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프레시안>이 확인한 장자연 씨의 자필 편지에는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모 씨가 언론사 대표, 금융권 간부, IT업체 대표, 방송사 PD와 감독 등에게 수도 없이 성접대를 요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심지어 김모 대표 역시 장 씨의 데뷔 등을 조건으로 수차례 성상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총 230페이지가 넘는 이 편지에서 장 씨는 여러 차례 "죽고 싶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편지들은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장 씨의 지인 A씨가 받은 것으로, 관련 재판 과정에서 증거 자료로 제출된 것이다.
소속사 대표 "접견실만 완성되면 톱스타 대열에 설 수 있다"
편지에 드러난 소속사 대표의 성상납 요구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다.
"와인술 양주… 그것만 마시면 다들 미치는 것 같고 술집도 아닌 회사도 아닌 미니 와인바에다가 정말 웃긴 곳에서 두 번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당했고… 김 사장에게도 밀실에서 욕실에서… 얼마나 여러 번을… 나 뿐만이 아냐. 연예지망생들 그곳에서, 셀 수 없을 거야. 직원들 전부 다 일찍 퇴근시키고 작정하고 얼마나 여러 번을 당했는지 모르겠어. (중략) 그렇게 다 해쳐먹고 그리고 나서 김 사장 아는 감독, PD는 기본이고 방송사 간부들에 꼭 연결시켜 놔야 한다고 일간지 신문사 대표들까지 언론사 대표, 금융회사, 증권사… 암튼 이런 식으로 이용해서 술접(대)에 성(상)납 그걸 받게 해주고…."
특히 장 씨는 성상납이 이뤄지는 장소로 회사 3층 접견실을 여러 차례 지목했다.
"정말 회사도 아닌 3층 접견실. 그리고 삼성동, 청담동, 수원 인계동 등 그리고 호텔 룸 등에서도. 처음엔 회사도 아닌 술집 무슨 호텔도 아니고 정말이지 접견장에 욕실에 밀실방 같은 곳에 침대에… "
3층 접견실은 소속사 대표 김모 씨가 처음부터 성착취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편지에 따르면 김 씨는 장자연 씨에게 "3층 접견장만 완성되면 설화가 톱스타 자리 대열에 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씨는 지인 A씨에게 "오빠 정말… 이렇게 살아야하는지"라고 호소했다. 장 씨는 이어 "물론 나뿐만이 아니니까, 말 그대로 아니, 김 사장 말 대로라면 우리 같은 년들은 최고 1%맨들을 상대하는 년들 이라는 식"이라며 "난 (그 말이 우리가) 최고급 X녀라고 밖에 들리지 않아"라고 말했다.
"날 노리개처럼 온갖 변태짓…오라면 가야 하고 벗으라면 난 또 그렇게…"
▲ 고 장자연 씨.ⓒ뉴시스 |
또 다른 편지에서 그는 "같은 회사 동료 연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만지고… 정말이야 죽고 싶고 모든 걸 다 끝내버리고 싶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런 성상납이 명백한 김모 대표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으며, 김모 대표 역시 장 씨를 성착취 했다는 주장이다. 장 씨는 편지에서 "김 사장의 협박과 요구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라고 주장했다.
"인간 같지도 않은 그런 것들이 나를 핍박하고… 내가 김 사장이 여기저기 술접(대)에다 수없이 성(상)납까지…성(상)납을 그래서 그것들이 무슨 약점인지 다 만들어놨단 식으로… 설마 김 사장이 날 요구하면서 변태 같은 짓 한 걸 테잎에? 녹화 같은 것을 해 놓은 것은 아닌지…. (중략) 난 지금 오라면 가야하고 그 개자식들이 날 노리개처럼 원하는 거 다 끝나 버리면 난 그렇게 가라면 가야하고 또 벗으라면 난 또 그렇게 악마들을…."
