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VIP룸에서 6년 넘게 겜블러와 ‘꽁지’로 명성을 날린 하진명(가명)씨는 주먹세계와 연예계를 거쳐 카지노에 입문한 ‘마당발’ 인맥으로 유명하다.
그는 DJ정부시절에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전 원장과는 2005년 여름,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고 호남출신의 유명 정치인과도 역시 같은 장소에서 라운딩을 할 정도였다.
또 그는 VIP룸 회원 신분으로 출입정지를 당하게 되자 강원랜드 조기송 사장과 면담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청주가 고향인 그는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개장하던 2000년도만 해도 재산이 10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의 갑부로 떵떵거리면서 살았던 사람이다.
1970년대 호국청년연합회 중간 간부로 활동하면서 인맥을 다진 그는 연예계로 뛰어든 뒤 사교적인 성품과 호남형의 얼굴에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과 빠른 두뇌 회전력으로 코미디언 매니저로도 나섰던 인물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무명의 이주일씨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이씨가 언젠가는 유명한 코미디언이 될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는 적극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서울 외곽지역의 밤무대와 지방 쇼를 따라다니던 이주일씨를 텔레비전과 극장식 나이트에 출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정도로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20년간이나 설움을 받으며 무명시절을 보냈던 이주일씨는 1979년 당시 TBC-TV의 코미디 프로에 출연했다가 ‘수지 큐’ 음악에 맞춰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 춤’을 추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씨가 오리 춤을 추면서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멘트를 날리자 그는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등극하면서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그대로 입증하였다.
하지만 무명 코미디언 이씨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뒤 관계가 소원해지자 하씨는 심한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치민 그는 이씨를 폭행한 뒤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다.
이곳에서 하씨는 한국의 재벌 2세와 돈 많은 사업가를 카지노에 연결해 주는 에이전시로 활동하는 임상규(가명)와 이석구(가명)를 만났다.
하씨보다 7, 8년 연상인 이들은 한국에서 인기 연예인을 폭행하고 도피한 그를 잘 챙겨주면서 끈끈한 정을 나누며 형제처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에이전시로 활동한 임씨와 이씨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를 주름잡은 한국의 ‘7공자’ 가운데 언론사 회장인 조장호(가명)의 현지 카지노 가이드로 활동하였다.
당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는 한 번에 100만 달러를 베팅할 정도로 한국인 가운데 가장 큰 손으로 알려진 조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2조원 이상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한국인 겜블러 가운데 조 회장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가장 큰 거액을 베팅했던 인물로 업계 관계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이모(전 강원랜드 VIP 회원)씨의 증언.
“한국의 유력 언론사 회장인 조 회장은 보통 1주일에 수천만 달러를 카지노에서 베팅을 했던 최고의 VVIP 고객이었다. 카지노 VIP룸에서 일반 VIP 고객들은 보통 수십만 달러를 베팅하지만 조 회장은 한 번에 100만 달러를 베팅하는 큰 손으로 유명했다.
현지 카지노에서 조 회장이 나타나면 임씨와 이씨는 24시간 수발을 들었다. 베팅으로 돈을 따면 조 회장은 이들에게 1만 달러짜리 칩 여러 개를 팁으로 주었다. 보통 조 회장이 라스베이거스에서 1주일을 체류하는 동안에 이들은 웬만한 사람들의 연봉을 벌었다.
조 회장이 카지노에서 탕진한 돈이 최소한 2조 원 이상이 되는 것은 당시 해당 언론사 간부들에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바람에 해당 언론사는 나중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조 회장은 한국에서 7공자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인물로 강남 유흥가도 주름잡았다. 이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임씨 일행은 실력자로 행세할 수 있었고, 뒤늦게 합류한 하씨도 이 덕을 보았다.”
이런 조회장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면 임씨와 이씨는 공항에서부터 카지노 VIP룸까지 24시간 밀착 수행을 하면서 조회장이 돈을 따면 수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이상을 수고비로 받아 챙겼다.
