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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손댄 낙동강 하구, 귀화식물이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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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손댄 낙동강 하구, 귀화식물이 점령하다

[함께 사는 길]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기후변화가 야기한 인위적 현상

#1.
2017년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붉은독개미'(red imported fire ant)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붉은독개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세계 100대 악성 침입종'으로 지정한 생물이다. 당국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현장을 찾기까지 할 정도로 '이 생물의 외부 이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0월 하순, 광양에서는 '열대 붉은불개미'(solenopsis) 100여 마리가 발견돼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계 기관과 언론이 '그 독성이 붉은독개미보다는 훨씬 약하다'는 정보를 내자 부산의 '붉은독개미' 때만큼 혼란이 커지진 않았다.

#2.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낙동강 둔치 가장자리에 낙동강관리본부가 세워 둔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 안내문' 앞에 부산지역 공원유입 귀화식물 조사단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외래생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어류나 동물은 뭘 어찌하라!'는 안내를 하면서도 안내판 주변에 지천으로 핀 '생태교란 식물에 대해서는 어째서 일언반구도 없냐?'는 내심이었다.

#3.
2012년 5월 3일. 이명박 정권 4대강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부산권 낙동강 살리기사업'의 결과물인 '대저생태공원 개장식 및 유채경관단지(76ha) 제1회 유채꽃축제'가 열렸다. 그 뒤 봄마다 대저생태공원에서 유채꽃축제가 열려 노란색 꽃물결이 출렁인다. 문제는 가을에도 노란색 꽃물결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북미원산 귀화식물인 국화과 미역취속 양미역취(Solidago altissima L.)가 대저생태공원의 가을을 물들이는 주인공이다. 탐방객들은 양미역취 밭에 들어가 유채꽃밭에서처럼 기념사진을 찍는다.

#1~3은 외래생물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 수준, 특히 '귀화식물이 어떻게 시민의 인식구조에서 소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독개미의 독성이 가지는 위험성과 양미역취가 토착 식물생태계에 가하는 교란이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것은 부정할 순 없다. 다만 이들 외래생물종의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정량화 한 연구보고가 국내에는 없는 상태에서 불안감을 막을 길은 없다. 해외의 경우 관련 데이터 축적과 함께 피해 규모 예측 자료들이 지속적으로 갱신되고 있다.

▲ 부산지역 공원 유입 귀화식물을 조사하는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조사단. ⓒ이성근

반짝 위기의식과 망각의 되풀이

외래생물종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대응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환경개발회의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에 기초한다. 이후 각종 국제환경회의에서 외래생물종은 단골 논의의제가 되었다. 외래생물종의 침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커진 탓이다. 지난 201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1세기 지구의 가장 주요한 환경문제' 가운데 하나로 '침입외래종 문제'를 꼽았고, 그로 인해 '세계 GDP의 10퍼센트가 감소했다'고 밝히며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위협적 존재'라고 침입외래종을 규정했다. 실제 영국 왕립식물원은 침입외래종으로 인한 피해가 '세계경제규모의 5퍼센트'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 그 피해가 각각 연간 17억 파운드(2조9000억 원)와 1380억 달러(약 163조 원-미연방 산림청 USFS)라고 밝혔다.

국내에 유입되는 외래생물은 과거에 없던 생물이므로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외래생물이 지역 고유생태계의 교란을 넘어 '종(種)의 축소', 더 나아가 '종(種)의 종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환경부는 국내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 IAS)의 유입과 관련해 세계침입종프로그램(Global Invasive Species Program, GISP)은 4가지로 침입 경로를 나눈다.

첫째, 자원조성과 식용, 애완용, 방생용, 농가수익 목적으로 도입한 경우가 있고 또한 장식용이나 토지 비옥화 목적으로 수입한 '의도적 유입'도 있을 수 있다. 둘째, 선박평형수(Ballsat Water)나 농산물, 목재, 종자, 토양, 차량, 소포, 여행자의 짐 등에 붙어 들어오는 '비의도적 유입'이 있을 수 있다. 셋째, 동물원의 사육동물 수입이나 연구 목적으로 각 연구소를 통해 도입되는 '폐쇄 도입'이 있을 수 있다. 넷째, '도입 후 확산 매개체'로 외래생물이 국내로 유입된 후 확산하는 경로인데 앞의 3가지 요인을 불문하고 외래생물의 확산을 증진하는 인간 활동과 구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토착 생태계 교란하는 귀화식물

그렇다면 외래생물 가운데 '귀화식물'(naturalized plant)이란 뭘까? 본래 생육하지 않은 지역에서 자연적,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2차적으로 도래 침입하여 야생화되고 기존식물과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를 이루는 식물의 총칭이다. 귀화식물은 크게 사전귀화식물과 신귀화식물로 구분한다. 사전귀화식물은 1876년 개항 이전 유입된 논밭 잡초로 분류되며, 개항 이후 들어온 식물을 신귀화식물이라 한다.

