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내 통합파와 반(反)통합파의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반통합파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발해 독자 신당 창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통합파의 수장인 안철수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은 개인 것이 아니다"라며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 형식으로 놓아줄 뜻이 없음을 밝혔다. 또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보수적 시각에서의 비판을 내놓아, 햇볕정책을 놓고 벌이고 있는 논란에서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반통합파에서도 안 대표를 비판하며 총공세를 폈다.
안 대표는 5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통합 반대파가 개혁신당 창당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을 요구한다면 어떡할 것이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의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표를 주셔서 당선된 것"이라며 "개인 것이 아니다. 출당시킬 권리가 당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반통합파는 지난 3일 국회 회동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최대한 저지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가칭 '개혁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데 뜻을 모았었다. 개혁신당 결의에는 박지원·조배숙·정동영·유성엽·박준영·윤영일·김종회·최경환 의원 외에 비례대표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이 참석했었다. 안 대표가 '출당시킬 권리가 없다'는 것은 이상돈 의원 등 3명의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보낸 최후통첩 성격이 짙다. 통합에 동참하지 않아서 당을 나갈 거라면 의원직은 놓고 나가란 얘기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오전 이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의 메신저 단체방에 올린 글 및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례대표 의원 제명과 관련, 우리 당에서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며 "지금 우리 당 창원시 진해구 위원장인 전현숙 경남도의원은 원래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도의원이었는데, 2016년 총선 때 우리 측 선거운동을 도와서 (민주당)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 때 안철수 대표가 '전현숙 도의원이 민주당에서 제명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저 한테 부탁해서 제가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에게 제명을 부탁했고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김경수 의원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부탁했다"고 했다.
'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표를 줘서 당선된 것이니 출당시킬 권리가 없다'는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 과거 안 대표도 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비례대표 의원의 제명을 부탁했다는 사례를 들어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이 의원은 "김경수 의원은 '상황이 그러니 전현숙 도의원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면서 흔쾌히 제명을 해 주었다"며 "요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주현 의원도 이날 반통합파 의원 회동에서 "당권파들이 굳이 바른정당과 합당하기 위해 탈당한다면 우리는 비례대표를 출당시켜줄 생각이 있다. 그것이 정도(正道)"라며 "안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새누리당에 표를 준 유권자의 뜻에 어긋난 바른정당은 유권자의 뜻을 무시한 것이니 합당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경향> 인터뷰와 관련 "저는 기본적으로 통합할 때 함께 가자는 입장"이라며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는 "(출당 등은) 헤어질 것을 전제로 묻는 것 아니냐. 저는 그렇지 않다"며 "함께 가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당원투표를 통해 75%의 당원이 통합에 찬성했다"며 "당 해산 등 주장은 당원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것 아니냐"고 역공을 폈다.
반통합파 "안철수, DJ와 결별 선언하라" 총공세…安은 '마이 웨이'
반통합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회동을 열고 세 결집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일 회동에 모인 11명 이외에 김경진·김광수·박주선·장병완·정인화·천정배 의원까지 총 17명이 개혁신당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장정숙 의원은 "김동철·이용호 의원은 중요 당직을 맡고 계셔서 빠졌다"며 "플러스 알파는 상상에 맡긴다"고 했다.
회동에서 장병완 의원은 "바른정당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정체성"이라며 "설령 무리해서 합당이 되더라도 새 당 내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어제 통합파들이 '햇볕정책이 우리 당 강령에 없다'는 해괴망측한 소리를 했다"며 "안 대표가 호남·김대중 정신과 결별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합당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도 "남북관계에 2년 동안 막혀있던 국면이 뚫렸는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통남봉미'라는 희한한 언어를 동원하고 있다. 한국당과 판박이"라며 "국민의당을 바른정당에 붙이는 것은 한국당에 붙이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국민의당은 강령에서 남북관계 관련 포용정책을 계승발전한다고 명기하고 있다"며 "어제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겠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혔을 때 유승민 대표는 뭐라고 했나? 한국당과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이렇게 정체성과 가치관, 역사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데 통합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공개발언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추진에 대해 보수적 시각에서의 비판을 내놓아 '마이 웨이'를 확고히 했다. 안 대표는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을 언급하며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라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원칙·전략 없이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벌써 남북 대화 성과에 급급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흐르고 있어 우려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핵에 대한 태도 변화는 조금도 없이,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피하며 한미동맹의 균열 노리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내거는 조건을 쉽게 받아들여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위로 돌리고 한미 공조에 엇박자를 내서는 안 된다"고 대북 강경론을 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회담을 넘어선,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핵·미사일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는 보다 냉정한 자세로,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토대로 대화 원칙과 전략부터 세우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반통합파의 비판에 대해 "어떤 사안에 대해 한 정당 내의 의원들도 의견이 꼭 같지는 않다"며 "의원 개인 각자에게 물어보면 전부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저는 우리 당 스펙트럼에 바른정당 의원들의 그것도 내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단 그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관련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저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운영위 출석부터 해서 입장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다름 조치를 취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