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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골칫거리' <PD수첩>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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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후의 골칫거리' <PD수첩>의 비극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20>"저열한 수법으로 언론 탄압하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

이명박 정권의 언론대책은 매우 특별한데가 있다. 우선 후진국이나 독재체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언론인들에 대한 불법연행·고문이나 테러도 없다. 물리적인 압박이나 위해가 눈에 띄지 않는다. KBS 정연주 전 사장과, '광우병 보도'의 MBC <PD수첩>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기소한 것이나,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도(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일단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만하면 언론자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자랑스럽게 나온다. 정부·여당 쪽 이야기다. "언론을 장악하려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과 최시중씨도 앞으로는 미소 띤 온화한 표정의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진실로 이 땅에 언론의 자유는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돌아서서는 다르다. 표변한다. 숨도 못 쉬게 언론의 멱살을 틀어쥐고, 살기 돋은 눈빛을 하며 겁박한다.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한다. 앞과 뒤가 다른, 지극히 고약하고 야비한 행태다.

이런 저열한 수법으로 언론을 탄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이 나라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MBC <PD수첩>을 '손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소회다. 그동안 <PD수첩>은 이 나라 최고의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이라는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아왔다. MB정권이 얼굴에 쓰고 있는 거짓의 탈을 벗겨내면서, 부도덕한 권력의 추한 참모습도 조명했다. 국민 우습게 아는 오만함에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다. 온통 나라를 사조직이나 사설정치판 꾸려가듯하는 행태를 주저하지 않고 고발했다.

정연주 전 사장이 쫓겨나면서 KBS가 초토화된 뒤, <PD수첩>은 적어도 이 나라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거리였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MB정권에게는 보통 골칫거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최후의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6m의 비밀'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 제목만으로도 MB정권의 고통스러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이 된다. <PD수첩>은 다른 '민주정권'에서도 눈엣가시였으나 팔을 걷고 비수를 들이댄 정권은 없었다. 허나 이 정권은 달랐다.

핏발선 눈으로 작심을 하고 칼을 뽑았다. 칼질은 KBS에서 터득했던 대로 사장 쳐내기로 시작되었다. 바꿀 때는 다소 소리가 나지만 사장만 '충성스러운' 사람 앉혀놓으면, 그 다음은 '손 안대고 코풀기'였다. 이미 KBS에서 경험을 쌓은 터였다. KBS처럼 임기중간에 바뀐 사장자리에 김재철씨가 임명되더니, 충성도를 인정받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윽고 김 사장에 의해 '손 안대고 코푸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김재철 사장은 한때 "<PD수첩>은 MBC의 자랑스런 브랜드"라고 하던 사람이었다.

▲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 편. ⓒMBC
그런 그가 MB정권 대신 '코 풀어주는' 작업에 열정적으로 매달린다. 먼저 프로그램 제작에 경영진의 개입을 차단하고 있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다. 그래야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음단계로 TV제작본부 산하에 있는 시사교양국을 편성본부로 옮겼다. 제작본부는 특성상 담당 PD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 경영진이라도 간섭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그러나 편성본부는 좀 다르다. 개입이 가능한 조직문화다. 시사교양국 <PD수첩>팀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의미다.

마지막 단계로 인사가 이뤄진다. 사장의 고등학교와 대학의 후배가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리고는 <PD수첩> 제작진 11명에 가운데 6명이 다른 부서로 발령났다. 6명 중에는 '검사와 스폰서' '4대강 6m의 비밀'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최승호 PD와, <PD수첩>의 진행자 홍상운 PD가 포함돼있다. 최 PD는 발령 당시 요즘 시끄러운 'MB의' 소망교회를 취재중이었다.

그는 작년 한국 PD연합회가 뽑은 '올해의 PD상' 대상 수상자다. 2008년 MBC는 그를 훌륭한 탐사프로그램 PD로 키우기 위해, 미국의 IRE(탐사보도협회) 연수코스에 보내 1년 동안 공부를 시키기까지 했다. 이번에 함께 발령받은 6명 모두 "<PD수첩>에서 제작을 계속하고 싶다"했으나 '강제발령'은 바뀌지 않았다.

새로 발령받은 시사교양3부에서 최 PD가 맡게 될 일은 외부 프로덕션이 제작해온 아침 방송물을 관리하는 업무라 했다. 말하자면 그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뗀 셈이다. 이 나라 최고수준의 PD를, 그것도 회사가 따로 돈을 들여 미국에 보내, 전문교육까지 시킨 재목을 해당분야 프로그램 제작에 손도 못대게한 조치였다.

