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거취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이른바 '중재파' 의원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중재파가 요구한 '통합 전당대회 전 사퇴'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통합이 마무리된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기존의 '통합 후 백의종군'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통합을 끝내 반대하는 분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다.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반통합파와의 결별을 공식화하며 "이런 풍파를 겪는 상황에서도 당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며 중재에 애써주신 분들이 있다"고 중재파를 언급했다. 중재파는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 주승용·황주홍 의원 등 5명이고, 최근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도 이들과 유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대표는 "당의 중심을 굳건히 지켰다"는 극찬에 이어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그 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이 선택한 다당제를 지켜내는 수장들"이라고 중재파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이제는 그 분들이, 제가 통합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채우고 역사상 최초의 중도개혁 정당을 우뚝 세우는 길에 함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통합신당행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그렇게 (중재파가) 함께해 준다면, 신당 창당일인 2월 13일에 통합을 완성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제 사퇴가 보다 많은 분들이 통합에 함께할 수 있는 길이라면 기꺼이 선택하겠다. 저의 사퇴를 만류하셨던 많은 분들과 지지자들께 깊은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안 대표가 언급한 '사퇴를 만류한 분' 가운데 한 명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다. 전날 유 대표는 안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을 만난 후 "안 대표와 (제가) 공동대표로 지방선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안 대표가 '백의종군하겠다'는 말을 번복하는 게 쉽지 않고 마음에 걸려 하지만, 안 대표도 제 말뜻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었다.
안 대표는 앞서 지난달 20일 통합 찬반을 묻는 전(全)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 "통합에 대한 당원들의 찬성 의사가 확인되면, 신속한 통합 작업 후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로운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었다. 이날 밝힌 "2월 13일 통합을 완성시키고 물러나겠다"는 입장과 다르지 않은 말이다.
안 대표는 다만 유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만류한 명분이었던 지방선거 책임론 등을 의식한 듯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지난 총선 직후 박근혜 정부가 리베이트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을 탄압할 때 당을 살리기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 있던 경우과 다를 것"이라며 "직위와 관계없이 신당의 성공을 위해 전면에 나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 반대파에서는 이를 겨냥해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비난했다. 반통합파인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의 입장 발표 직후 SNS에 글을 올려 "중재파 의원들이 합류한다면 2월 13일 통합 전대 후 대표를 사퇴하겠다는 '조건부 사퇴'"라며 "중재파 유인책"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또 "'리베이트 의혹 때와 다를 것'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은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으로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며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가 중재파의 '즉각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해, 기존의 백의종군 입장을 반복하면서 사퇴 시한을 비교적 분명히 정하는 식으로 나름의 타협안을 내놓으면서 시선은 중재파가 안 대표가 내민 손을 잡을 것이냐에 쏠린다. 중재파 의원들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기로 결의한 만큼, 조만간 회동을 통해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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