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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어데라꼬 한나라당이" vs "인물은 김태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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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가 어데라꼬 한나라당이" vs "인물은 김태호구만"

[4.27 현장]강고한 '反한나라' 기류냐…'김태호 파워'냐

판세분석은 양쪽이 같았다. 하지만 전망은 달랐다. '인물론'을 들고나와 바닥을 파고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 '노무현 정신'을 전면에 내건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맞붙은 경남 김해을 재보선 이야기다.

양측 모두 "김태호가 이봉수를 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여긴 특별히 다른 쟁점도 없다. 지역공약은 겹치는 게 대부분이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참여당 측은 "주말을 계기로 추격을 뿌리치고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했고 한나라당 쪽은 "추세상 주말이면 역전이다. 우리가 결국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당 지지자들 목소리가 크긴 큰데. 하지만…

▲ 민선 도의원, 군수, 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후보는 유권자들의 손을 덥석덥석 잘 잡았다. ⓒ김태호 홈페이지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린 지난 22일, 바람도 세차게 분 탓에 김해을의 번화가인 장유 롯데마트 앞에도 행인은 많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유해가 있는 봉하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선거구라는 점을 실감하긴 어렵지 않았다.

통상 영남권에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목소리가 높고 당당한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자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야당 지지자들은 상대의 성향을 조심스럽게 떠본 다음 속엣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하지만 김해을은 달랐다. 한 40대 택시 기사는 '선거 분위기 어떻냐'는 질문에 "마 여는 딴 소리가 필요 없어요. 신문 방송에는 혼전이다 해쌓는데 택도 없는 소리 아입니꺼"라면서 "해보나 마나거든"이라고 답했다.

이 택시 기사는 "여가 어데라꼬 한나라당이 이긴다 해쌓노"라고 덧붙였다.

30대의 또 다른 택시기사도 대동소이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머를 해볼라 카믄, 예의바르게 노 대통령한테 사과를 하고 겸손하게 나서야지. 지금처럼 해서는 안돼. 절대로 안 돼"라면서 "김태호도, 지가 경남지사 하고 그 다음에 좀 쉬다가 겸손히 있다가 바로 나왔으면 혹시 모르겠는데 총리 한답시고 꺼떡거리다가 기스 확 난 다음에 내리온 거 아이가"라고 말했다.

이 두 기사는 모두 김해 토박이라고 했다. 바닥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봉수 후보 쪽의 약점도 동시에 와닿았다. 이 두 택시기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봉수'를 언급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대형마트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이 "우리는 여 토백이라서 이봉수 씨를 잘 알긴 하는데, 아마캐도 김태호 지사 보다 인물은 못하재"라면서 "김태호는 키도 훤칠하더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휴대폰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남성도 "이봉수보다는 김태호가 '간지'나데요"라고 말했다.

양쪽 다 "결국 우리가 이긴다"

▲ 김태호와 이봉수의 선거전략은 극과 극일 정도로 대조직이었다ⓒ이봉수 홈페이지
이봉수 후보 사무실로부터 직선거리 50미터도 떨어져있지 않은 김태호 후보 사무실은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50대 남성들로 북적거렸다.

김태호 후보가 경남도지사를 지낼 때부터 정무 분야에서 보좌해온 측근 인사는 "이 선거는 '노무현의 가치'대 '실질적 지역개발'의 대결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철저히 바닥을 파고 든다. 36살 때 도의원에 당선된 이후 민선 군수, 지사를 거친 김 후보 보고 선거의 달인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기술적인 것을 넘어 우리 진정성이 닿고 있는 느낌이다. 현장 분위기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배드타운 지역에 거주하는 3, 40대는 야당 성향도 강하고 바닥 훑기식 선거운동으로 마크하기도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 인사는 "보궐선거라서 신문, 방송에 매일 매일 우리 지역이 노출돼 그 쪽도 감당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나아가 "거창 사람이 김해 선거에 나왔다고 공격을 하는데, 지금 김해을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의 80%가 유입인구"라면서 "그런 말은 안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인사는 "주말에 역전한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다"면서 "그간 사분오열, 지지부진했던 한나라당 지역조직도 우리 김 후보가 오니 새로 결집되고 힘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감은 이봉수 후보 쪽도 마찬가지였다. 후보단일화 경쟁국면에서부터 김해을에 상주하고 있는 천호선 이봉수 후보 선대위 대변인은 "김 후보가 따라오고 있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이긴다"고 자신했다.

'여론 조사상 앞서고 있긴 한데, 김해을은 오히려 숨은 표가 여당 쪽이 많을 것 같더라'는 지적에 천 대변인은 "다른 지역과 달리 그런 면이 있긴 있다. 하지만 숨은표, 역숨은표를 계산해보면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가 지역 활동 이력이 오래지만, 유입인구 쪽을 감안하면 전체적 인지도는 오히려 김태호 후보가 높을 것 같다'는 지적에도 천 대변인은 "초반엔 그랬는데, 본선이 시작되고 언론 노출이 되면서 양쪽 다 인지도는 100%나 마찬가지다"고 답했다.

재보궐 선거 한 곳에 너무 많은 '판 돈'이 걸렸다

▲ 두 후보 모두 이번 선거에 '올인'했다. 사진은 TV토론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김태호 후보와 이봉수 후보. ⓒ연합
김해을 선거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27일이면 결판이 나지만, 당사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단지 그냥 한 번의 선거라고 보긴 어렵다. 양측 모두 정치생명이 걸려있다시피한 전략적 승부다.

총리 자리 한발 앞에서 낙마한 김 후보 입장에선 이번에도 또 지면 재기조차 어렵다. 김 후보 측은 "지금 선거 말고 다른 걸 계산할 겨를도 없다"면서 "당선되면, 그 때부터 바로 내년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고향인) 거창 말고 김해을에 나오는 거냐'는 질문에 김 후보 측은 "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후보 측은 "그냥 내년에 거창에 가면 쉬운 승부라는 거 다 안다. 유불리를 따지면 이번에도 못 나왔다"면서 "당의 요청에 처음에 고사했지만 깊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사실 여부야 내년이 돼봐야 아는 것이긴 하지만 김 후보 측은 '김해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측은 "김해가 점점 커져가는 도시다. 내년 총선 말고 그 다음엔 갑을병으로 분구될 흐름도 보인다"면서 "정치인 입장에선 아무래도 터전이 크고 튼튼하면 더 힘을 받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노무현의 김해'를 '김태호의 김해'로 바꿔놓겠다는 야심찬 복안이 실현될까?

어찌보면 마음이 더 급한 쪽은 참여당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만약 이번에 우리가 지면, 참여당의 패배라기 보다 야당 연대의 패배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의 이 주장은 책임 회피용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우리가 지면, 우리가 원치 않는 그림인 (야권) 통합 압력이 강하게 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천 대변인은 "반면 우리가 이긴다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과 진보통합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선언, 지난한 단일화 논쟁 끝에 이봉수 후보를 단일후보로 세운 참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밀리면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진영에서도 엄청난 책임론이 불어닥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봉수 후보의 얼굴은 까맣게 타 있었다.

선거를 사흘 앞둔 24일, 참여당은 김해을 상황이 뺴곡히 적힌 수첩의 주인이 특임장관실 서기관이라는 정황을 포착해 맹공을 펼쳤다. '김태호 나홀로 선거'는 기만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세균·김영춘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이 참여한 대규모 합동유세로 기세를 올렸다. 그런데 이해찬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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