웃음만 친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고 '유능하냐 무능하냐'의 문제도 아니다. 그래도 '기본은 하냐'의 문제다. 이 대통령은 17일 국가원로회의 초청 오찬에서 공직 비리를 언급하면서 "과거에 인정되던 관행이나 비리도 일류국가의 기준에서 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언급하면서 "OECD 국가의 청년 실업률이 18% 이상 된다"면서 "숫자로 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네덜란드, 독일, 한국, 일본, 요즘은 일본이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이 정도가 최상으로 나은 편"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현실인식에 무슨 말을 보태겠는가?

수비형 정치로 상대 공격은 막을 수 있을 진 모른다. 하지만 수비수가 자기 골대로 공을 차는 걸 골키퍼가 막긴 참 어렵다. 그게 자살골이다.

하기 싫은 일은 안 할 수 있는 청와대의 힘도 그리 오래가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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