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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無化시키지 않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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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無化시키지 않는 힘

[프레시안 10년을 말하다]<7>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프레시안 10년을 이렇게 글로써 축하할 만큼의 애정이 있다고, 애독해왔다고 자신 못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 프레시안을 꾸준하게 찾았고 축하 글까지 쓰게 됐습니다. 퍼뜩 그 이유를, 제가 기자임을 오래전부터 괴롭혀온 황지우 시인의 글에서 찾습니다.

"매스컴은 反커뮤니케이션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부끄럼 없이 말하는, 어떻게 보면 좀 무정할 정도로 정직한 의사소통의 전형인 문학은 따라서, 진실을 알려야 할 상황을 무화(無化)시키고 있는 매스컴에 대한 강력한 항체(抗體)로서 존재한다."(황지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에서)

모든 진실은 형식의 틀 속에서 독자적 빛을 내면서 동시에 갇히는, 한계적 의미만을 갖습니다. 문학도 그러하지만 제게 매스컴은 그 한계가 유독 깊고, 특히 지금의 시대 상황이 그 한계를 한계 없이 깊게 하고 있어서 이 글은 날을 세우고 달려듭니다. 부끄럼없이 말할 수 있는, 무정할 정도로 정직한, 진실을 알려야할 상황을 무화(無化)시키지 않을 수 있는 언론은 애당초 불가능한가? 정답을 제시할 언론은 없지만, 프레시안 10년은 나름의 모색입니다.

제가 본 프레시안의 이미지는 명징성입니다. 이것도 말하고 저것도 말하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진실을 알려야 할 상황을 무화(無化)시키는 언론을 무색하게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제 눈을 파고드는 프레시안 기사 제목은 "경쟁에 집착할수록 성적-실적-연봉 다 떨어져(공작의 꼬리 경쟁 23-경쟁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입니다. 이 주제를 지금의 KBS가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경쟁이 반드시 효율적인가?" 아니면 "경쟁의 그늘?" 이 정도의 어중간한 제목이 되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프레시안', 스스로 자신의 좌표를 명확히 알리는 바로 그 관점이 프레시안의 가치입니다. 어설프고 가당치않은 객관주의를 공개적으로 버리는 순간, 주관적 진실이 당당하게 설 자리가 생기고 한국사회를 비출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어떤 진실도 주관성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므로, 오히려 관점을 명확히 밝히는 정직성, 투명성이 치우침과 편파를 경계하게 하는 힘을 키워주기 때문에 프레시안은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무엇보다 프레시안은 '자유로운 비판 정신'의 다른 이름, '성역 없는 비판의 자유'의 공간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따지지 않고, 시대와 성별과 인종과 종교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도 야멸차게 진실을 물을 수 있는 꼿꼿한 정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한국언론이 금기와 성역을 강요당하며 체질화했기에 새삼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이유를 자문합니다. '자유로 인한 특정한 해악이 발생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가끔 해를 끼친다. 그러나 자유를 막아서 발생하는 해악과는 비교가 안된다.'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시대의 해악이며 동시에 자기무덤을 파는 자멸적 행위입니다.

그리고 프레시안은 오프라인으로 인쇄하고 싶은 언론입니다. 지금 책상 위에 인쇄된 프레시안은 '평등에 관하여', '자유란 무엇인가' 등 입니다. 기사라기보다는 추상적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소고(小考)에 가깝습니다.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원칙과 기본을 축약한 이 단어들은, 지금 같은 퇴행의 시대를 고민할 때 이마에 등불로 달고 다녀야할 것들입니다. 따뜻하게 표현하면 '인간다운 세상'이 되겠지요. 물론 공영방송 KBS도, 신문도 이 같은 주제로 대중적으로 토론하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이른바 '공론의 장'이 서게 합니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그 학술성과 깊이에서 대중성을 넘어서는, 궁금증을 에누리없이 긁어주는 시원함이 있습니다.

프레시안 10년을 축하합니다. 한국 언론의 스펙트럼과 진실을 넓혀온 세월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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