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부터 참여해 청와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거치며 요직을 맡아 온 박재완 장관 후보자인만큼 야당은 "경제 전문가도 아닌 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결국 'MB 아바타'를 찍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재완 후보자는 "대통령에게 건의드릴 것은 드리고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폐해는 친서민, 중도실용, 동반성장으로 보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계부채, 전체적으로 감당할만한 수준"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MB노믹스'의 가장 큰 폐해는 양극화 심화"라는 이강래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박재완 후보자는 "그 점에 대해 분명히 말하는데 2000년 이후 지속되던 양극화 심화 추세가 경제위기 이후 나아지고 있다"고 '발끈'했다. 양극화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심화된 것이지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아니란 항변이다.
박 후보자는 '감세 정책'에 대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비춰 세율이 낮지 않다"며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에 찬성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법인세는 특히 주주 뿐 아니라 근로자, 소비자에게 다 확산되며 (우리 기업이) 치열한 국제 경쟁에 노출돼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자는 "세율은 낮추고 세입 기반은 넓혀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에 대해 박 후보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가계부채 대책을 묻는 질의에 박 후보자는 "(가계부채의) 80% 정도는 고소득층의 부채여서 큰 문제는 없다"며 "저소득층 가계부채가 문제지만 전체적으로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野 "'MB 아바타'로 갑자기 발탁된 것"
정부 정책 기조를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는 박 후보자의 답변에 야당들은 정책 기조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성실하고 유능한 것은 인정하겠는데 전혀 준비도 돼 있지 않고 개각 발표하기 50분 전에 그야말로 '화재 경보'식으로 발탁한 것은 인사권자의 분명한 뜻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의 뜻은 '경제는 내가 제일 잘 아니 지침을 주면 충실하게 잘 집행할 사람을 찾자'는 것 아니었겠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결국 'MB의 아바타'를 찾다가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박재완 후보자가 왜 기재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냐면 전문성보다는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방향성이 틀리면 뛰어난 능력은 오히려 흉기가 된다"고 질타했다.
이용섭 의원은 "한나라당조차 'MB노믹스는 실패했다'며 수정을 얘기하는 이 시점에서 기재부 장관은 정부 정책 기조를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도 물가대책 등 주요 현안을 거론하며 박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친박계의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인수위 시절 박 후보자가 정책과 감독을 같이하는 기관, 금융위원회 설립을 주도했는데 이는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것"이라며 "그 결과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도 세종시, LH공사 통합 등을 거론하며 "정책 전반이 균형을 찾지 못했고 사회가 상당한 수준으로 양극화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신중하게 검토해야"
박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따른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와 관련해 "모범답안은 없으며 장단점이 다 있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금감원이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도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사 체계에도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서 "정부도 서둘러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예금과 채권 보장 범위를 놓고 그는 "5000만 원 초과 예금과 후순위 채권까지 보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8년째 성균관대 휴직…미안하지만 공직 마치고 복직할 것"
한편, 박 후보자가 성균관대 교수 자리를 8년 째 휴직 중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좋은 교수직을 8년 동안이나 비워놓고 있는데 미안하지 않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떠냐"고 따져 물었다.
오 의원은 "이 정부 들어 요직을 거쳤으니 성균관대에 사표를 내도 나중에 갈 곳은 많지 않냐"며 교수직 사퇴 의사를 재차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공직을 마치고 구차하게 이런 저런 것을 하기보다는 원직으로 복직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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