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선배 검사로부터 받은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지 나흘째인 1일 전국에서 서 검사를 응원하는 목소리와 함께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 Too)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이효경(더불어민주당·성남1)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동료 남성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 의원이 춤추며 내 앞에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 잠시 당황. 나와서 숙소로 갔다. 밤새 내가 할 수 있는 욕 실컷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나처럼 세고 무늬만 여자인 사람도 거의 다반사로 성희롱을 당한다"며 "밤 10시에 노래방으로 불러내거나 술 취해서 새벽 1시에 전화해 사랑한다고 하고 엉덩이가 왜 이렇게 크냐는 놈도 있고…"라며 사례도 제시했다.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에서 근무하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로 이직한 임보영 기자도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청 재직 당시인 2015년 12월 직속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는 외부위원들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분명 언론을 찾아갔을 것"이라고 썼다.
조규영(민주당·구로2) 서울시의원은 7년 전 성희롱 발언을 한 서울교통공사의 간부가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 발령돼 논란을 빚은 일을 언급했다.
조 시의원은 "여전히 피해자는 그때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가해자는 공식적으로 사죄하지 않았다. 그것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7년 전 인사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할 것이 없다는 데 대해 문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를 격려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전국 40여개 여성·인권단체는 서울 대검찰청, 수원지검, 창원지검 등 전국 16개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 검사 성추행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날 검찰 내에 구성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과 관련, "검사들로만 이뤄진 조사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공정한 조사를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각 지역 기자회견장에는 반(反)성폭력 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상징인 흰 장미가 등장했다.
흰 장미는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들이 연이어 성폭력 피해를 공개한 '미투' 운동 이후 최근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흰 장미가 역사적으로 희망과 평화, 동정심, 저항을 상징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지방의원들로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도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기 있는 결단으로 어려운 길을 택한 서지현 검사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서 검사를 격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정유미(46·사법연수원 30기) 공판3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지지 글을 올렸다.
정 검사는 "조직 내 성적 괴롭힘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어느 조직이나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라 부당한 상황에 봉착한 분이 있다면 청에서 가장 기수가 높은 여자 선배에게 상담하라"며 "아니면 저한테라도 알려주신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돕고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동부지법 문유석 부장판사는 SNS에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퍼스트(Me First)'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쓰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같은 날 방송에도 출연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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