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공방 속에 개헌 논의가 또 다시 산으로 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올해로 활동 시한이 종료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기한 연장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자 개헌특위 기한 연장이 의미가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을 언제할지도 모르면서 (개헌)특위만 연장하자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합의가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투표하자는 것"이었다며 "개헌에서 이마저도 선거 유불리에 따라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개헌과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어떤 것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개헌 동참을 당론으로 거부한다면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 국민개헌, 민생개헌, 민주개헌을 결연히 수행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한 약속을 끝내 저버린다면 개헌특위를 경유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에 개헌 동참을 압박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여권에선 대통령 발의 개헌론이 부쩍 힘을 얻어가고 있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가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최근 "국회가 내년 2월까지 개헌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를 먼저 요청하는 것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청와대도 대통령 직속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을 중심으로 개헌안 마련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민투표에 붙여질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실제로는 개헌 의지가 없으면서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기 위해 대통령 발의라는 모양새만 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반드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뤄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며 "개헌특위 활동시간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연장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민주당의 태도를 "개헌을 포기하는 것이자 '문재인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세균 의장, 민주당이 작당해 국민들 참여 속에 이뤄져야 할 개헌을 지방선거 압승을 몰아가기 위한 정략적인 수단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정권 심판이라는 선거의 성격이 희석된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따른 책임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대하는 배경에는 여권이 주도하는 개헌론에 동참하면 자칫 권력구조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당장 여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변경되면, 이렇다 할 차기 대선 주자가 없는 자유한국당의 집권전망이 어두워진다. 이에 따라 개헌특위를 우선 연장해 놓고 지방선거 뒤에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속내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 뒤에 여야가 적절한 개헌 시점에 다시 합의할 가능성이 낮고, 권력구조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질리도 만무해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개헌이 이루어질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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