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연일 청와대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원전 비리 의혹 등을 파헤치려다가 중동의 반발을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청와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 파견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에 혈안이 돼 있는 문재인 정권 참모들이 저지른 외교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최해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 의혹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강도 높은 진상 규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특사' 의혹에 내거는 프레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리한 탈원전 정책'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시도해서 한국의 원전 수출국인 중동과의 관계가 틀어졌고, 이 때문에 임종석 실장을 급파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적폐 청산 흐름에 덧씌우는 '정치 보복 프레임'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정부가 UAE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졌을지도 모를 원전 관련 비리 의혹 등을 파헤치려다가 양국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UAE 방문 당시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을 동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국정원에서 해외 정보 업무를 총괄하는 서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한국전력의 해외 자원 개발 자문을 한 바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임종석 실장이) UAE와 레바논 파병 부대 격려 방문차 갔다고 했는데, MB 정부 때 원전 수주와 관련해 많은 정책 자문을 했던 국정원 1차장은 왜 데리고 갔나"라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중동에 특사로 파견된 '진짜 이유'를 밝히겠다며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을 부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휴가를 낸 상태로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종석 실장에게 "의혹을 밝혀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데 4일 동안 휴가를 즐길 수 있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임종석 UAE 방문 의혹'에 대해서 소상하게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급작스러운 방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 원전 외교 비리 캐기 의혹 등이 제기되는데도 청와대는 구체적 방문 이유와 논의 결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정원 1차장 동행은 원전과 무관"
'임종석 특사 의혹'이 야권 전반에서 제기되자 청와대는 거듭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 순방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전제가 잘못됐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그래서 비서실장이 UAE 왕세제를 만났을 때 원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동행한 이유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국정원 1차장은 해외 분야 담당자이고, 주요한 인사들이 해외를 순방할 때 동행할 수 있다"며 "UAE와 한국 간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현안이 있는데, 그 중에는 정보 교류에 대한 것도 있기에 동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UAE 왕세제 간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UAE가 왕정 국가이고, 그 나라의 비공개 외교 규칙을 준수한 것"이라며 "언론이 묻는다고 하여 정상급 간에 있던 대화를 구구절절이 브리핑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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