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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잇따른 카드 사업 진출 타진 속내는?

"금산복합 우회수단…장기적으로 인터넷은행으로 발전할 수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잇따라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범위한 고객망을 갖춘 이통사들이 카드 사업에 뛰어들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불어올 수 있다는 예상이 있는 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경계를 허물려는 또 하나의 우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T는 BC카드,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인수 움직임

KT는 1일 공시를 내고 "자회사인 KT캐피탈에서 BC카드 인수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할부금융과 기업금융, 벤처투자 등을 위해 2007년 출범한 KT캐피탈은 KT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KT는 최근 BC카드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금융지주(27.65%)와 신한금융지주(14.85%)에 지분을 인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두 회사는 KT의 제안을 일단 거절했지만 인수 조건에 따라 재고할 뜻도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KT의 지분 인수 조건을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신한금융지주 측도 조건이 맞으면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는 BC카드 4.95%의 지분을 가진 농협과도 지분 매입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이 같은 행보는 SK텔레콤이 하나은행으로부터 분리될 예정인 하나카드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부터 하나카드의 합작 파트너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SK텔레콤은 경영권을 가질 지분 51% 지분 소유 여부를 놓고 하나은행 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체는 확정된 논의가 없다며 부정하고 있지만 이통사와 카드사의 경쟁이 막이 오른 셈이다.

▲ SK텔레콤이 하나카드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데 이어 KT가 최근 자회사인 KT캐피탈을 통해 BC카드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모바일 뱅킹 16.1% 성장…막대한 가입자수 앞세워 시너지 효과 노려

SK텔레콤과 KT의 카드 사업 진출 시도의 배경에는 최근 성장을 거듭하는 모바일뱅킹 실적이 있다. 한국은행이 7월 발표한 '2009년 2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2분기 모바일뱅킹의 이용건수는 164만 건으로 1분기보다 16.1% 증가했다. 이용 금액도 2474억 원으로 1분기의 1979억 원보다 25%가 늘었다.

이같은 성장에 힘입어 인터넷뱅킹에서 차지하는 모바일뱅킹의 비중 역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7%포인트 늘어난 6.1%를 기록했다. 이용 금액 역시 0.6%에서 0.9%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기존에 IC칩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에 더해 칩 없이도 내장된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뱅킹이 가능하게 한 VM(Virtual Machine)방식의 이용자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6월 말 현재 VM방식 이용자는 527만2000명으로 468만6000명이 이용하는 IC칩 이용자를 넘어섰다.

이통사들이 카드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신용카드의 결제 기능과 이동통신서비스가 결합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가 가능하고 신용카드 할인 혜택이 있는 지역 내 가맹점 정보를 알려주는 위치 서비스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통사들이 보유한 막대한 고객명단을 활용한다면 카드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이 245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활용해 가입자 550만 명, 시장점유율 7%에 그치고 있는 하나카드의 파급력을 키우려는 반면 유선전화 1850만 명, 초고속 인터넷 680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KT는 가입자가 3900만 명을 넘어선 BC카드를 인수해 이에 대항한다는 계획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팀장은 "이통사들이 확보된 고객명부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은 확실히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카드 구매력이 있는 가입자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통사들의 콘텐츠 싸움이라는 것이다.

"아통사 카드 진출, 장기적으로는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계 재편"

이동통신 요금 적정성 논란이 이어지며 이통사들이 콘텐츠 개발보다는 음성통화료 수익 사업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신용카드 사업 진출은 이통사들이 콘텐츠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우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기술과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수 있는 업종이 금융업이라는 옹호와 달리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벽을 우회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SK텔레콤의 신용카드 사업 진출은 산업자본이 소유규제가 비교적 적은 비은행금융기관을 통해 금산 분리의 벽을 피해가려는 또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금융자본에 대한 9%의 소유제한이 풀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우회 수단을 찾아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데 SK그룹 역시 시동을 건 셈"이라며 "자통법 시행으로 지급결제가 가능해진 증권업을 중심으로 금융자본에 접근하는 삼성의 경우와는 달리 SK그룹은 이미 지급결제 기능이 갖추어진 카드사를 보유하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란이 되어온 인터넷은행(별도의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 여·수신이 가능한 은행)의 법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은행의 최저자본금 한도를 낮춘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현재 여신 기능만 있는 카드사가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은행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 산업의 재편이 일어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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