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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가 투항한 '민주성지' PK, 되찾아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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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YS가 투항한 '민주성지' PK, 되찾아 오겠다"

[인터뷰] '민주성지' 순례 나서는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부산·경남이 들썩인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대전에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한나라당 영남 의원들은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 부산·경남에 민주당 의원들의 눈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떠나는 이른바 '남부민주벨트' 순례가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남 출신의 정 최고위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까지 5박6일 동안 한반도 남부를 도보로 도는 길에 나선다. 어떤 고민의 발로인지, 정 최고위원을 17일 만났다.

정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의 꿈을 얘기했다. 전통적인 민주화의 성지 영남이 한나라당의 텃밭이 되어버렸지만, 노 전 대통령은 영남에서의 선거 승리를 내 눈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 총선이 그 꿈을 실현시킬 적기라고 보고 있었다.

다음은 정 최고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프레시안(최형락)

"민주화의 성지 부산경남, YS의 3당 합당 이후 숨을 못 쉬었다"

프레시안 : 광주에서부터 출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까지 민주성지순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런 길을 가야겠다고 고민한 배경과 이유를 먼저 듣고 싶다.

정세균 : 5.18혁명은 매년 맞는 날이지만 지난해부터는 5월에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 있다. 그러면서 이 주간은 민주주간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집권 동안 경제도 어렵고 남북관계도 어렵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또 재보선 때 전국을 다녀보니 국민의 마음이 정권에게서 다 떠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권교체의 열망도 굉장히 크다. 이 호기에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민주당의 책임이다. 두 가지의 고민 끝에 이 민주주간에 순례 혹은 행진을 하자고 결심하게 됐다.

민주화의 역사 가운데도 가장 큰 것이 4.19혁명, 부마항쟁, 5.18혁명이다.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기 위한 4.19 혁명이 민주정부를 세웠다. 부마항쟁이 필두가 되어 유신정권을 무너뜨렸다. 5.18 혁명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하면서 원래 민주성이 원래 매우 강했던 부산경남지역을 다 안고 투항해 버렸다. 그 후 20여 년 동안 민주진보진영은 그 지역에서 숨도 못 쉬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간신히 김해에서는 당선됐지만 이 지역의 민주성 복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벨트의 순례를 통해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의 동력을 부산경남 지역에서 얻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프레시안 : 정 최고위원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 구성원들도 함께 한다고 들었다.

정세균 : 큰 규모는 아니다. 50명에서 100명 정도고, 하루만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대오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영남서 한나라당의 공고한 둑은 무너져…MB 지역주의 악용"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최근 들어 과학비즈니스벨트, LH공사 등 국책사업도 그렇고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있고 부산경남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 지역에 더 적극적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균 : 사실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공고한 둑이 무너진 것으로 봐야 한다. 지방선거 때 부산경남 지역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그 지역 민심의 변화였다.

그런데 최근 이 정권은 다시 지역주의를 활용해보려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나쁜 해악이 지역주의 아닌가. 부산경남 지역의 민주벨트를 복원하자는 것도 내년 총선에서 지역주의 청산의 의미 있는 성과를 꼭 내야겠다는 의지다. 가장 최종적인 목표는 물론 정권교체지만, 가깝게는 지역주의를 악용하려는 음모를 깨 부숴야 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정 최고위원은 호남 출신이다. 그런데 영남을 잇는 민주벨트를 주장하니 일각에서는 대권 주자로서 시동을 걸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정세균 : 나는 나 개인보다는 진보개혁진영의 정권교체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다. 개인적 차원 보다는 조금 더 높은 차원으로 행동하고 싶다.

프레시안 : 최근 김영춘 최고위원이 부산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부산의 기존 정치인들의 행보도 더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역할론이다. 최근 문 이사장이 대선주자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어떤 이유인가?

정세균 : 원래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스타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최소한 5명, 아니면 7~8명의 주자들이 나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집권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친노 진영에서 신망이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문재인 이사장이 나서는 것도 참 좋다. 물론 그 이전에 총선에 나오는 것은 더 좋다. 부산경남 지역의 진보개혁진영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나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프레시안 : '문재인 역할론'에는 문재인 이사장 본인의 의사도 확인된 것인가?

정세균 :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 문재인 이사장을 직접 만난 사람들 얘기를 종합해 볼 때 그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희망사항도 섞여 있다.