졸지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도피생활을 한 하씨는 이들 때문에 카지노 꽁지사업과 에이전시, 정켓업은 물론 카지노 게임을 배우게 되었다.
그는 나중에 카지노 게임 때문에 자살로 인생을 하직하게 될 줄은 당시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1980년대 후반에 귀국한 하씨 일행은 속초 설악호텔에 설치된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인수해 카지노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속초 카지노에 외국인 고객들이 썰렁한 사실을 뒤늦게 안 하씨 일행은 워커힐 카지노에서 일본인 야쿠자들의 롤링업을 하는 한국인 에어전시에게 부탁해 일본인 고객들을 속초카지노로 유인하였다.
이때부터 이들 롤링업자들은 돈 많은 재일교포와 일본인 사업가들을 속초 카지노로 불러들여 카지노 도박을 하도록 하게 하면서 속초설악파크호텔 카지노는 한동안 재미를 보았다.
이후 하씨는 서울로 진출하여 강남 리버사이드호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돈방석에 올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나이트클럽을 통해 번 돈으로 청주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1000억 원대 갑부가 되었다고 한다.
2000년 10월 말,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개장하자 하씨는 이듬해 강원랜드 VIP룸에 회원으로 등록을 하고 게임에 뛰어들었다.
하씨를 잘 아는 강원랜드 VIP 고객출신 한 인사의 진술.
“매너가 좋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허씨는 사교술도 뛰어나고 영어회화도 수준급 이었다. 초창기 강원랜드 VIP룸의 고객 서비스는 대단했다. 큰 손 고객들은 돈을 잃었을 경우, 강원랜드 딜러들에게 욕을 하거나 펜, 카드 등을 집어던지는 등의 폭행을 해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
고객을 황제처럼 대하라는 간부들의 지시에 따라 판촉부 직원들은 고개를 90도로 굽히며 상전처럼 대우했다. 황제 같은 대우를 해준다는 소문에 큰 손 고객들이 줄줄이 찾아왔다. 하씨도 강원랜드 VIP룸 회원으로 등록해 겜블러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꽁지를 하는 박종식이 자금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사업자금을 빌려 주기도 하였다. 박종식의 바로 위의 형은 동대문파의 보스로 하씨와 ‘형님, 동생’할 정도였다. 그런 하씨가 2004년 사북 선명아파트를 분양받아 별장처럼 사용하면서 강원랜드에 출입 하였다.
그러다가 2006년 11월 초 강원랜드 VIP룸의 가장 큰 손 꽁지로 알려진 박종식이 마카오에서 피살된 사실에 그는 무척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 그는 강원랜드에서 출입정지를 당하면서 운명이 바뀌게 된다.”
2007년 여름, 허씨가 1000억 원이나 되는 재산을 탕진하고 돈 많은 VIP 고객의 옆에서 병정(대리게임)을 하다가 고객의 칩을 양해도 없이 수고비로 챙기면서 칩 절취 현행범으로 출입정지를 당한 것이다.
하씨는 당시 VIP 고객이 강원랜드에서 6억 원을 딴 상황에서 수고비로 1000만 원을 주자 “회장님! 1000만 원은 너무 적은데 칩 2000만 원을 뽀찌(팁)로 더 가져갑니다.”하면서 칩을 가져다가 현금으로 교환 하였다.
이를 본 VIP고객은 강원랜드 직원에게 항의했다.
“아니, 남의 칩을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가져가는 것을 보고 왜 가만히 있느냐?”
결국 강원랜드는 하씨에 대해 영구 출입정지 처분을 내렸다.
자신의 입장에서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한 하씨는 조기송 강원랜드 사장을 찾아가 하소연 하였다.
“사장님! 나는 카지노장이 사업장이다. 내가 그동안 강원랜드에 바친 돈이 1000억 원이나 된다. 어제 딜러도 보고 칩 주인도 보는데서 수고비로 주머니에 칩 몇 개 챙긴 것을 절도라고 하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니야. 출입정지를 풀어 주십시오.”
