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일찍이 <계산기정보시스템안전보호조례(計算機信息系統安全保護條例)>(1994년)를 제정한데 이어 <계산기정보망국제네트워크관리임시규정(計算機信息網絡國際聯網管理暫行規定)>(1996년), <계산기정보망국제네트워크안전보호관리방법(計算機信息網絡國際聯網安全保護管理辦法)>(1997년), <인터넷전자공지서비스관리규정(互聯網電子公告服務管理規定)>(2000년), <인터넷정보서비스관리방법(互聯網信息服務管理辦法)>(2000년) 등을 잇달아 제정, 시행해 왔다. 앞서 말한 '관련 법률과 법규'는 아마도 이런 법규들에 대한 총칭일 것이다.
법규들마다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긴 하지만, 그 중 2000년 9월 국무원 제31차 상무회의에서 국무원령 제292호로 통과된 <인터넷정보서비스관리방법> 제15조를 보면 인터넷 정보 제공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작, 복제, 게시, 전파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첫째, 헌법에 명시된 기본 원칙에 반대되는 것. 둘째, 국가 안전의 위해, 국가 기밀의 폭로, 국가 정권의 전복, 국가 통일을 파괴하는 것. 셋째, 국가의 존엄과 이익에 손해되는 것. 넷째, 민족 갈등과 민족 차별을 선동하거나 민족 단결을 파괴하는 것. 다섯째, 국가 종교 정책을 파괴하고 사교와 봉건 미신을 선양하는 것. 여섯째,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사회 질서를 교란하고 사회 안정을 파괴하는 것. 일곱째, 음란과 색정, 도박, 폭력, 살인, 공포를 유포하거나 범죄를 교사하는 것. 여덟째, 타인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타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하는 것. 아홉째, 법률과 행정 법규가 금지한 기타 내용을 포함하는 것.
'재스민혁명'은 과연 이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할까? 사실, 20세기 중국에서 '혁명'이란 말은 가장 영광스런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21세기 중국에서 이 말은 가장 불온한 단어 중 하나가 됐다. 매화나 모란 등과 더불어 중국인이 좋아할뿐더러 차로도 많이 마시는 재스민(모리화)도 입에 올리기 껄끄러운 말이 됐다. 다행히 '혁명'이나 '재스민'을 단독으로 입력했을 때는 검색 불능 공지가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그 결과로 '재스민 혁명'이 포함된 웹사이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포털 사이트 '바이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재스민"같은 서술형 문구에도 여지없이 '관련 법률과 법규'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다. 전 베이징대학 자오궈뱌오(蕉國標) 교수는 몇 해 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인터넷 통제 방법이 최소한 네 가지라며, 특정 사이트 차단, 특정 검색어의 정보 차단, 사이트 폐쇄, 전자우편 검열 등을 예로 들었다. 중국 정부는 또 2009년에는 청소년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인터넷 감시 프로그램인 '그린댐(綠壩)'을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컴퓨터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철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공식적인 조치와 더불어 인터넷 공간에 대한 자연스러운 '삼투' 방식도 동원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마오당(五毛黨)'이다. 우마오당이란 말은 지난 2006년 안후이성(安徽省) 선전부가 매달 600위안의 월급을 주고 고용한 인터넷 평가원들이 댓글 하나 당 5마오(毛)를 초과 수당으로 지급받은 데서 생겨났다. 안후이성의 정책이 알려지자 이후 후난성(湖南省) 선전부도 업무 회의를 열어 "우리 모두 인터넷 평가원이 되자"고 주장하면서 우마오당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 ⓒ프레시안 |
이후 많은 지식인들이 이를 비판해 왔으나 오늘날에는 포털 사이트부터 정부 기관의 공식 사이트는 물론 크고 작은 사이트들이 저마다 우마오당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마오당은 주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으나 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슈에만 관여할 뿐 아니라 상업적인 영역까지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초에는 중국의 한 블로거가 "기업도 농단하는 우마오당"이라는 글을 써서 중국 내 최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화학그룹이 우마오당을 고용하여 "조직 내부의 인터넷 홍보원 자격이 아닌 일반 네티즌 자격"으로 석유 가격 인상이 합리적임을 선전하는 글을 올렸다고 폭로했다. 이 그룹이 홍보원들의 선전 활동을 격려하는 문건을 만들어 배포했음이 잇달아 드러났고, 한발 더 나아가 우수한 성과를 올린 홍보원들을 시상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중국의 현행 법률 체계로는 규제할 수 없는 합법적인 활동이다. 단지 도덕적인 책임감만이 논란이 될 뿐이다. '우마오당' 홍보원들은 전문적인 능력에 따라 '고수(高手)'와 '호수(好手)', '사수(寫手: 단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등급이 나뉘어 활동하고 있으며, '고수'와 '호수'의 역할은 '사수'의 역할보다 더욱 핵심적이고 전문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수'는 이들의 방향과 지침에 따르는 행동대원인 셈이다.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30만 명 이상이 우마오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근대 이후 미디어는 특정한 정보를 실어 나르는 단순한 역할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현상적 이해와 관점을 제공해 주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 힘은 당초부터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은, 거대한 바다 속의 잠재된 해일과도 같은 것이다. 평소에는 평온하다가도 성난 파도가 몰아치듯이 말이다. 미디어가 큰 힘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힘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은 결국 다른 힘과의 상호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힘은 가시적으로 조직된 체계를 통해 순차적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잠재된 민심이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면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주선율' 홍보로 대변되는 우마오당은 중국 정부의 상황 판단에 따라 특정한 사안을 수수방관할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문제화할 수도 있다. 지난 1999년 미국 전투기가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했던 사건을 생각해 보자. 당시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반미정서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연일 계속되는 가두시위를 방조한 바 있다. 이제 인터넷이 일상화된 지금, 말 그대로 중국의 국익을 위해하는 사건이나 중국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우마오당은 실제로 잘 훈련된 '선전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게 마련이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서의 '그림자 시위'가 중국 정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올바른 힘은 언제나 민심의 향방과 함께 해 왔다. 그건 새로운 방식의 뉴미디어 하나가 발명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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