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한 당내 중진들이, 홍 대표가 자신들의 요구를 일축한 데 대해 재차 비판 성명을 냈다.
한국당 정갑윤·이주영·심재철·정우택·홍문종·유기준·나경원 의원은 12일 낸 성명에서 "홍 대표는 지난 8일 우리 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 12명이 요청한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를 거부했다"고 지적하고 "오직 당과 나라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제기한 중진의원들의 합당한 요청을 인신공격적 언사마저 동원해 비난하고 걷어차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 대표가 취해야 할 자세로 있을 수 없는 오만함"이라며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어떤 쓴소리도 듣지 않으려는 이런 대표의 태도는 국민이 우려하고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는 현 정권의 독선적이고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의 한국당은 국민들에게 유일 대안 수권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한 채 지지율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누구의 탓보다 바로 홍 대표 본인의 독선적이고 비화합적인 비호감 정치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는 지적을 홍 대표 본인만 듣지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는 게 지금의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종일관 원맨쇼 하듯이 당을 이끌고 있다", "독선적 태도" 등의 표현도 동원됐다. 특히 이들은 "당 대표 1인의 사당적 욕심 때문에 대한민국 유일 보수적통 정당인 한국당이 이렇게 지리멸렬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는 없다"며 사당화(私黨化) 논란에 다시 재점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원들에게조차 호감을 얻지 못하는 당 대표의 소통과 공감 능력 부족은 당내 구성원 다수의 건전하고도 충정어린 다양한 의견들로 시급히 극복돼야 한다"며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비롯한 당의 많은 정치적 회의체들이 활성화되어 수많은 현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거듭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 8일 이들 7명과 강길부·신상진·정진석·주호영·한선교 의원 등 12인은 홍 대표에게 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했고, 홍 대표는 이에 대해 "나는 이 당의 정치 대선배"라며 일축하는 태도를 보였다. (☞관련 기사 : 홍준표 "중진회의? 내가 이 당의 정치 대선배")
홍 대표에게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요구한 이들 가운데에는 정갑윤·정우택·홍문종·유기준 의원 등 구 친박계 중진들이 포함돼 있어, 이른바 친홍(親홍준표)-친박 그룹 간의 구원에 다시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또 홍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과 행보를 같이해온 김현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를 해제했다. 장제원 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김 의원 관련 최고위 표결을 한 게 아니고, 홍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과반 이상이 찬성하니 통과시키자. (반대하는) 김태흠 최고의원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지만 최고위원들 전체 의견을 반영해 통과시키자'고 말하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탄핵 당시 보수세력 내 '반란표'를 던졌던 바른정당 의원들과 김현아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감정은 당연히 좋지 않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석상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데 이어 별도 성명서까지 내고 "홍 대표의 독단, 무원칙, 사당화된 당 운영으로 한국당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을 향해 총질을 하고, 당원들을 조롱하고 배신했던 김 의원에 대한 징계 해제에 대해 제가 절차적 원칙, 형평성, 비례대표 희화화 등 사유의 중대성을 이유로 끝까지 반대했음에도 홍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힘으로 밀어붙여 결정했다"며 "비례대표 의원직만을 유지하려는 꼼수와 욕심으로 당과 당원들을 비웃음거리로 만든 그에 대한 징계 해제를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낼 일인가?"라고 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한 후 '늘푸른한국당'을 세운 이재오 전 의원의 재입당 또한 이날 이뤄졌다. 이 전 의원은 탈당 후에도 박근혜 정부와 친박계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 왔다. 이 역시 홍준표 지도부와 구 친박 그룹 간의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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