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은 "저축은행의 경영과 관련해 개입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수천만 원의 연봉이나 받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도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의 존재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들을 일종의 '보험', 내지는 '안전판'으로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니었겠냐는 지적이다.
야당들은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이명박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 놓고 있었던 배경으로 이런 '정관계 고위인사 출신의 사외이사'를 지목하면서 "이 정도면 정권 말기 최대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칫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정진석 '거짓해명'도 논란…"4년간 1억 넘게 받아"
정진석 정무수석이 영업정지 상태인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던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허준영 코레일 사장도 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급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허 사장은 현재 영업이 정지된 강원도민저축은행에 2008년 9월부터 6개월간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5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8월까지 2년 동안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장태평 전 장관은 현재 솔로몬저축은행 사외이사다.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제일2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고,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김대중 정권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이종남 전 원장은 제일저축은행과 신라저축은행 두 곳에 사외이사로 있다.
한편 삼화저축은행과 관련해 정진석 수석이 18일 내놓은 해명이 '거짓'이라는 증언이 나와 파문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수석은 "초등학교 후배의 주선으로 사외이사로 등재됐기 때문에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삼화저축은행 경영진과 개인적으로 교류한 적이 없다"며 "1년에 한두 차례 회사의 자문에 개인적으로 응하는 형식으로 사외이사 직무를 수행했고 이후 3년간 매월 활동비 또는 교통비 명목으로 200만 원 정도의 돈을 실명 통장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MBN은 19일 정 수석이 삼화저축은행 감사위원으로 43개월 동안 이름을 올려놓고 받은 돈이 1억 원 이상이고 정 수석과 구석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이 오랜 기간 친분이 두터웠다고 보도했다.
또 국회의원 시절에도 '겸직' 시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법규를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에 문의한 결과 이는 강제 조항이 아니였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이 아니며 정 수석 측이 국회에 문의한 적도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예금자들. ⓒ연합 |
"수천만원 씩 받으면서 파행도 감시하지 못했다?"
야당들은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이들은 먼저 현직에 있는 정진석 수석과 허준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이날 정 수석의 거짓 해명에 대해 "잘못도 잘못이지만 잘못을 숨기고 회피하려는 태도는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 수석과 청와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고백하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저축은행들이 서민들의 예금을 쌈짓돈처럼 써서 부실을 키워 왔는데, 사외이사로 재직해 수천만원의 돈을 받았으면서도 그러한 파행을 감시하지 못했다면, 무릎 꿇고 서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하지만 정권의 핵심인사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부터 할 수가 있나.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예금했다가 날벼락은 맞은 서민들은 정 수석과 허준영 사장의 뻔뻔함에 두 번 울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정진석 수석과 허준영 사장은 서민들 마음에 피멍자국이 남기 전에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 정도면 정권말기 최대 스캔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축은행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했다. 차 대변인은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던 때 저축은행 감사를 무마하려는 압력이 오만 군데에서 들어왔다'던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김황식 총리는 누가 청탁을 했고, 누가 외압을 했는지 이제는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1년 전에 감사원으로부터 저축은행 부실대출이 2조 600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왜 이명박 대통령은 저축은행 부실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인지, 또 그 과정에 누가 개입한 것인지 국민의 의심은 깊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황식 총리의 사퇴, 정진석 수석의 사퇴가 없다면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정진석 삼각라인에 의한 부실대출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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