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내용을 재탕하고 있어 논란이 일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비용추계서를 정부가 1주일 만에 다시 제출했으나, 경제성장률 등 주요 변수는 그대로 둔 채 몇몇 수치만 바꾼 '날림' 보고서로 드러나 비난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3일 번역 오류가 밝혀진 기존 한미FTA 비준안을 철회하고 새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같이 제출해야 하는 비용추계서와 재원조달계획을 3년 전 비준동의안에 첨부했던 것을 그대로 다시 내 야당들로부터 "국민들을 바보로 아냐"는 비난이 쏟아졌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지난 3일 제출한 한미FTA 비용추계서를 보정하여 지난 10일 국회에 다시 제출했지만 일주일만에 다시 가져온 비용추계서 역시 문제투성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새로 제출한 비용추계서는 2012년 발효를 전제로 2010년 불변가격 기준을 이용하여 세수효과를 산정했다. 자동차세 세수 효과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2010년 12월31일 현재 비영업용 승용차 대수를 산출 기초로 변경했다. 지난 3일 제출한 비용추계서는 2009년 발효를 전제로 2006년 불변가격 기준을 이용해 세수효과를 산정했었다.
얼핏 보면 정부가 한미FTA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새로 계산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발효년도 등 몇 가지 조건만 짜맞추기 하듯 바꾼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새 비용추계서도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여전히 2007년 전망수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앞서 3일 제출한 추계서에서 2007년 예산편성시 전망치인 950원으로 계산한 환율도 현재 환율(10일 현재 1083원)로 변경했는지 여부도 적시돼 있지 않다.
이처럼 성장률, 환율 등을 2007년 전망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수정'된 한미FTA 비용추계서가 제대로된 경제효과 분석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한-EU FTA 비준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를 보면 알 수 있다. 한EU FTA 비용추계서는 201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준으로 2010년 환율을 반영해 세수효과를 분석했다. 또 10일 새로 제출된 한미 FTA 비용추계서도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의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지만, 한EU FTA 비용추계서에는 "경제위기로 2009년의 수입이 감소한 반면 2010년 수입은 3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또 2003년 이후 EU에 대한 연평균 수입증가율과 관세수입 증가율이 각각 10.39%와 5.07%임을 감안하여 2010년 관세수입 증가율은 16%로 가정"하는 등 일정 정도 상황을 감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일 새로 제출된 비용추계서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2007년 당시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이용한 채 발효년도 등 몇 가지 조건을 짜맞추기 하듯이 변경하여 일주일만에 졸속으로 비용추계서를 다시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미FTA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제대로 작성하려면 당연히 경제적 효과분석을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며 "이번 비용추계서에서도 지난 2007년 이후 세계적 금융위기로 바뀐 경제환경은 물론, 4년 동안 바뀐 수출입환경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200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사용한 행태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박 의원은 "정부는 더이상 '꼼수'를 부리지 말고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라진 경제상황을 반영한 경제적 효과분석을 실시하여 이를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하고, 이를 기초로 한 비용추계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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