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출마 손학규 "내가 앞장서는 게 승리의 길"

손학규-정운찬 '빅매치' 성사되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0일 "새로운 나라에 대한 국민의 희망을 확인하고자 분당을 보궐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4.27 재보궐 선거에서 '경기도의 강남'이라 불리는 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해 직접 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은 변해야 한다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제 신념에 대해 분당 주민들의 신임을 요청한다"며 "내가 가야할 길을 분당 주민들이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번 대결은 여와 야의 대결도, 보수와 진보의 대결도, 손학규와 그 누군가의 대결도 아니"라며 "이번 대결은 분열도 상관 없다는 믿음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의 대결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꿔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당을 재보선이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 하나를 놓고 치러지는 선거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묻는 성격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출마와 이번 재보선의 의미를 크게 그려 본인의 희생을 강조하고 나아가 패배할 경우에도 '손학규 개인'의 패배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중산층이 동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손 대표는 또 "분당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중산층 지역"이라고 평가한 뒤 "중산층이 변하지 않고 중산층이 동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민주당이 단 한 차례도 이긴 적이 없는 지역이 분당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저는 대한민국 중산층이 분열과 차별, 특권과 반칙의 사회를 용인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중산층과 서민을 서로 떼어 내 편을 가른다면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유독 '편 가르기'가 아닌 '하나'를 강조했다. 그는 "강남민국과 강북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보수의 대한민국과 진보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지 않으며, 부자들의 대한민국과 중산층의 대한민국, 서민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책무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우리 사회에 퍼진 냉소와 체념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이른바 '손학규 차출론'에도 불구하고 입을 닫았던 그가 출마로 마음을 굳히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분당을에 나가서 싸우는 것이 이번 재보선의 모든 선거에서 직접 나서 싸우는 것이라 판단했다"며 "장수가 뒤에 있지 않고 앞장서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의 출마로 한나라당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카드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을 놓고는 "그쪽에서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 '정운찬 카드' 재부상? 강재섭 "밀실 음모, 좌시하지 않겠다"

손 대표의 출마로 재보선 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분당을을 두고 '내분'까지 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운찬 전략공천론'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몸이 단 인사는 분당을에 공천 신청을 한 강재섭 전 대표다. 강 전 대표는 이날 손 대표 출마 소식을 들은 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를 환영한다"며 "저는 손 대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강조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속내는 복잡하다. 강 전 대표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정권 실세와 당 지도부 일부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정운찬 전략 공천론을 강하게 부정해 왔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총리가 출마하면 강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 전 대표는 이날도 '무소속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그런 터무니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밀실에서 계속 음모를 진행한다면 내 정치 인생을 걸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교수 시절 똑같은 시험문제를 낸 적이 없는데 기자들은 같은 질문(분당을 출마 여부)을 정말 여러번 하신다"고 말했다. 일단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만, 정 전 총리가 그간 분당을 출마를 저울질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정운찬 전략 공천 카드에 대해 "손학규가 나올 경우 정운찬으로도 힘들다"는 얘기가 함께 나오고 있어 섣부른 예측은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겹쳐 자칫 잘못하면 한나라당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필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대표의 출마가 여당의 '분열'을 더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