"한-EU FTA, 지도부 결정 부결시킨 것이 민주당의 진정성"

프레시안 : 다른 얘기지만 원내대표 선거가 치열했다. 김진표 신임 원내대표는 소위 '정세균 계'로 분류되는 인사인데 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세균 : 잘 됐다고 본다. 김 원내대표가 역량 있는 사람이니 내년 총선 승리에 기여할 것이다. 제1야당의 역할도 잘 해나갈 것이다. 사실 나는 계보는 없다. 단지 우호 세력이 많을 뿐이다. 내 우호 세력이 (김 원내대표 당선에) 조력했을 가능성은 높다.

프레시안 : 한 표차로 이겼다. 그러면서 강력한 리더십은 힘들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기우일까?

정세균 : 박빙으로 이긴 사람들이 더 낫다. 나는 2005년에 무투표로 원내대표로 당선됐는데 투표를 안 하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 일하는 데는 1표차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1표 차라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원내대표를 고르는 데 고심했다는 흔적이다. 아주 심사숙고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서 박빙의 승부가 됐다.

프레시안 : 이번 재보선에서도 드러났지만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보선 직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다소 시일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복기해서 평가해 본다면?

정세균 : 원래 항상 주장하는 것이 통합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들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더라. 그렇다면 차선책인 연대라도 꼭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는 이유야 어쨌든 잘 못했다.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의총에서 부결시켰다. 그것이 민주당의 당심이다. 지도부가 잘못했지만 의총에서 바로 잡았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것이 연대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될 수도 없다.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EU FTA보다 더 어려운 싸움이 한미 FTA라고들 한다. 한나라당은 6-7월 비준 한다는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현명할까?

정세균 : 참 걱정이다. 미디어법은 내가 단식도 하고 의원직도 사퇴하고 11개월 동안 밖에서 싸웠지만 막지 못 했다. 한미 FTA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저 사람들은 아주 우악스럽게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가 힘든 과제다. 민주당 뿐 아니라 진보정당이 지혜를 잘 모아야 한다. 어느 한 쪽이 그 문제를 다 감당할 수는 없지 않나.

프레시안 : 민주당 일부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진보정당은 한미 FTA 원안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세균 : 근본적으로 FTA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형이다. 무역을 해야 부가 창출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관심 없고 우리끼리 살아도 된다는 것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어렵다. 외국과의 활발한 교역은 필요하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우리 경제 체질이나 세계 경제 환경에 맞지 않다.

FTA는 사실 양자 간 협상이다. FTA가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협상을 잘못 하면 안 하는 것이 낫다. 원안은 한미 간 이익 균형이 겨우 맞춰진 상태였다. 원안이라고 다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협상으로 더 나빠졌다. 이 협상은 없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협상을 잘못 했으면 국회가 비준을 해주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야권연대의 또 다른 축이 국민참여당이다. 최근 유시민 대표가 당내 회의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적 경선을 통해서는 본선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정세균 : 제발 민주당과 통합하겠다는 신호이기를 바란다. 뿌리도 비슷하고 정책도 비슷하고 원래 한 집안 아닌가. 사실 나는 진보정당의 통합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전체 통합이 제일 좋지만 안 되면 중통합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처럼 4~5개 정당이 아니라 최대 2개 정도가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 내에서도 야권 단일정당에 대한 지지가 많은가?

정세균 : 그렇다. 결국 정당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국민이 지금 야권더러 분열하지 말고 하나가 되어 일대일 구도로 싸워보라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만들면 지지하겠다는데 그걸 못 하는 사람들이 바보다.

"'영남의 선거 승리'라던 노무현의 생전 꿈 이루겠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도 쇄신 열풍이지만 민주당도 인적 쇄신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40대 당대표론'이 고개를 들고, 민주당에서는 486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정세균 : 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가 꼭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젊은 세대들이 당의 중심에 서는 것은 항상 지지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결국 당원이나 국민이 선택할 문제이지 인위적으로 누가 누구를 세우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프레시안 :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은 높다고 하는데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항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압도적인 1위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세균 : 박근혜 전 대표가 인기가 참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후보에 대한 지지와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가장 쉬운 상대라고도 하더라. 난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겁낼 일은 아니고 다만, 우리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 그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조금 더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가 정권교체 여부를 가름할 것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순례 이후의 계획을 듣고 싶다.

정세균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런 얘기를 했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 개혁은 영남 지역에서 민주개혁진영의 젊은 인재들이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정치개혁을 보고 싶다고 항상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희망했던 꿈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나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 이번 순례가 가능하다면 남부민주벨트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연대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기도 하다. 민주화의 성지에서 시민연대, 정치연대가 만들어져 대한민국의 더 큰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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