2017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발행한 <한국 침입 외래식물의 이해>에 따르면 국내 외래식물은 모두 427종으로 국내 자생식물 4100여 종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외래식물은 대부분 항구를 통해 유입된다. 부산의 경우 귀화식물이 들어오는 모든 경로가 열린 곳과 같다. 흔히 1차 귀화라 하여 항구나 공항 부근, 쓰레기매립장, 강변 둔치, 외국군 주둔지, 목장지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곳에서 1차 귀화가 이루어진 식물이 세대를 거듭하는 생활 고리를 반복하며 점차 분포지역을 넓혀나가는 것을 2차 귀화라 한다.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식물군집의 천이 과정에서 다음 단계의 식물에 의해 소멸되지만, 살아남은 귀화식물들은 새로운 생육지를 찾아 2차 귀화를 진행하는데 대부분은 각종 개발에 따른 원형 상실지와 농경지가 무대가 된다.

지역별 침입 외래식물 분포를 보면 제주지역에 가장 많은 종(187종)이 서식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경기와 전남이 각각 164종, 인천 163종, 서울 158종, 강원 151종의 순이다. 광주가 56종으로 가장 적고, 대전(64종), 울산(71종), 충북(91종), 부산(99종)의 순으로 분포가 이어진다.

대규모 지형 개조한 곳마다 귀화식물 천지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가 '부산지역공원 유입 귀화식물 조사'를 펼쳤다. 약 5개월간 산지형 공원과 평지공원, 도심 주거지역 내 근린공원, 수변공원 등 21곳에서 이루어진 조사 결과 27과 113종의 귀화식물을 확인했다. 조사 시기를 확대하고 벼과 식물을 더 세밀하게 조사했다면 더 많은 종을 발견했을 것이다. 실제 장소와 공간 특성상 '공원' 내로 설정했기 때문에 리스트에는 넣지 않았지만, 낙동강 하구에는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식물종이 모두 존재한다.

특히 지역 내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종은 가지과의 도깨비가지, 국화과의 단풍잎돼지풀·돼지풀·양미역취, 벼과의 털물참새피 등이다. 해당 종들은 도심 내 공원인 부산시민공원과 나루공원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인근 주택지나 도로변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을 뿐 아니라 낙동강 하류부 대부분의 수로를 잠식한 상태다.
반면, 지난 2011년 문제시되었던 낙동강 둔치의 가시박은 그 세력이 현저히 줄었음이 확인됐다. 이는 지속적 제거의 결과로 추정된다. 아울러 산지형 공원 내 숲 가장자리 송림 등 다양한 곳에서 출현이 예상되었던 서양등골나물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사상근린공원에서 1개체만 발견돼 그러한 예측과 실제의 차이를 부른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숙제가 생겼다.

ⓒ이성근

21곳의 다양한 서식지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산림이 안정된 혹은 숲의 천이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어린이대공원이나 금강공원에서의 귀화식물 유입은 종수나 빈도가 현저히 낮았다. 반면 수변이나 평지공원, 특히 한때 대규모 개발에 노출되었거나 사람의 간섭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낙동강 하구 둔치나 해운대 나루공원 등에서 귀화식물의 유입이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낙동강 하구 둔치의 경우 4대강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지형 개조가 있었다. 수변부의 절토와 정지작업을 통해 하천토양이 발가벗기듯 드러난 둔치부에 중장비와 온갖 공사 기자재가 투입되었고, 막판 공원을 조성하면서 메타세쿼이아 같은 교목류의 인위적 식재는 외부 식물의 유입을 가속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4곳의 둔치부 공원 이름은 하나같이 '생태공원'이란 직함을 달고 있다. 유사한 사례가 부산시민공원이다. 2014년 개장 전후 지형이 달라진 부산시민공원에는 공원 내 47종의 교목 1만여 그루와 45종의 관목 100만 포기가 전국 각지에서 공수되었다. 공수된 교목들은 국내에서 자라긴 했지만, 이식과정에서 각 지역의 초본식물 씨앗이 그대로 묻혀서 왔고 조성 후 발아했다. 이에 대한 추적은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전후 식물상 조사를 수년간 벌인 결과 확인했던 대목이다. 특히 개장 전 미군이 61년간 주둔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부산시민공원의 귀화식물 종수가 다른 지역공원에 비해 높은 것이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토양조건이 좋아지면 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귀화식물은 황폐해진 땅을 개척하는 식물군이다. 결국 귀화식물의 창궐과 번성은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교역의 확대, 기후변화가 야기한 인위적 현상이다. 다만 그 번식과 생존전략이 매우 뛰어나고 가변성이 많아 토착 식물생태계가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종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 발견과 지속적 제거가 관건이다.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가 귀화식물의 토착 생태계 교란을 저지하기 위한 실천을 지속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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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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