강원랜드 VIP 고객이 사장과 면담한 것은 하씨가 유일했다.
하씨에게 설명을 들은 조기송 사장은 “보안책임자들에게 방법을 찾아보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출입정지를 풀지 못한 하씨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마카오로 옮겨 MGM에서 게임을 하다가 가져온 돈을 모두 탕진하자 현지 한국인 꽁지에게 신용을 담보로 1500만 원을 빌렸다.
그런데 그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꽁지에게 빌린 돈까지 모두 털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귀국한 그는 당장 돈을 갚으라는 모욕적인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한 때 1000억 원의 재력을 자랑하던 그 입장에 더 이상 이승에서 머물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2007년 12월 14일 사북 선명아파트 거실천정에 목을 매고 그는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부인과 자녀에게 남긴 유서에는 “미안하다. 무능한 남편, 못난 아버지라서 먼저 간다. 정말 미안하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2009년 5월, 강원랜드 VIP룸에 항상 현금만 휴대하는 50대 중반의 점잖은 신사가 회원으로 등록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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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추적 때문인지 강원랜드에서 수표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는 은행 계좌로 입금받지 않고 돈이 필요해도 반드시 ‘꽁지’로부터 현금으로만 돈을 빌렸다.
양 회장과 돈 거래를 자주 했던 이모씨의 회고.
“2009년 7월, 양 회장이 급하게 강원랜드를 방문하느라 현금 대신 수표를 가져온 일이 있었다. 양회장은 평소 안면이 있는 병정(대리게임 선수)을 시켜 제천에서 자금세탁을 해오도록 시켰다. 당시 아이스박스에 현금 5억 원이 들어가는 것을 알았다. 집에도 항상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양 회장은 꽁지돈을 쓰고 갚을 때에도 항상 현금으로 결제했다.”
그러던 양 회장이 그해 8월 말, 자살소동을 벌인 일이 있었다.
강원랜드에서 남은 돈을 모두 탕진한 양 회장은 평소 수발을 들며 분신처럼 활동하는 병정에게 “오늘은 피곤해서 쉬려고 하니, 절대 나를 깨우지 마라”하고는 문을 닫아 걸었다.
이상하다고 판단한 이 병정은 평소 양회장과 친한 VIP 여자꽁지에게 연락 하였다.
“이 여사! 오늘 양회장이 이상해. 평소와 다르게 호텔 객실에 들어가서는 조용한 것이 무슨 일을 벌일 것만 같아.”
양 회장이 객실에 들어간 지 1시간 지나 숙소를 확인하자 양 회장은 객실에서 이미 사라진 뒤였고 욕실 유리창에는 치약으로 ‘나 먼저 가니, 찾지 마라, 미안하다’라며 유서처럼 글을 남긴 것이 아닌가?
병정과 여자꽁지는 양 회장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었으나 휴대전화는 이미 꺼진 상태였다.
즉시 강원랜드 보안실에 연락해 보안요원들이 강원랜드 호텔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양 회장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강원랜드 직원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였고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결과 강원랜드에서 직선거리로 4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영월 동강근처로 흔적이 나타났다.
즉시 영월경찰서와 소방서에 연락을 취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대원이 속옷 차림으로 동강의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양 회장을 목격하고는 구조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모씨는 “양 회장은 강원랜드 일반 영업장에서 앵벌이 10명 가량을 대동하고 베팅하는 고객이었다. 강원랜드 VIP팀에서 2009년 5월 양 회장과 면담 후 그는 VIP회원으로 등록 되었다.
그리고 그는 4개월간 VIP룸에서 80억 원을 탕진 하였다. 당시의 자살소동은 10년 이상 비서와 운전기사로 데리고 있었던 직원이 자신의 돈 20억 원을 들고는 해외로 도피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비서는 편지를 통해 어차피 회장님이 20억 원도 카지노에 헌납할 돈인데 내가 쓰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보고 상실감이 커서 그랬던 것으로 보였다. 카지노에서 80억 원을 탕진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돈 때문에 자살할 사람은 아니었다.”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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