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 군사 훈련 연기와 관련해 "한미 간 충분히 논의하고 있고, 미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18년 2월 치러질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면,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연기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평창 올림픽 기간까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미국 NBC 방송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3월에 열리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오는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치러지는 패럴림픽 기간에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 이것은 오로지 북한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었다.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 하겠다, 안 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은 없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연합 훈련 연기 제안에 대해 "한미 연합 훈련을 변경할 그 어떤 계획도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한미 간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한미 군사 훈련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미국에) 전달한 것은 확실하고, 그와 관련해 상당한 이야기가 오고간 것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번 제안을 할 때 한미 군사 당국을 통해 소통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자는 제안이 2018년 2월부터 3월까지 치러질 평창 올림픽 기간에 국한됐다면서 그 이후 상황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 관계에 물꼬가 트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올림픽을 평화롭게 치르고 북한이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들이 향후 이어질 대화 분위기와 아주 관계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대화로 흐를 분위기가 형성되면 모든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올림픽이 끝났다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NBC 방송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의 '쌍중단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맞바꿀 용의가 있다고 암시해왔고, 러시아와 중국 또한 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그동안 비슷한 주장을 해왔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물꼬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단이 올림픽에 참가하면 '평화 올림픽'이라는 명분이 서고, 북한도 자연히 올림픽 기간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더 나아가 북미 간 대화도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중요한 건 북미 간 대화 입구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한미 간에도 대화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되지만, 당사자인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만약 북한이 2018년 2월까지 추가로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문 대통령의 제안은 백지화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 전에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다면 한미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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