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4일 평창 올림픽 기간까지 한미 군사 연합 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해빙 국면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약 3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평창 올림픽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에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주시면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 군사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셔도 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두 정상 간의 합의에 따라 한미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는 한,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치러지는 오는 3월까지는 한미 연합 훈련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한미 연합 훈련 연기에 공식적으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대화도 진전을 볼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며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까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김 위원장보다) 더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하는 핵버튼을 갖고 있다"고 찬물을 끼얹고,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며 신중론을 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남북 대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그동안의 한미 간 엇박자 논란도 불식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재확인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북미 대화'를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남북 대화를 지렛대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대화 국면 조성에도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군사 연합 훈련 연기를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합의하고 남북 대화에 지지를 얻어내는 등 '미국 변수' 통제에 일단 성공함으로써 한반도 운전대를 잡는 데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남북 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 대표단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더 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