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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단일후보'면 박빙? 누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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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vs 단일후보'면 박빙? 누가 그래!

[野! 선거연합]<3> 손학규·유시민·김두관? 문제는 '후보'야

선거는 후보다. 구도도 중요하고 이슈도 중요하지만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최종적 요소는 후보다.

진영간 대립구도가 선명하게 구축되어 고정 지지층간 대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후보는 중요하다. 진영에 속해 있는 고정지지층이라 하더라도 투표장까지 가는 적극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동기가 필요하며 아무리 진영간 대립구도가 선명해도 부동하는 중간층의 존재는 다소간 있게 마련이다.

고정 지지층을 투표장에 가게 만드는 힘, 중간 지점에 존재하게 마련인 부동층의 일부라도 투표장에 가게 하는 힘은 세력이 아니라 후보에게서 나온다. 여야 모두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어느 쪽도 결정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선거, 유권자의 20~40%에 달하는 비교적 두터운 중간층의 선택이 승부를 결정짓는 선거에서 후보 요소는 결정적이다.

'박근혜 vs. 야권 단일후보' 구도면 '박빙'이라고?

후보 요소를 평가함에 있어 표의 충성도와 확산성이 주요한 기준으로 사용되나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가 갖고 있는 매력과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흡입력이다. 충성도와 확산성은 후보의 매력과 대중 흡입력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종속적 지표다.

손학규, 유시민, 정동영 등을 후보군으로 보유하고 있는 야권은 '인물보다 구도'라는 전통적인 진영 프레임으로 후보 구도를 사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야권이 정치연합을 성사시키면 '박근혜 vs. 야권 단일후보'간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것이고 야권표는 야권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결집될 것이므로 결국은 여야간 박빙의 대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야권에 폭넓게 퍼져 있는 진영논리다.

▲지난해 6.2지방선거 과정에서 유시민-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뉴시스

진영간 대결 구도의 '맹점'…상대 진영도 뭉친다는 것

이 논리는 두 가지 점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진영에 속한 제 세력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이탈자가 없으려면, 앙상한 논리가 아니라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의 DJP연합, 노무현의 노무현-정몽준 연합은 냉혹하고 빈틈없는 계산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다른 세력과의 연합에서조차도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6.2 지방선거에서 성사된 경기지사 후보단일화는 이변에 따른 깜짝효과는 있었지만 민주당 고정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가게 할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선거는 후보다"라는 격언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대선에서의 정치연합은 구도가 아니라 후보 중심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구도가 아니라 후보다.

둘째, 각 진영으로 세력들이 결집할수록 진영 밖에 있는 중간층과의 거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느 한 쪽이 진영으로 모이면 다른 쪽도 자신들의 진영으로 결집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때 양 진영의 바깥에 있는 중간층은 진영간 대결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경향성을 띄게 된다. 진영 소속감과 일체감이 없는 상태이므로 세력대결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진영간 대결구도에서 우세한 쪽에게는 큰 부담을 주지 않지만 불리한 쪽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불리한 진영 대결구도가 고착되는 것이므로. 더우기 대세를 타고 있는 박근혜는 자신을 진영 내로 가두어두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굳이 자기 진영을 돌아보지 않고도 진영 밖의 중간층에 코드를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그나마 진영간 대결 프레임에 편승해 박근혜와의 1:1 대결구도를 만들어보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승부처인 중간층과의 거리는 멀어지게 되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어려운 처지에 빠지기 쉽다. 앞서 있는 박근혜는 자신의 진영을 넘어 중간층에 다가가는데 야권은 중간층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스스로를 진영 내로 가두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란한 정치연합론보다 절박한 것은 뭐?

이 딜레마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진영과 구도가 아니라 후보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후보가 선봉장이 되어 앞장 서서 중간층을 공략하고 진영은 본대로서 후보를 따라가는 것이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하게 현실적인 전략이다.

그러므로 야권은 진영이 아니라 후보에 천착해야 한다. 현란한 정치연합론이나 야권통합론보다 현실적으로 중요하고도 절박한 과제는 손학규, 유시민, 정동영 등의 후보군을 어떻게 런칭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며 이들 간의 단일화 연대를 어떻게 관리하고 연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김두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영삼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9룡의 대결을 연출했다. 그러나 김영삼이 9룡의 쟁투를 성공적으로 연출했음에도, 그 결과 이회창 대세론이 출현했음에도 이회창은 김대중을 이기지 못했다. '급조된 9룡', '만들어진 대세'보다는 40년 구력의 김대중과 김대중이 처절한 양보 끝에 성사시킨 DJP연합이 더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후보만들기란 이토록 어렵고도 어렵다. 시간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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