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운명의 날'이 잡혔다. 오는 22일 홍 대표를 발목 잡아 온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일단락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8일 홍 대표에게 선고기일 통지서를 보냈다.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홍 대표는 대법원 3심에서 최종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홍 대표의 정치적 명운과 자유한국당의 진로가 달라진다.
홍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시점부터 시종일관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법부의 양심을 믿는다"고 했다. '무죄를 확신하냐'는 질문에는 "제가 유죄 판결 받는 것이 언론이 바라는 것이냐"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홍 대표의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2015년 4월이다. 당시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홍 대표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성 전 회장은 "내가 홍준표를 잘 안다"며 "1억 원을 윤○○ 있잖아요. ○○일보 윤○○를 통해서 전달했다"고 구체적인 주장을 했다.
결국 홍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2015년 7월 기소됐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홍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윤 전 부사장이 진술한 내용과 성 전 회장의 진술 모두 신빙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올해 2월 열린 항소심에서 홍 대표는 무죄를 받아냈다. "홍 대표가 평소 친분이 없던 성 전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금품 전달자인 윤씨가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까닭이다.
대법원이 2심 무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홍 대표는 2년 8개월 동안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온 정치적 족쇄에서 벗어난다. 최근까지 "홍 대표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서청원 의원과 녹취록 공개 여부를 놓고 벌인 진흙탕 싸움도 일단락 될 수 있다.
당협위원장 '물갈이'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을 진화하고 친홍 체제 구축에 속도를 붙여 내년 지방선거를 전면에서 진두지휘할 동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
반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경우, 홍 대표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진다. 홍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당원권이 정지됐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자유한국당은 그의 대선 출마를 위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일시 해제해 둔 상태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의 대표직 하차는 물론 당원권 재정지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유한국당도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부터 시작된 보수정치 전반의 위기 속에서 그나마 당을 지탱해 온 홍준표 체제조차 무너지면 구심점 잃은 표류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자유한국당의 도덕성에 또 다른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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