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적 책임 져야…대구 의원 대부분 'MB출당'에 동의"
평가 결과가 나오기 1시간 전인 30일 오후 2시 30분부터 결과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책 마련 논의를 한 한나라당 대구 출신 의원들 11명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앞에 사과하고 국민과 한나라당에 대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민 대구시당위원장은 "응분의 정치적 책임"과 관련해 "대다수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모든 의원들의 입장이 달라서 회견문에는 뺐다"고 말했다.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 탈당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는 것인데, 영남 의원들과 당내에 있는 'MB 친위대'들이 충돌할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다른 분란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
▲ 국회에서 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대구 지역 의원들 ⓒ뉴시스 |
이들은 이어 "백지화 판단 과정과 절차도 대국민 사기극임이 입증됐다"며 "정부가 발표하기도 전에 국민에 대한 정부 여당의 약속을 저버리고 '백지화', '원점재검토'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당직자, 청와대와 정부 내 인사들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러나야 할 당 지도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유승민 의원은 "그동안 당의 최고위원들을 포함해 한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신공항 백지화를 언급했던 당 지도부는 안상수 대표, 정두언 최고위원 등이다.
이들은 "2000만 남부권 국민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수도권의 논리로 재단한 데 대해 남부권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부의 백지화 결정은 2년간 유효할 뿐이다. 2013년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는 동남권 신공항을 새로 시작하며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한나라당의 공약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승민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해 홍사덕, 박종근, 이해봉, 이한구, 서상기, 이명규, 주성영, 주호영, 배영식, 조원진 의원이 참여했다. 이 중 이명규, 주호영, 배영식 의원은 친이계다. 배영식 의원을 제외한 이들은 회견문에 이름을 올리고 회견장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 의원은 "이날 회견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와는 상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31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이었고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정점으로 해서 정부는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하반기 남은 임기의 국정 운영이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의 진용이 정비돼야한다"며 청와대 참모 문책론,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대구·부산 "수용할 수 없다…독자적으로라도 추진하겠다"
지역 사회의 후폭풍은 더 심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엄용수 밀양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믿음도 신뢰도 없는 대통령"으로 표현하며 "그래도 3년을 달려왔는데 정부는 국민을 우롱했다"며 "더는 일할 수 없어 시장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신공항은 김해공항의 안전, 소음 문제를 극복할 안전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부산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숙원사업"이라며 "정부 평가위원회의 발표는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발표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신공항 최적지는 가덕도 해안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며 시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독자적으로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확장 이전하겠다는 의미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정부의 결정은 1천320만 영남권 주민의 오랜 염원을 저버린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영남권 4개 시·도는 밀양 신공항 건설이 이루어질 때까지 공동으로 매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반드시 (신공항 건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독자적으로 신공항 추진을 하겠다는 것.
野도 강력 반발…김두관 "MB정부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다"
야당도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 공약으로 부산 유치를 주장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은 31일 오전부터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국정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국민에 대한 신뢰인데 이것이 무너지고 말았다"며 "이는 남부권 2000만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권의 대선 공약 뒤집기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양치기 정권, 갈증 제조 정권이 영남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갈등까지 조장하는데, 대선 공약을 파기하면서 최소한의 자기 반성도, 통절한 양해를 구하려는 사람도 없다. 염치 없는 정권"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당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신공항 백지화 대신 과학벨트를 영남에 분산배치 하는 식으로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과학 과학벨트를 뚝뚝 잘라서 (영남에) 분산 배치한다고 하는데, 분산 배치 한다면 그것은 이미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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