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1월 중에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보인다. '임종석 특사'에 의혹 대한 각종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의 최측근이다.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한국이 수주한 원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 왕세제를 만났을 때 배석했다.
칼둔 청장은 한국 정부와 UAE 외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각종 의혹은 칼둔 청장의 방한 이후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초에 '임종석 특사' 의혹은 자유한국당이 처음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이명박 정부의 원전 비리를 캐려다가 한국과 UAE 간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에 관한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면 계약설'이 튀어나오면서 상황은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쪽으로 역전됐다.
UAE 관련 의혹의 줄기는 이제 이명박 정부가 원전 사업을 수주한 대가로 한국 정부와 UAE 간의 이면 계약을 체결했는가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이면 계약의 내용은 '군사 협력'과 관련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UAE와 한국 정부가 '상호 군수 지원 협정'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했다는 보도에 대해 지난 2일 "상대국과의 신의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체결 여부 등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양국이 군사 협력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UAE와 '비밀 군사 양해각서'를 체결한 때는 박근혜 정부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3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2009년 원전 수주 당시에 국방부 차원에서 UAE와 한국이 '상위 방위 협정' 초안을 교환했지만, 외교부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어서 결국 양국이 서명하지 못하고 발효되지 않았다"며 "MOU 체결이 지연되다가 박근혜 정부 초기 와서야 한-UAE간 군사 지원 협정이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김종대 의원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UAE에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내준 MOU 체결 내용은 네 가지로 구성된다. 국군 파병, 장비 지원, 교육 훈련, 군사 기술 제공을 골자로 하는 방산 기술 협력이다. 김 의원은 "이 내용이 이행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내용이라서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탈이 났다"며 "그것을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수습하는 형국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종대 의원은 UAE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 "UAE의 주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란의 군사 위협이 점차 가중되고 또 예멘 내전이라든지 주변 아랍 정세가 굉장히 불안정해짐에 따라서 UAE는 군사력 현대화에 더욱더 가속화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원전을 수주한 대가로 이런 걸 다 지원해야 될 한국에 요구사항들이 자꾸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란하고도 관계가 있고 또 아랍의 분쟁에 연루될 위험이 고조되다 보니까 우리가 이 협정을 다 이행하기에는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0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UAE 특사로 파견된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을 수주할 때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가 좋았다고 하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체결한 '군사 협력 양해각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 기밀을 정의당 의원에게 이 정권의 누군가가 유출시켰다는 사실을 자유한국당은 엄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발끈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끈하는 이유는 'UAE 게이트'가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게 돌아갈까 봐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 정권에서 군사 관련 이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주체가 이명박 정부이든, 박근혜 정부이든 자유한국당 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임종석 특사 파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양국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안 사항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한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이 겨눈 칼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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