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불법 온라인 카지노사이트가 판을 치는 한국인과 현지인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불법 온라인 도박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곳이다.
박상우(가명)는 한국에서 사기혐의로 수배되기 직전인 2010년 여름,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운 좋게 마닐라로 도피한 인물이다.
올해 50세인 박상우는 2010년 마닐라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수중에 돈이 거의 바닥 난 상황에서 아는 사람도 없어 비참한 생활을 하며 살았다.
말도 통하지 않은 탓에 돈을 버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마닐라 외곽 지역에 살았던 그는 어느 날 500페소(1만 7500원)를 어렵게 마련하여 가게에서 쌀 20킬로그램을 샀다.
브레이크도 없는 낡은 자전거를 타던 그는 자전거 뒷좌석에 비닐봉지로 싼 쌀을 싣고는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운이 없게도 그는 웅덩이에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비닐 포대가 찢겨져 터져버리는 바람에 비닐포대에 담긴 쌀은 순식간에 웅덩이와 도로변 등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진 그는 한숨을 쉬며 안전부절하다가 쌀을 집에 가져가지 못하면 며칠을 굶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해 쓸어 담을 수 있는 쌀을 최대한 긁어모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왜 고국을 떠나 이곳 머나 먼 필리핀까지 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참,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 쌀이 없으면 우리 식구들은 굶어 죽게 생겼는데.....”하면서 상의 옷을 벗어 긁어모은 쌀을 담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고생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악착 같이 돈을 벌어야 한다. 이 세상에 누구도 믿을 사람이 없고, 도움을 받을 사람조차 없는 이 낯선 이국땅에서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제는 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을 하고 또 다짐했다.
이러한 고생을 하던 박씨는 마닐라에서 사귄 한 한국인 온라인 카지노 사업가에게 부탁해서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하며 일을 배웠다.
이렇게 고생을 하던 박씨는 1년 뒤 다른 한국인과 동업하여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시작하였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카지노 도박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당시 돈을 벌면서 박씨는 술 한 잔 마시지 않을 정도로 허튼 돈은 일절 쓰지를 않았고, 저축을 하듯이 돈을 모아 나갔다.
마침내 2014년부터 수십 억 원의 재력을 다진 뒤 그는 2015년에는 100억 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보증금 20억 원의 고급 빌라로 알려진 45평 맨션을 렌트로 얻고 아들은 학비가 가장 비싸다는 외국인 학교에 보낼 정도의 상류층으로 호의호식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런데 재산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쌓이게 되자 박씨 부부는 카지노에 출입하기 시작하였고, 유흥비는 물론 가구와 의류, 자동차 구입에도 돈을 펑펑 지출하는 신세로 바뀌었다.
자전거에 싣고 가던 쌀자루가 터져 울면서 쌀을 손으로 쓸어 담던 그 어렵고 비참했던 과거를 망각하고는 하루아침에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2016년 여름, 박씨는 부인과 마카오로 쇼핑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35억 원의 거액을 들고.
그러나 그는 마닐라 공항에서 출국해 마카오에 도착한지 불과 서너 시간 만에 마닐라의 가장 친한 A씨에게 전화를 하였다.
“형님! 저 내일 아침 비행기로 마닐라에 돌아가게 됐어.”
“아니, 1주일 동안 관광도 하고 쇼핑도 한다더니...”
“글쎄 마카오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푸는 동시에 곧장 카지노에 가서 게임을 했는데 3시간도 안 되어 가져간 돈 35억 원을 몽땅 탕진해서 쓸 돈이 없잖아. 그래서 꽁지돈 15억 원을 빌려 마누라와 쇼핑하고 내일 비행기로 돌아갈 거야.”
이런 생활을 하던 박씨는 2016년 10월 한국 경찰에 꼬리가 잡혀 필리핀 현지 경찰과 공조수사로 검거되고 말았다.
한국에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한 박씨는 평소 돈으로 친분을 다진 경찰 간부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헤이, 폴리스 팡! 내가 한국과 필리핀 경찰에 붙잡혔는데 당장 빼내 주면 100만 페소를 주겠네. 부탁해.”
“오케이, 내가 작업해 놓을 테니 석방되면 바로 연락하라고.”
필리핀 간부 경찰의 연락을 받은 현지 경찰은 한국인 경찰관에게 “이 친구는 더 조사할 일이 있으니 조사가 끝나면 기다렸다가 인수를 하도록 해요.”하고 필리핀에 박씨 송환을 위해 파견 나온 한국인 경찰관을 안심시켰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경찰서에서 박씨를 조사실로 데려간 필리핀 경찰은 뒷문으로 내보내면서 “잡히지 않게 멀리 도피하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곧장 경찰간부에게 연락해 100만 페소를 지급하고 태국으로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위조여권도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한편 경찰서에서 필리핀에서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해온 박씨를 비롯한 5명의 한국인 일당을 인계받아 한국으로 송환하려던 경찰은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만 하였다.
“한국인 범죄인들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마닐라 경찰서에서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구속 필요성이 없어 모두 불구속 수사를 하도록 석방했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결국 필리핀 경찰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을 안 한국 경찰은 빈손으로 귀국할 수 밖에 없었다.
박씨와 잘 알고 지내던 교민 A씨의 회고.
“마닐라로 도피해서 어렵게 살던 박씨는 밑바닥 생활을 거친 끝에 온라인 카지노 도박사업으로 거액을 벌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빌라를 전세 살면서 카지노에서는 수십억 원을 탕진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았다.
남편이 카지노에서 돈을 잃으면 부인이 잃은 돈보다 더 많이 따는 재주를 가졌던 부부였다. 좋은 음식만 먹고 카지노를 즐기면서도 운동은 전혀 하지를 않아 박씨는 아랫배가 불룩하였다.
그는 경찰에 체포됐다가 필리핀 경찰의 도움으로 몰래 풀려나 태국으로 도피해 살고 있다. 마닐라에서는 한 달에 수억에서 수십 억 이상씩 돈도 잘 벌지만 쓰는 돈 또한 흥청망청 지출했다.
카지노에 거액을 탕진하고 보석과 명품 쇼핑에도 큰돈을 펑펑 쓰는 것이 일상이었다. 생일 선물로 최소 수백만 원짜리 가방과 보석을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필리핀 도피생활 초창기 눈물 젖은 빵을 먹던 그가 거액을 벌면서 어려운 시절 각오를 잊고 흥청망청 사는 바람에 다시 도피자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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