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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그림 9억원에 팔려…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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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그림 9억원에 팔려…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최고가'에는 여러가지 엇갈린 시각도 있어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 국내에서 실시된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14일 오후 실시한 제99회 근현대 및 고미술 경매에서 박수근의 유화 '시장의 여인'이 전화 응찰자에게 9억 원(이하 수수료 별도)에 낙찰됐다.

박수근의 그림은 올해 들어 1월26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노상'이 5억2000만 원에 팔렸고 지난달 9일 신생 경매회사인 K옥션 경매에서 '나무와 사람들'이 7억1000만 원에 낙찰된 데 이어 3차례나 최고가 기록을 바꿨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경매에서는 지난해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가 약 14억6200만 원에 판매돼 한국 현대미술품 중 최고가에 팔렸다.

이날 판매된 '시장의 여인'은 30×29㎝ 크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캔버스 위에 길에 쪼그리고 앉아 노점을 벌이고 있는 여인을 꽉차게 그려넣은 1960년대 작품이다.

개인 소장자가 내놓은 이 작품은 박수근 특유의 화강암 같은 바탕의 질감을 제대로 살린 데에다 소박한 서민의 삶을 담은 소재, 보존 상태, 작품의 완성도 등 여러가지 면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뒷면에 연필 서명이 있다.

이날 경매에서는 조선시대 왕의 상징인 오족(五足) 용이 그려져 있는 조선시대 백자인 '청화백자오족용문대호'가 6억1000만원에 팔렸다.

오랜만에 경매에 출품된 요절작가 이인성의 '자화상'은 낙찰되지 못했고, '정물'만 1억 원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에는 총 194점이 출품돼 139점이 낙찰, 71.65%의 낙찰률을 보였고 낙찰총액은 23억8920만 원이었다.

***박수근그림 최고가에 미술계 엇갈린 시각**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국내 근현대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바꿔놓는 것을 보는 미술계 안팎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위축된 미술품 시장을 이중섭ㆍ박수근 작품 위작시비가 더 냉각시킨 상황에서 특정 작가의 작품에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가격에 지나치게 거품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반 아파트 한 채 값을 훨씬 웃도는 9억 원이라는 가격은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가져보려던 소박한 미술애호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14일 낙찰된 작품 '시장의 여인'이 30×29㎝로 5-6호 크기이고, 지난달 9일 K옥션에서 낙찰된 작품 '나무와 사람들'이 30.5×20㎝로 4-5호 크기인 점을 감안하면 박수근 작품의 호당 가격은 2억 원정도로 굳어지는 추세다.

호당 가격으로 비교하기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박수근과 함께 '빅3'로 불리는 이중섭 작품이 대략 호당 1억 안팎이고 김환기의 '점' 시리즈는 100-120호 짜리가 6억9000만 원까지 올라갔다.

특히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유화가 300여 점, 수채화와 드로잉이 약 200-300여 점으로 작품이 1000점에 달하는 다른 작고 작가들에 비해 그리 많지는 않은 편.

이 중 약 3분의 1이 박수근의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부터 꾸준히 수집에 나선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어 시장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작품은 적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박수근 작품 5-6점이 경매에 나왔고 3번이나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그간 경매에서 박수근 작품이 좋은 값을 받기 시작하면서 개인 소장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데에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경쟁체제에 돌입한 영향이 크다.

후발 경매회사인 K옥션이 첫 경매의 간판 미술품으로 박수근의 '나무와 사람들'을 확보해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면서 서울옥션과 K옥션이 스포츠의 신기록에 도전하듯 최고가 경신 경쟁에 나선 양상이다.

게다가 고가품일수록 경매에 내놓는 사람이나 낙찰받는 사람이 내는 수수료(낙찰가의 8-10%)가 커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경매회사들로서는 경영과 직결되는 수입원이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소장자들이 경매회사 두 곳에 모두 작품을 경매에 내놓을 뜻을 넌지시 전하는가 하면 한 회사에 의뢰하려던 작품을 막판에 다른 회사에 의뢰하는 등 소장자들만 배짱을 튕기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상업화랑들의 자본으로 이뤄진 경매회사들이 일부 스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너무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14일 경매에서는 오랜만에 나온 요절한 천재 작가 이인성의 '자화상'은 낙찰되지 못해 스타작가 편중 현상의 단면을 보여줬다.

물론 작품의 작품성에 걸맞는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은 박수근의 '시장의 여인'에 대해 "몇 년 전 감정을 하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박수근 작품의 백미 중 하나"라고 격찬했다.

또 작품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피카소 작품은 인정하면서 우리 화단의 간판 작가의 작품에 인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산품의 가격을 판단하는 잣대로 예술품의 가격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옥션 측도 이번에 나온 작품에 대해 화강암 표면 같은 '박수근표 마티에르'를 제대로 살린 최상급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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