누가 봐도 그것은 회사에 보탬이 되는 경영 행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MBC의 김재철 사장은 그렇게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승호 PD는 "사장님이 MBC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맞다. 김 사장의 눈에 MBC가 사랑으로 보일 리 없다. 자신을 사장자리에 앉히고, 연임까지 시켜준데 대한 '은혜갚기'가 훨씬 소중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때문일까. 사장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달팽이의 기생충 가운데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leucochloridium paradoxum)이란 희한한 놈이 있다. 새의 뱃속에서 알을 까고 알이 변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기생충이다. 이놈은 자신을 세상에 보내준 새에 대해 철저히 은혜를 갚는 일생을 산다. 숲이나 풀밭에서 달팽이의 몸에 스며들어가는 이놈은, 놀랍게도 자신이 기생하는 달팽이가 새에게 잡아먹히도록 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달팽이의 뇌를 조종해 새의 눈에 잘 띄도록 마음대로 끌고 다닌다. 밤에만 움직이는 달팽이를 낮에 돌아다니도록 하는가하면, 더듬이 색깔을 화려하게 하면서 많이 꿈틀거리게 하기도 한다. 잡아먹히는 달팽이와 함께 새의 뱃속에 들어가면, 이 기생충은 거기서 또 알을 까고 세상에 나와 '은혜갚기'를 한다. 이용당한 달팽이만 죽어간다.

물속에서 알을 까고 뭍으로 올라와 메뚜기와 귀뚜라미에 기생하다가, 숙주를 투신자살하게 하는 기생충도 있다. 2005년 8월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처음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네마토모프'(Nematomorph)란 이름의 악질 기생충이다. 이놈은 성충이 되면 물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을 몸 안에서 키워준 메뚜기나 귀뚜라미를 물가로 가도록 조종한 뒤, 물에 투신자살하도록 한다. 죽는 건 이용당한 메뚜기와 귀뚜라미다. 행태가 연상되어서 하는 소리다.

시사교양국 PD들의 제작거부 결의 등 여진은 있지만 '최후의 골칫거리' <PD수첩>에 대한 손보기는 마무리 단계다. 물론 '손 안대고 코를 푼' 경제적인 작업이었다. 종편채널이라는 당근을 내세워 이른바 메이저 신문을 장악한 데 이어, 메이저 방송까지 평정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MB식 언론통제구도를 완성했다. 마음 놓고, 거리낄 것 없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탄탄대로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 이 정권이 공을 들이는 물가에 대한 여론조작도 그 때문인지 수월해 보인다.

대통령은 며칠 전 국민경제 대책회의에서 최근의 물가 상황이 "최선을 다해도 되지 않는 beyond control(통제불능) 상황"이라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중동사태로 인한 유가인상과 이상기후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폭등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메이저 방송들과 메이저 신문들이 그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무책임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작금의 이 나라 물가파동은 대여섯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이유는 몇 년째 계속되는 MB정권의 고환율 저금리 정책이다.

바로 이 정책 때문에 환율격차로 수출대기업은 큰 이익을 보게 되고, 비싼 수입물가를 감당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몹시 힘이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씨가 밀어붙인 정책이다. 게다가 저금리 대출까지 부추겨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파산한 미국은행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를 빗대어 '리만(李萬) 노믹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둘째, 구제역 사태가 엄청난 영향을 몰고 왔다. 육류가격 자체도 그렇지만 우유관련 제품의 가격폭등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렸다.

필자가 2010년 11월 5일자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이 정부에서 애써 숨기려하는 '4대강 채소 물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채소경작이 금지된 전국의 하천 부지는 1만500ha, 3150만 평이다. 전국 채소경작면적의 4%에 해당한다. 때문에 생산량도 4%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하천부지의 비닐하우스 경작지는 다모작(多毛作)이어서 실제 생산량 감소는 6~8%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선채소의 경우 생산량이 5% 늘어나면 값이 폭락하고 5% 줄어들면 폭등장세가 온다. 작년 김장철부터 계속 채소 값이 폭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름아닌 구제역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채소경작지 감소가 지난 1월의 이 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을 OECD 국가 중 1위로 밀어 올렸다. 요컨대 물가상승 요인을 편의상 순위별로 정리해보면 ①고환율과 저금리정책 ②관재(官災)인 구제역 ③4대강 사업에 따른 채소경작지 면적 감소 ④중동사태로 인한 유가상승 ⑤국제원자재 가격상승 ⑥이상기후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이 된다. 물론 상호 연관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이중 현 정권의 책임인 ①②③은 쏙 빼내 감추고, 불가항력처럼 보이는 ④⑤⑥만 강조했다. MB정권은 그렇게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온통 언론을 꼼짝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벌이는 여론조작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여론을 조작해도 진실을 숨길 수는 없다는 점이다.

최승호 PD의 건강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필자는 그런 확신을 가졌다. 흔히 언론자유가 보장되려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수적이라고들 말하지만, 그보다도 언론인 개개인의 자기결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이런 언론인들이 한명씩 두명씩 늘어갈 때, 이 나라 언론의 미래는 MB정권보다 더 가혹한 정권이 들어선다해도, 밝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민초들도 모두 힘을 보태야 한다. DJ가 말했듯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해야 한다. 오늘 저들이 벌이는 저열한 수법의 언론탄압행태를 기름먹인 종이에 꼬박꼬박 적어놓기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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