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명의 청년들이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던졌다. 취업을 하고 세금을 내고 군대에 가고 결혼을 하고 선거권을 지녔음에도 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가? 만19세~24세 청년들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선거권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외쳤다.
"우리도 출마하고 싶습니다."
그간 피선거권에 대한 헌법소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만25세가 넘어야 한다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몇 가지 이유로 기각하거나 각하했다. 헌법재판소가 주요 근거로 들었던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이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연령과 능력,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기본법이 정하는 정규의 학교교육으로서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또는 이를 대체하는 직간접적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연령이 되어야 한다. 그 나이가 만25세 이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에 종사하여 성실히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기초적인 의무로서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요구한다고 봤다. 친절하게도 헌법재판소가 유권자들의 심리까지도 헤아려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헌법이 규정한 보통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 재산, 사회적 신분, 인종, 성별, 교육정도와 관계없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가 보통선거의 원리다. 그런데 근거로 제시한 병역의무 이행, 고등교육 수료, 성실한 납세의무 등은 병역을 이행하지 못하는 여성, 장애인 등과 가정환경 등 여러 이유로 공교육 범위 안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국민들, 그리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세금을 내지 못하는 국민들을 차별화한 것이다. 불가피하게 이런 기준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국민들은 얼마든지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의 선출직 공무원 자격여부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리 자격여부를 설정하고 이 테두리 안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유권자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선출직 공무원을 가린다는 것이 법 취지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선거권을 가진 이후 6년이 지난 후에 피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만25세 이하의 국민들은 일정 수준 이하의 능력을 지닌 미성숙자로 본다는 뜻이다. 재판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성숙할 때까지 통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 25세 이상’이라는 기준은 1948년 이후 지속돼 왔다.(국회의원선거법) 무려 70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 우리사회가 어떻게 급변했는지는 모두가 다 안다. 손 안에 든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이런 정보화시대를 몸과 직관으로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 세대는 청(소)년이다. 육체적·지적 능력의 성숙 시기가 이전과는 현저히 빨라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70년 전의 유산을 현재까지 존속시켜야 하는가? 국민은 통제나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이다. 헌법도 국민주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정치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의 자격여부는 투표권이 있는 국민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 필요한 이유는 현실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 중 20대는 12.1%인데 반해 현 국회의원 중 20대 청년은 0%로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50대는 전체 유권자 중 16.3%지만 국회의원은 161명으로 53.7%에 달한다. 대부분 나이 많고 돈 많은 전문직이다. 과연 이들이 전 세대를 공평하게 대변할 수 있을까? 이런 극단적인 불균형은 대의민주주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한다. 물론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국회 구성의 불비례를 초래한 직접적 인과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미성숙이라는 이유로 청년의 정치참여를 막고 있는 오래된 관습이 바뀌지 않는다면 청년의 발언권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59명의 피선거권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우리도 출마하고 싶습니다"라는 외침은 제도정치 기득권 구조에 파열음을 내야겠다는 절박함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15조)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종사할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종사하며,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행위도 직업으로서 선출직 공무원이 되려는 자유의지다. 역대 대부분의 정부가 '청년에게 일자리'를 외쳤고, 문재인 정부도 국정 제1과제가 일자리 창출이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이러한 정책과 모순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6.13지방선거가 이제 14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59명 청구인 중에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청년들도 있다. 시·도의원이나 시·구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3월 2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이 요청된다. 그래서 이들 59명의 청구인들과 녹색당, 우리미래, 한국YMCA전국연맹 청년들은 1월 25일과 2월 1일, 2월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선거권 목요행동'을 진행한다. 헌재의 빠른 판결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가뜩이나 정치개혁 특위와 개헌특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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