소속사 대표 "000가 어떻게 저 자리에 올라섰는 줄 아냐…넌 아무 것도 아냐"
동료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로 성상납 요구를 광범위하게 당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장 씨의 편지에는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A씨의 얘기도 실명으로 적혀 있고, 장 씨와 마찬가지로 자살한 여배우 정모 씨를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띈다.
장 씨는 "(김 사장이) 이곳 저곳에 000 선배에 대해서도 과거일들을 얼마나 잔인하게 말을 하는지"라며 "000이가 어떻게 저 자리에 올라섰는 줄 아냐고"라고 말했다. 김모 씨는 장 씨에게 "000 과거 때와 비교하면 니가 지금껏 술접(대) 등 한 짓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편지에서는 "오빠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 그런데 정00처럼, 00이는 그래도 유명세를 탔던 연예인이면서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그런데 난 이렇게 유명인도 아닌 무명에 가까운 내가 죽어버린다고 세상이 눈 하나 깜빡이나 하겠어"라고 적었다.
"00일보 회장부터, 감독, 피디, 기자 출신 금융업체 간부까지…31명 명시"
장 씨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성상납을 했던 이들의 직업 등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기획사 대표 6명, 대기업 대표 간부들 4명, 금융업체 간부 2명… 무슨 옛날 일간지 신문사 기자 출신 그런 놈, IT업종 신문사 대표 간부 2명, 일간지 신문사 대표 2명, 드라마 외주 제작사 피디 7명, 영화 등 감독 8명"으로 총 31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는 "00일보 회장"이라고 명시한 대목도 나온다.
"날 가지고 놀고 넘 불결하고 비참해. 미칠 것 같고 죽여버리고 싶어. 2007년 중반경부터 지금까지 00일보 회장부터… 감독, 피디 순서대로. 몇 명을… 오빠에게 말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만 해도 스무 명이 넘잖아. 감독, 피디들은 기본 당연 코스 이런 식이고… 김 사장이 말… 스타가 만들어지기 위한 기본적인 일이란 식…."
특히 장 씨는 금융회사 간부에 대한 적개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기자 출신인가 말했던 금융회사 간부 XX, 미친 X자식. 그 미친 정신 이상자 때문에도 미치겠다. 날 지금까지 몇 번째나 괴롭힌지 몰라. 이미 내 마음 속에서 백 번 넘게 죽였어"라고 적었다.
그는 또 "오빠에게도 말했지만 일간지 신문사 대표, 얼마나 고단수인지 연예인들하고 특히나 술자리 성납 같은 그런 일 있을 때는 전화기도 안 가지고 다녀"라고 말했다. 그는 "오빠 부탁이야. 금융업체 간부, 그리고 IT 업체 대표, 일간지 신문사 대표는 제발 아저씨에게 말을 해서라도 꼭 복수해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장 씨는 "내가 이 다음에 죽더라도 저승에서 꼭 복수해 줄거야"라며 "S(성행위를 뜻함-편집자주) 중독자들"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이용당하면서 살아야 할지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
끝없이 이어지는 성착취에 고인은 오래 전부터 죽음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대목에서 "모든 걸 끝내 버리고 싶다, 정말 너무 비참하고 죽고 싶다"는 말이 등장하고, "그냥 X살 해버리면"이라며 구체적으로 적은 곳도 많다.
그는 "난 이 고통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날 인정해줄지 모르겠고… 더이상 술접대… 그런거 더이상 할 수가 없어. 요즘 들어 더욱 심해졌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지에서 그는 "오빠 내가 만약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나를 생각하면서 슬퍼해주고 날 생각해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며 "한 순간만 참으면 모든 걸 다 지워버릴 수 있을텐데… 언제까지 이렇게 이용당하면서 살아야 할지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라고 호소했다.
"자연이 머리속이 너무 혼란스럽고 터질 것 같고 미쳐 버릴 것 같고 가슴은 넘 답답해서 그래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고.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은 미친 X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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