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통합하라"…문성근도 통합 주문

유시민, 盧 묘역 참배 취소하고 숙려의 시간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4.27 재보선 김해을 지역에서 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패배하자 다음날 아침부터 민주당과 통합하라는 요구가 봇물 터진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시민 대표는 28일 아침 김해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었으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권 여사 예방 일정은 취소한 뒤 숙고에 들어갔다. 참여당은 유 대표가 당분간 숙려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 김해을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와 문성근 씨. ⓒ연합

박지원 "사실 뿌리가 같지 않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참여당과 연대 또는 통합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통합문제에 대해 사실 (민주당과 참여당은) 뿌리가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에서 주도적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하는 것보다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어떤 결단을 통해서 통합의 길을 선택한다고 하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전날 "큰 죄를 지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야권단일후보임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일 것"이라며 '유시민 책임론'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해을 선거에서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는 민주당과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 참여당은 민주당이 영입하려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에게 불출마 압력을 넣었고, 후보단일화 방법 놓고도 고집을 부려 결국 참여당이 원하는 바대로 경선을 실시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해을에서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유세현장에서 김해시민들도 보셨겠지만, 민주당 당원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지도부도 연설에 많은 참여를 했고, 저 역시 혼신의 힘을 다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겠지만 민주당의 협조가 부족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춘석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은 준엄했다"며 "석패의 아쉬움이 남지만 더 큰 연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교훈을 남겨주신 김해시민 여러분께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문성근 "유시민 충심, 의심 안 해"


참여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 만이 아니다. 야권단일정당을 주장하고 있는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대표 문성근)도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야 5당은 단일정당을 당론으로 결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4. 27 재보선이 야권의 승리와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며 "그러나 야권도 완전한 승리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단일정당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완전한 승리'를 놓친 책임은 결국 김해을에서 패배한 참여당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야4당은 국민을 얼마나 고문했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냐? 협상과 선거운동과정 및 결과를 보더라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야 5당은 정파등록제를 도입한 야권단일정당 건설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성근 "유시민의 충심, 의심하지 않는다"

문성근 100만 민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유시민 참여당 대표에 대한 애틋함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깊은 위로를 드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성근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쓰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빙의됐었을 유 대표의 충심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해을 선거 패배 이후 일각에서 나오는 유 대표의 책임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표는 "김해을 패배 원인은 일단 참여당이 자체 평가를 내놓은 다음에 얘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또 '이번 패배도 유시민 대표가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문 대표는 "그런 분석은 단기적인 평가"라며 "정치는 생물인만큼 얼마든지 앞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김해을 패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해을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거졌던 민주당과 참여당의 갈등에 대해서도 그는 "두 당의 경쟁이었을 뿐 갈등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의 룰과 틀거리가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단일정당 안에서의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단일정당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