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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호헌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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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호헌 조치'?

[하승수 칼럼] 개헌, 선거 개혁, 언제까지 시간만 끌 건가

국회는 작년 연말 진통 끝에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6개월동안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가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15일 첫 번째 전체회의를 했지만, 특위위원장을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맡기로 하고, 산하 2개 소위원회 위원장과 각 정당 간사를 정한 수준입니다.

1월 23일, 24일에 전체회의를 다시 연다고 하는데, 작년에 운영된 정치개혁특위와 개헌특위의 논의사항을 파악하는 성격의 회의라고 합니다. 이제 논의사항을 파악해가지고 언제쯤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특위 구성단계부터 시간끌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위위원 명단도 늦게 냈고, 소위원회 명단도 늦게 내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자유한국당은 정치개혁특위 위원 명단을 늦게 내서 특위 구성이 늦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데 '고의'적인 시간끌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개헌도 선거제도 개혁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이렇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지연한국당'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같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를 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연말까지 하자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몇 년이 지나도 개헌에 대한 합의는 불가능합니다. 진지하게 토론과 협상에 임하지 않는데 무슨 개헌이 되겠습니까?

특히 개헌의 관건인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보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개헌의 최대쟁점은 권력구조 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풀려면 선거제도 개혁부터 정리되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권력을 분산시키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국회구성을 놔두고 국회가 더 많은 권력을 갖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당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권력구조 논의도 풀린다는 것이 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입니다. 지난 1월 16일에 보수-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모여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이뤄낼 것을 촉구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중도보수 성향의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이 공동기자회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어떻게든 이뤄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중임제를 선호하지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이 되면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는 양보할 수도 있다는 의향을 여러 차례 비춰왔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이런 대통령의 입장을 활용해서 개헌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진짜 권력구조 개편을 원한다면, 선거제도 개혁부터 합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동안 운영된 정치개혁특위에서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된 논의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보면 말로는 개헌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호헌'을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6월 지방선거 때에 개헌국민투표를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자유한국당이 시간끌기만 하지 않는다면 개헌도 가능하고 선거제도 개혁도 가능합니다. 이미 쟁점들은 나와 있고, 쟁점에 대한 국민적인 공론화만 거치면 조문화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 얘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에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재경 의원의 발언을 통해 반증해 보겠습니다.

김재경 의원은 2011년 2월 8일 한나라당 개헌의총에서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에 한나라당 개헌의총에서는 친MB계는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었고, 친박계는 소극적인 태도였습니다. 그 때 친MB계로 분류되던 김재경 의원은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1987년 6.29 선언 이후 개헌안을 만드는데 두 달밖에 안 걸렸다."

물론 6.29 선언이후 개헌안을 정치권끼리 밀실에서 만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작년 1년 동안 국회 개헌특위가 운영되었고 많은 논의가 축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쟁점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의지만 갖는다면 두달 정도면 국민들과 함께 하는 토론도 할 수 있고, 정당간의 협상도 할 수 있습니다. 김재경 의원이 과거에 자신이 한 발언을 떠올린다면, 마냥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시간끌기로 일관한 자유한국당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을 할 자격도 없습니다. 명색이 제1야당이라는 정당이 대안도 없이 시간만 끄는 '지연한국당'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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