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열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5일 수락하자,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성사 자체로 대화 의제를 집중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남북 대화 범위가 이산 가족 상봉, 남북 군사 당국자 회담 등으로 확장될 여지도 열어둬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선 순위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대화의 여지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가 대화할 수 있는 의제에 대해 "아마 논의될 수 있으면 이산 가족 문제, 남북 군사 당국자 회담 등 이전에 제안했던 의제들에 국한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협의가 잘 진행돼야 나머지 개선 문제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산 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는 "만나서 얘기해봐야 안다. 그동안 이산 가족 상봉이 중단된 지 꽤 됐기 때문에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고 실무적으로 상봉단을 꾸리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이번 남북 간 대화에서 합의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했다.
앞서 전날인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튿날인 5일 북한은 고위 당국자 회담을 열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락했다. 북한은 대화 의제를 "평창 올림픽 경기를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 문제"라고 밝힘으로써 대화 의제가 올림픽 외의 남북 관계 개선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화 과정에서 북한이 한미 군사 훈련을 평창 올림픽이 끝나는 오는 3월보다 더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한미 연합 훈련에 돌입하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3월에 열리는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스케줄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남북 간의 대화가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리라고 우리는 판단하기 때문에 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어떤 모멘텀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처음부터 한다, 안 한다고 얘기할 사안은 아니고, 조금더 숙성되고 분위기가 잘 흘러갈 때 가능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북한 대화에 한미 온도차 있다는 해석 경계
한편, 청와대는 북한과 대화 분위기 조성에 대한 청와대와 백악관 간의 온도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전날 한미 정상 통화에 대해 "두 정상은 최대의 압박을 유지하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기로 합의했다"고 브리핑했는데, 이 문구가 청와대 발표에는 빠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언급한 적은 없다. 대화의 전체적인 내용상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북한에 대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사안의 압박과 제재를 충실히 이행햐야 한다는 대화의 전체 취지를 반영해서 (백악관이) 정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남북 대화가 잘 되기를 희망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녹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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