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전날 친이계 계파 모임인 '함께내일로' 의원들 35명과 만찬을 하는 도중 "선거 작전을 짜자"며 구체적인 선거운동 지침을 하달해 물의를 빚고 있다. 헌법 제7조와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특임장관은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라며 "이러한 불법적 선거개입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도 밝혀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재오 장관은 자신이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특임장관'이라며 마치 선거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 역시 당적을 가지고 있으나 선거중립의 의무는 법을 넘어 상식"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당시 중립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탄핵까지 발의했던 정당의 당적을 가진 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 이재오 특임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친이계 의원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
이 장관은 지난 2004년 3월 9일 노무현 탄핵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3일 뒤 찬성표를 던졌다. 이 장관 등이 주장한 탄핵 사유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었다. 이 장관은 탄핵 직후 있었던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의 정당성을 전면에 내걸고 선거를 치렀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당당히 세 번째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런 이 장관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지적에 대해 "특임장관은 다르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장관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4월 5일 총선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장관의 지역구를 전격 방문했다. 당시에는 이 대통령의 '선거 중립 위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탄핵 바람'을 정면 승부로 돌파했던 이 장관은, '공천 대학살' 논란에 시달리다 선거에서 떨어졌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 장관의 처신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노무현 탄핵한 것은 기억도 못하나"라며 "선거는 이제 물건너 갔다. 이번 재보선에 지면 이재오 장관 때문이다"라고 탄식을 했다.
시민단체도 "이재오, 명백한 선거 개입 선관위에 조사 의뢰"
시민단체도 이 장관의 행보를 문제삼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실련은 이재오 장관의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22일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며 "선관위는 이재오 장관의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재오 장관이 공무원의 신분으로 재보궐 선거지역에서의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이를 국회의원들에게 수행할 것을 지시한 것은 특정 정당의 승리를 위한 명백한 선거 운동으로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은 "지난 2004년 총선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선거 중립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그 당시 선관위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조항 위반을 사실상 인정하고 대통령에게 선거중립을 요청한 바 있다"며 "선거법 위반 결정을 받은 과거 대통령의 발언과 비교해 봐도 선거법 위반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모임엔 이 장관 외에도 국무위원인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진 장관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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