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은 27일 오후 서울 도렴동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생략됐을 뿐만 아니라 주무 부처의 무능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배제한 채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협상의 대표로 임명하여 외교정책의 무능함을 온 천하에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대협은 "일본군성노예제라는 인권문제를 모든 경제‧문화‧안보‧외교와 연계시키면서 미국이 한미일 군사 안보 동맹을 목적으로 인권‧역사 문제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위안부 합의에서 비공개됐던 사항 중 한국 정부가 제3국에서의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일본에 했다는 내용과 관련, 정대협은 "그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외국의 한인회 단체들이 외교부로부터 '소녀상 관련 활동 일체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받았다는 제보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비공개 사항이었던 '성노예'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정대협은 "그간 국제기구에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을 지칭하는 공식명칭인 '성노예'라는 표현에 대해 지난 11월 개최된 제28차 유엔 국가별인권정례검토에서 일본 정부가 주장했던 강한 반발의 근거도 오늘 검토 결과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대협은 위안부 합의가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TF 보고서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정대협은 "TF 보고서는 (위안부 합의가) 일본의 법적책임이나 책임인정이라는 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나 책임 통감이라는 표현을 통해 진전을 이뤘으며, 일본 정부 예산에서 거출된 10억 엔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피해자들과 지원단체가 주장해 온 법적책임 인정은 전쟁 범죄의 가해 내용의 구체적 명시와 인정, 그리고 책임주체의 구체적 명시를 토대로 한 법적인정이었다"면서 위안부 합의가 기존 일본의 입장보다 나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고노 담화와 아시아 여성기금 당시 일본 총리의 편지에 담겨있던 '도의적'이라는 수식어가 삭제된 '책임 통감' 이라는 표현은 진전이라 평가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검증 TF의 자의적인 평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또 "아베와 기시다 외무상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 직후 이는 법적 책임 인정이 아님을 밝혔으며 박근혜 정부 역시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힌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합의 내용에도 가해 주체 책임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구체적 명시는 빠진 모호한 문구로만 표현되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대협은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 엔 반환의 근거는 명확해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오늘 발표된 TF 결과와 피해자들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여 더 이상 합의 무효화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한일 합의 무효화 △일본 정부 거출금 10억 엔 반환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일본군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조치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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