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신당 이름이 '미래당'으로 정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유의동 통추위 대변인(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미래당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이 당명으로 100년 이상 가는 굳건한 정당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당 지도체제 등 당명 이외의 다른 논의는 없었다고 안 대표와 유 대변인은 전했다.
안 대표는 회의 후 당명의 의미에 대해 "정당 중 미래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당은 통합정당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거대 양당은 미래 문제를 전혀 풀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의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미래'가 정당명에 쓰인 과거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 이명박 정부 당시 한나라당 친박계가 탈당해 만든 '친박연대'의 후신 '미래희망연대', 2007년 대선 당시 극우논객 지만원 씨가 만든 '시스템미래당(약칭 미래당)' 등이 있었다. (☞관련 기사 : 지만원 "이명박 '출생·병역의혹' 검증돼야")
국민·바른 통합파는 당명 결정에 앞서, 국민의당 '중재파'를 자임하던 일부 호남 중진들의 합류로 더욱 기세를 올렸다.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주승용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당 창당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통합신당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식장에 등장하자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박 부의장은 "저는 국민의당에 계속 남아, 국민과의 약속과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하면서 정치 인생에 회한과 오욕의 역사를 써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국민의당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가는 방향에 또 하나의 징검다리를 만드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가고 있는 통합의 길은 대의에 맞다고 생각하지만 방법과 절차는 도저히 용인하고 동의할 수 없다"며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하면서도 "이제 과거에 빠져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수군거릴 시점은 넘었다"고 했다.
박 부의장은 반통합파 독자 신당 '민주평화당'을 비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분당(分黨)을 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추진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참담한 심정"이라며 "분당해 나가면서 별별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있지만, 그게 진정한 호남인의 뜻은 아닐 것이고 호남인들의 뜻이 (통합 반대가) 다수로 보이더라도 이는 갖가지 선동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빚어진 신기루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박 부의장은 이어 "떠나는 분들은 보수 야합을 위한 통합이라고 비난하지만 바른정당과 통합 다음 단계가 자유한국당과 통합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당원 결정에 승복하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명이다. 당 내에서 싸움 한 번 못 하면서 별별 핑계를 대고 돌아서면서 '개구리 정당'을 다시 만들겠다는 이 분들이 과연 호남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정당은 국민 뇌리뿐 아니라 호남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박 부의장에 이어 주승용 의원도 창당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탈당할 용기를 가지고 정말 제대로 해나간다면 국민의당이 얼마든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저는 나가서 '지역 정당' 역할을 하는 것보다 여기 있으면서 국민의당이 진정한 중도개혁정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또 국회에서 지역을 지키는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게 훨씬 값있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후 지역구 관계자들과의 일정으로 창당 2주년 기념식에는 불참했지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통합신당 합류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창당 기념식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박 부의장과 주 의원의 큰 결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제대로 우리 당이 다시 한 번 개혁정당, 국민통합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 대표는 중재파 중 황주홍 의원 등은 민주평화당 행을 택한 데 대해서는 "한 분이라도 더 개혁정당의 길에 함께하도록 열심히 말씀 나누고 있다"면서, '통합신당 출범 후에도 돌아오는 의원은 받아줄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젋은 정당인데, 이는 열린 정당을 뜻한다.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갖춰가겠다"고 긍정적 취지로 답했다.
황주홍·이용호는 민평당行…정동영 "민평당 의원 19명, 우리가 캐스팅보트"
그러나 전날 회동을 갖고 '행동 통일'을 하기로 했던 중재파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통합신당 대신 민평당으로 진로를 잡았다.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특히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전날 회동 후 기자들에게 중재파의 입장을 전달하는 브리핑을 직접 하기도 했으나, 지역구 민심을 이유로 통합신당 합류를 보류했다. 그는 전날 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통합신당 합류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너무 거세다"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여론과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장은 다음주께 민평당 참여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주홍 의원은 아예 전날 "분당 파국을 막아보려던 중재 노력이 실패했다"며 "안 대표가 조기 사퇴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고 했던 처음 중재안대로 저는 이제 떠나려 한다"는 입장문을 내어 민평당 합류를 공식화했다. 그는 "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고, 민평당을 선택하려 한다"며 "혼자서 무소속으로 남는 방안도 생각했었지만, 통합하려는 이들에 대한 신뢰 훼손과 깊은 절망, 그리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민평당에 대한 압도적 지역 내 여론에 따라 이렇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전날 민평당 창당준비위 조배숙 위원장과 천정배 의원 등을 만나 입당 의사를 밝혔고, 이날 민평당 창준위 회의에도 참석했다. 황 의원이 등장하자 민평당 측 관계자들은 그를 박수로 환영했다. 조 창준위원장은 회의에서 "황 의원이 당을 분당시키지 않으려 여러 노력을 한 충정을 알고 있기에 그간의 마음고생에 위로를 드리고, 결단에 존경과 우정의 인사를 보낸다"며 "민평당 창준위가 뉴스가 될 만한 일이 없었는데 황 의원이 큰 뉴스를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조 위원장은 "민주평화호(號)에의 승선 레이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고무된 자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민평당에 참여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매직 넘버"라며 황 의원과 이용호 의원의 합류를 전제로 "민평당이 (국회 의결에서의) 가부 결정 정당이 됐다"고 한껏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정 의원은 "현재 국회 재적인원은 297명이고 2명이 구속수감 중이어서 (실제로는) 295명, 따라서 148명이 과반수다"라며 "여권 진영은 민주당 121명, 의장 1명, 정의당 6명, 민중당 1명으로 129명이고, 19명이 가세하면 과반을 이루게 된다. 오늘부로 민평당 소속 의원이 19명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정 의원은 "그래서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보수통합당은 결정권을 상실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민평당 창준위에 참여했거나 뜻을 같이하고 있는 의원은 전날까지 17명으로, 지역구 의원으로는 천정배·정동영·조배숙·박지원·유성엽·장병완·김광수·김경진·김종회·박준영·윤영일·이용주·정인화·최경환 의원 14명에 비례대표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이다. 이런 가운데 황주홍 의원은 이날 민평당 동참을 선언했고, 이용호 의원도 합류하게 된다면 총 19명이 된다. 단 비례대표 의원 3명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기에 공식적으로 민평당 소속 의원이 될 수는 없으나,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표결에서는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통합신당) 대신 민평당과 행동을 같이할 수 있다.
민평당 창준위 최경환 대변인은 "오는 4일 11시에 당 로고를 공식 발표할 것이고, 5일 오전 민평당 소속 지역구 의원 전원의 탈당 회견이 있을 것"이라며 "6일 창당대회를 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최 대변인은 "이번 창당대회에서(의 대표 추대)는 합의추대 방식으로 하고, 8월 31일 이전에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이후 일정까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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