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을 파견키로 하자 청와대는 7일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파견한 것 자체가 파격적인 신호를 준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은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고위급 대표단 명단을 확정했다. 대표단에는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동계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서,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파견한 의미에 대해 "김여정의 북한에서의 역할을 볼 때 한정된 역할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내려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대표단은 일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일부는 현재 판문점을 통한 접촉을 통해 북한 대표단이 방한 기간 중에 어떤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지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관심은 북미 대화가 이뤄질지로 모아진다. 오는 9일 개막식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사전 리셉션 행사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이 만날지로 시선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리셉션 초대 여부에 대해 "대표단 세 분이 다 오는지는 확인 안 했는데, 상식적으로 봤을 때 리셉션에 참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과 북측 대표단이 같은 테이블에 앉을지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일방적으로 할 순 없다"며 "양 당사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일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북한 인사와 겹치지 않게 동선을 짜달라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청와대에서 확인하기는 곤란하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표단에 힘을 실은 것과는 달리,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낼 뜻을 펴왔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우리는 모든 경제적,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으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주고받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미국 쪽과도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북미 대화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대화 타진에 대해 "정치는 생물이기에 정치적인 역동성이 발휘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