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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에 '자살골' 넣는 정부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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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에 '자살골' 넣는 정부인사들

[김종배의 it] 과학벨트 분란, 자초한 게 누구?

정치인은 빼자. 그들은 '목숨'을 건 사람들이다. 총선이 코앞이라 지역 현안에 등 돌릴 수도 없고, 지역 여론에 대고 바른 소리를 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국론 분열을 우려하고 국가 이익을 앞세우기 이전에 자기 정치생명부터 보존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왜 신공항이나 과학벨트를 놓고 갈등을 조장하냐고 힐난해 봤자 소용없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 인사들조차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는 게 문제다. 아니, 이들이 정치인의 목청을 돋우는 게 문제다.

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있기 하루 전(3월 29일)이었다.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 이후 TK 민심 달래기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과학벨트 일부를 떼어내 TK지역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는 '정부 관계자'였다.

과학벨트위원회 첫 회의가 있던 날(4월 7일)이었다.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과학벨트를 대전-대구-광주로 나누는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했다. 출처는 '과학계의 한 관계자'였고, 해설자는 '정부 당국자'였다.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주재로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다. ⓒ연합

정부 인사들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그들 말대로 입지 결정 논리는 오로지 과학논리일 뿐이고, 결정 주체는 오로지 과학벨트위원회 뿐인데도 그들이 앞장서 정치논리를 퍼뜨리고 과학벨트위원회의 권능을 훼손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자살행위다. 정부가 진짜 과학벨트를 '3각'으로 쪼개기로 작정했다면 그렇다. 치고 빠지기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해 '3각' 여론을 조성하기로 작심했다면 그렇다.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언론플레이가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정부가 정치논리를 앞세워 과학벨트위원회를 압박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게 뻔하다.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도 자살행위다. 신공항 백지화 과정에서의 언론플레이로 영남권의 반발 여론에 불을 지핀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는 '학습 부진아' 면모를 드러내기에 그렇다. 정부 관계자들의 사전 언급 때문에 신공항 입지평가단의 심사 결과에 김을 뺀 경험을 교훈으로 삼지 못하는 '아마추어' 면모를 드러내기에 그렇다.

그래서였을까? 청와대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희정 대변인이 나서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어떤 관계자도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오로지 과학논리'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런 주장에 따르면 익명의 그늘에 숨은 정부 인사들은 '미꾸라지'다. 입방정 떨면서 정부 정책에 불신을 조장하는 '트로이 목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다. '입장정'을 떤 사람들이 익명의 정부 관계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지난 2월 과학벨트 공약에 대해 "표 얻으려고" 했던 말이라며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차 하면 공약을 뒤집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가 말했다. 지난 6일 "과학비즈니스 도시가 아니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과학벨트) 가운데에서도 중심지역이 있고 주변지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과학벨트를 쪼갤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는 말이었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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