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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과 국정원의 '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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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과 국정원의 '묘한 관계'

[김종배의 it] '중앙일보' 보도가 알려주는 '힌트'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제 서울 강남의 JW메리어트 호텔 객실에서 국정원의 고위급으로 추정되는 인사를 만나 밀담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2217호실에서 오후 8시 45분쯤부터 한 시간 가량 이뤄졌다며 대화 내용이 객실 문틈으로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실무근"이라고 긴급 해명했다. 호텔에서 만난 사람은 국정원 인사가 아니라 국내 기업인이라고 부인했다. '중앙일보'가 국정원 인사의 말이라고 보도한 일부 내용은 자신이 한 말이라고도 했다.

▲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연합
아무래도 좋다. 관심사를 '국정원 사태에 대한 민주당과 박지원의 입장'으로 한정하면 진실이 무엇이든 힌트는 챙길 수 있다.

'중앙일보'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에서 국정원 (코미디 첩보전) 책임에 대해 너무 강경하게 주장하고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민주당 의원들도 (국정원 공격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며 "나도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고위급 인사가 "당정청 회동 때 국정원 책임론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원세훈 원장에게 불만이 있는 TK들이 계속 그러고 있다"고 말한 전후로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니라고 했다. "그 분(호텔에서 만난 기업인)이 '요즘 국정원 굉장하더라. 어떻게 된거냐'고 묻길래 '9인회동, 당정청 최고위층이 만나서 나눈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한나라당이 세게 치고 나가 민주당 입장도 난처해졌다. 우리도 그 정보를 몰라서 한바탕 했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공히 등장한다. '중앙일보'의 보도에도, 박지원 원내대표의 해명에도 '난처한 상황'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왜일까? 민주당과 박지원 원내대표는 '코미디 첩보전' 파문을 일으킨 국정원에 대해 왜 난처해했을까?

언뜻 봐선 난처해할 사건이 아니다. 국정원이 국격과 국익을 떨어뜨린 사건인 만큼 단호하게 책임을 물으면 그만인 사건이다. 그런데도 처음엔 단호하지 않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우리 민주당에도 여러 가지 정보가 입수되지만, 정보기관 문제고 국익 차원에서 우리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다가 뒤늦게 원세훈 국정원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민주당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처럼 '한바탕' 한 계기는 '당정청 회동 정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그 정보를 통해 여당의 동태를 파악한 다음에 입장을 바꿨다면 거기에 맞는 단어는 '난처'가 아니라 '줏대'다.

다른 점을 봐야 한다. '중앙일보'가 국정원 고위급 인사의 말이라며 전한 내용이다. '중앙일보' 보도 전에 여러 언론이 진단한 내용이다. TK를 중심으로 한 반원세훈파가 '코미디 첩보전'을 계기로 원세훈 국정원장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난처해한 사정을 헤아릴 수 있다. 사건의 성격으로 봐선 책임론을 제기해야 하지만, 정치적 측면을 고려해선 그럴 수 없어 난처했을 것이다. 책임론을 제기해 결과적으로 국정원 내 TK세력을 도와주면 국정원의 정치색이 강화되고, 국정원의 정치색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스며들면 야당에 유리할 것이 전혀 없어 난처했을 것이다.

엇갈리는 보도와 해명 사이에서 그나마 건져낼 수 있는 건 바로 이것이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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