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합병증으로 거동도 못하는 진폐환자의 곁을 24시간 보살펴야 하는 간병인 수당제도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강원 태백시 장성동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진폐병동에 요양 중인 260여 명의 진폐환자 가운데 거동불능과 호흡곤란 등으로 항상 간병인이 필요한 환자가 최소 10여 명 수준을 넘고 있다.
이 병원 4층과 5층에 산재보험으로 입원 요양 중인 진폐환자 가운데 박모(72), 이모(78), 전모(84)씨 등은 진폐증 외에 호흡곤란, 뇌경색 등으로 24시간 간병인이 식사와 대소변을 챙겨야 한다.
지난 1998년부터 산재요양을 받고 있는 박씨의 경우 지난해 3월 4일 진폐증으로 인한 거동불편과 운동 부족 등으로 뇌경색이 발병하는 바람에 목에 음식투입구를 만들어 음식과 약을 투여하고 있다.
처지는 비슷한 이씨도 20년 가까이 진폐환자로 요양을 받다가 역시 2007년부터 뇌경색 증세가 나타나면서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부인이 24시간 병수발을 들지만 차도는커녕 갈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형국이다.
이웃 침대에 누워 지내는 전씨도 지난 2005년부터 요양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20일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경색으로 식물인간처럼 지내기 때문에 간병인이 24시간 필요한 실정이다.
또 이 병원 4212호실에서 요양 중인 김모(81)씨는 지난 2014년 8월 입원과 동시에 거동이 불편해 물리치료를 받다가 지난해부터 뇌경색과 우울증이 겹쳐 침대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인 김모(78)씨는 “간병수당을 신청했지만 진폐증과 뇌경색이 연관이 없다고 단호하게 자르더라”며 “상식적으로 보면 진폐 때문에 거동도 못해 합병증이 생겼는데 규정상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병인 강모(89)씨는 “남편이 거동을 전혀 못하는 바람에 5년째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병상을 지키는 실정”이라며 “산재보험제도에 간병인 수당이 있다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죄지 못하는 간병수당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진폐와 합병증 연관이 있어야 간병수당도 해당될 수 있다”며 “현행 제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개선대책을 건의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인동 대한진폐협회 회장은 “거동도 못하는 진폐환자의 간병인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간병수당을 묵살하는 것은 산업전사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며 “진폐증이 먼저 발병하고 나중에 생긴 합병증은 모두 합병증으로 인정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260여 명이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태백병원에는 간병수당으로 받고 있는 간병인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더구나 태백병원은 지난해 연말 3내과 과장이 병원을 그만두면서 단 2명의 의사들이 260여 명에 대한 진폐환자를 진료하며서 외래환자까지 돌보기 때문에 부실진료도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거동이 불가능한 진폐환자 가운데 부인 등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간병할 가족이 없으면 환자가 월 120~210만 원의 간병료를 지불해야 한다.
2월 현재 강원도 태백, 동해, 정선병원과 영월의료원을 비롯해 전국 20개 진폐요양기관에서는 2000명 가까운 진폐환자들이 요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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