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후보자는 8일 '4대강 사업 재감사' 및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직무감찰'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 후보자는 이날 국회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감사가 끝난 뒤) 6개월 동안 감사 결과를 가지고 있다가 국정감사 등을 넘겼다. 이후 은 감사위원은 용도폐기 돼 주심 감사위원을 사퇴한다"며 "결국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졌는데, 이게 감사원인지 4대강 파헤치는 컨소시엄의 감리관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양 후보자는 "제가 감사원장 취임하게 된다면 지난 감사의 문제점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은진수 감사위원같은 대통령 측근의 감사위원 임명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강 의원이 "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누가 사찰했고, 어디까지 사찰했고, 결과 보고를 받은 배후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밝히지 않는다. 직무감찰권을 행사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양 후보자는 "(총리실 불법 사찰이)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또 이명박 정부 들어 감사원의 독립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는 것과 관련해 "감사원이 현재와 같은 행정부(대통령 직속) 소속으로 있는 것도 장점이 있다"면서도 "감사원은 독립기구로 있는 게 좋다"고 소신을 밝혔다. "총리실에는 자체 감사 기구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양 후보자는 "그 부분은 제가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감사원 독립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양 후보자는 "필요하다면 몸으로라도 (감사원 중립성을) 증명해보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양 후보자는 답변 과정 대부분을 통해 "답변이 적절치 않다"거나 "파악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일부 소신을 보였지만 여전히 "의전 감사원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배짱, 기개, 소신 이런 것들을 기대하면서 마음을 가져보려고 노력해보려고 했는데, '의전 감사원장'이 될 것 같다"며 "깐깐하지도, 권력에 까탈스럽지도 못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신뢰가 떨어질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양 후보자는 "제가 큰 저항은 못했지만 작은 저항은 했다. 고 3때 한일회담 반대 운동을 해 무기정학을 받았고 대학 때는 학생운동을 했다. 교수 때도 교수협의회에 앞장을 섰다. 대학 당국과 직접 상대한 적도 있다. 아는 분들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소수자도 강력한 힘 있다…집회·시위는 사회에 위험"
양 후보자는 답변 과정에서 '보수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평화적 집회 시위도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근거냐"고 질문하자 양 후보자는 "종래에는 집회 시위의 자유가 사회적 소수자들이 사회에 영향력있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도 강력한 힘을 갖고 사회에 자기 의견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집회 시위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의 의미)는 과거와 달라졌다. 집회 시위는 질서 유지에 대해 위험성을 갖고 있어서 필요성이 상당히 많이 감소했다는 게 제 이론적 판단"이라고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던 양 후보자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조직 재정비 등)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권익위에 흡수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리는 말이다.
양 후보자는 부동산 '탈세 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 오전에 "나도 피해자"라고 강변한 것에서 한발 물러서 "제가 집 한채 있으면서 땅 하나 더 사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욕심이라면 욕심이구나 하는 송구스러운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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