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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재보선…박근혜-손학규-유시민 승자는?

잠룡들의 대선 전초전 '진검 승부' 시작

4.27 재보궐 선거의 스타트 총성이 30일 드디어 울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이번 재보선은 이른바 잠룡들의 '전초전' 양상을 띄게 됐다.

손 대표는 경기 분당을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경남 김해을에서 그 경쟁력을 평가 받는 심판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강원도에서 사실상 선거 지원을 벌이고 있다.

재보선 결과는 이들 세 대선 주자들의 1차전 승패를 결정짓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 여권과 야권의 향후 움직임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 자명하다.

손학규의 '승부수', 득과 실은?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분당을 도전장을 던진 손 대표의 출마선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과 맞먹는, 손 대표 정치인생의 최대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중한 스타일의 손 대표가 자신의 측근마저 "누가 나가도 진다"던 분당을 선거에 나서기까지의 고뇌를 표현한 말이다. 또 이는 '대권 주자' 손학규가 2012년 대권 도전 전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일단 손 대표는 이번 희생을 통해 당내 입지는 한층 견고해졌다. 당 대표로서 어려운 선거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그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는 데 기여한 셈이기 때문.

그동안 손 대표의 출마를 요구하며 압박해 온 '비주류'에서도 "적극 돕겠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문학진 의원은 "손 대표의 결단은 안개에 휩싸여 있던 재보궐 선거를 민주당과 국민의 승리로 이끌 용단"이라며 "손 대표의 출마를 처음 촉구한 당사자로서 손 대표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의원도 "손 대표의 오랜 고뇌와 외로운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힘과 능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당의 요청으로 강원 인제에서 출마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희생정신과 부산에 나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당정신이 합쳐진 감동적 결단이자 살신성인의 리더십"이라고 추켜세웠다.

당선되면 '대박', 지더라도 '강남서 통한다' 보여주면 이긴다

한 가지 흠결은 모양새다. 진작부터 나온 '손학규 차출론'에 그는 단지 입을 꾹 다물어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 특보단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까지 열어 "손 대표 뿐 아니라 누가 나가도 못 이긴다"며 손 대표 차출론을 '흔들기'라고 규정했다.

이후에도 손 대표는 한동안 적절한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외부 영입이 어려워지자 마지못해 출마했다는 인상을 남기게 된 것.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자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저런 말들에도 불구하고 그가 분당에서 당선되면 과정의 의미는 그 순간 퇴색한다. 이른바 '중산층 이상 밀집 지역'에서 그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1야당 대표이면서도 오랜 시간 답보 상태인 그의 지지율도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후보 자리를 단숨에 꿰차게 되는 것이다.

손 대표가 출마 선언에서 분당을 선거의 의미를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꿔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주장한 것도 그런 이유다. 현 집권 세력과의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만들어 '정권 심판론'으로 분위기 몰이를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선거에서 패배한다 하더라도 그 격차가 근소한 차이일 경우엔 일반적인 선거와는 얘기가 다르다. 야권의 인물 가운데 분당과 같은 '어려운' 지역에서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위치는 재조명을 받게 된다. 수도권을 넘어 이른바 '강남'에서도 통하는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본인의 선거에서 지더라도 강원도지사, 경남 김해 등에서 야권이 모두 승리할 경우에도 손 대표는 웃을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당 대표라는 현재의 위치 뿐 아니라 그의 대선 가도에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야권주자 1위 유시민은 김해에서 웃을까?

유시민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경남 김해을 선거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유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4.27 재보선은 중요한 계기점이다.

현재 막판 고비를 넘고 있는 야권연대 협상의 결과와 관계 없이 그렇다. 가장 큰 협상의 걸림돌이 김해을이 된 것도 유 대표와 참여당의 운명이 김해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선거 결과가 고스란히 유 대표의 성적표가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고도 진다면 단순히 참여당의 원내 진입 실패를 넘어 유 대표의 '표 확장력'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야권 대선주자 1위라는 위치의 추락도 점쳐진다.

▲ 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를 지원하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연합뉴스

단일화 협상이 실패하면 책임론은 더 커질 수 있다. 시민단체 4곳와 야4당이 벌이고 있는 야권연대 협상에서 가장 '반대'를 많이 한 세력이 참여당이라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

특히 단일화 실패로 한나라당에 김해을을 넘겨줄 경우 4.27 재보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친노의 분열'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1곳만 건지면 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안개 속의 강원도지사 선거를 사실상 지원하고 있지만, 선거 결과가 곧바로 박 전 대표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이 이번 재보선을 '정권 심판론' 구도로 밀고 나갈 경우 선거 패배는 이명박 대통령의 타격일 뿐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4:0'으로 대패한다면, 당장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 교체론이 부각되면서 친이계 의원들이 줄을 갈아타는 이른바 '월박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

4곳 가운데 1곳 정도를 한나라당이 건질 경우 여권은 더 복잡한 이전투구로 빨려들 수 있다. 원래 한나라당의 몫이었던 것이 1석이기 때문에 친이계와 지도부는 "본전"이라고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 비주류는 "명백한 패배"라고 지도부를 공격하면서 내부 갈등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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