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에서 물러난지 보름 만에 당내 '저축은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으로 돌아온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컴백하자마자 청와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구속기소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청와대는 박 전 원내대표의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며 "근거없는 음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공격에 나섰고, 박 원내대표는 31일 "'말조심하라'며 책임을 운운하는데 공갈인가"라고 맞받아쳤다.
원내대표 시절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발언 등을 놓고 청와대와 '전쟁'을 벌였던 박 전 원내대표였다.
靑 "도의에 어긋난 정치 책임져야 할 날 올 것"
민주당이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가운데 청와대는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방어하고 있다. 단순 방어를 넘어 "책임지라"는 공격도 곧바로 시작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1일 "제1야당의 핵심이란 분들이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국민을 혼란케하는 근거없는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며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근거없는 의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총 3가지다. 박 전 원내대표가 "삼화저축은행이 부산저축은행으로 인수·합병(M&A)될 때 정진석 정무수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것이 첫 번째다. 청와대는 부산저축은행은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 외에도 청와대는 저축은행을 위해 청와대에 청탁을 하려 했던 박모 변호사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의 친삼촌이라는 주장(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청와대가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대통령훈령 '비위공직자 의원면직 처리조항' 위반이라는 주장(박선숙 민주당 의원) 등이 모두 거짓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한 건 잡았다'는 분위기다. "도의에 어긋난 정치에 대해 책임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며 강경한 발언이 나오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이기도 하다. 야당 의원들의 정치적 책임도 물으면서 예봉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목포 보해저축은 연루설, 사실 아냐"
이런 공격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역공을 시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청와대가 '말조심하라'고 경고를 했는데 그러기 전에 자기들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도망다니고 있는 이모 씨 등 두 사람의 브로커가 문제인데, 정진석 정무수석과 신 명예회장이 막역한 사이라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가 지적한 '거짓'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김연광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몇 번 전화를 해 '부산이 삼화를 M&A 한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신 명예회장이 부산저축은행 돈으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 수석의 역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갈에 넘어갈 박지원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나와 한 번 해보자는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또 "한 기자가 전화를 해 제가 목포 보해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해 달라고 청와대에 부탁했다고 하던데 그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해저축은행 연루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BIS비율 조작 로비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청와대가) 나보고 '보해저축은행 때문에 찔리는 게 있어서 강공을 한다'고 한다는데 다 파보라고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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